부재자투표소, 이렇게 찾기 힘들어서야

[고발] 부재자투표소 안내 불성실...장애인 도우미조차 없어

등록 2004.04.09 17:39수정 2004.04.0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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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자투표 전날인 8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송한 '선거자료'에는 투표소 위치가 명시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투표방법('구·시·군위원회가 설치한 부재자투표소에서 투표/투표구위원회가 설치한 부재자투표소에서 투표/기관·시설 안에 설치한 부재자투표소에서 투표')과 투표자격·투표시간('4월 9일∼4월 10일 매일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그리고 투표시 신분증명서와 투표용지를 가져가야 한다고만 되어 있었다.

여건상 부재자투표를 처음 하는 터였고 선관위가 보내는 공보만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 부재자투표소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문의해 볼 전화번호도 기재되어 있지 않아 답답한 노릇이었다.

인터넷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하니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까지 전화를 해서야 종로구청 등 두 곳(사무실이 종로임)에 부재자투표소가 설치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a 부재자투표소 안내판 보이시나요?

부재자투표소 안내판 보이시나요? ⓒ 박신용철

부재자 투표 첫날(9일), 종로구청으로 부재자투표를 하러 갔다. 하지만 종로구청 앞에서 한참이나 허둥대야 했다. 부재자투표소가 어디인지 푯말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참만에 부재자투표소 위치를 알리는 A4용지가 구민회관 입구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선관위는 대한민국 헌법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규정을 알고 있는 것일까? 대의민주주의제도 아래서도 4년 주기로 행사되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하는 것인데 그런 국민들을 맞이하는 태도가 고작 A4용지에 안내문구를 프린트해 부착한 것이라니.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의 근거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낯뜨거웠다.

a 위 사진에서 맨 왼쪽 기둥에 붙어있는게 안내판입니다. (근접사진임)

위 사진에서 맨 왼쪽 기둥에 붙어있는게 안내판입니다. (근접사진임) ⓒ 박신용철

부재자투표소는 3층에 있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부재자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군인, 경찰, 공무원 등이 대부분이었고 서로 후보들에 대해 갑론을박하며 투표시간을 기다렸다. 투표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투표장을 벗어나려다 아차 싶어 투표장 건물로 돌아갔다. 부재자투표소가 3층에 있었는데도 도우미나 엘리베이터 안내표식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부재자투표소는 좁다란 계단이었고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설령 단 한 명의 장애인이라도 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도우미를 배치하는 것이 주권을 행사하러 오는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가장 최소한의 배려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부재자투표소에는 도우미는커녕 장애인 유권자가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안내표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9일 장애인이동권연대·사회당의 '장애인 참정권 보장'과 관련한 면담자리에서 지난 대선 때 총 투표소 1만3471개소 중 93%(1만2533개소)의 투표소를 1층에 마련했다고 자화자찬했다.


특히 투표를 위한 활동보조인 제도화 요구에 대해 예산상의 이유를 들며 "2006년부터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원이 제도화되도록 추진하겠다. 이번 총선에서는 당장 시행이 어려우니 17대 총선에서 '시범적 운영'을 통해 가시적 효과가 나타날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a 부재자투표소는 투표소 아닌가? 장애인 유권자는 국민도 아닌가? 투표소에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부재자투표소는 투표소 아닌가? 장애인 유권자는 국민도 아닌가? 투표소에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았다. ⓒ 박신용철

중앙선관위가 밝힌 투표소에 부재자투표소가 포함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시범적 운영을 약속했던 도우미가 투표장에 배치되었어야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보과 관계자는 도우미(활동보조인)의 시범적 운영 약속에 대해 묻자 "일반투표소에만 있을 것"이라며 주무부서로 문의하라고 했고 주무부서인 중앙선관위 선거과 양모씨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거소투표를 권하기 때문에 사전에 부재자신고서 보낼 때도 안내하고 있다"면서 "(장애인 활동보조원 시범적 운영 언급) 당시 나간 것은 일반투표소에 한해서 나간 것이다. 부재자투표소에 도우미를 배치하지 못한 것은 죄송하고 나중에 하도록 개선하겠다"고 해명했다.

종로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에게 부재자투표소 안내의 미비를 지적하자 "못 보신 것 같은데 파랑색으로 안내판이 있었다"면서 "설비에 많이 신경을 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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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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