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신년 유관순'에서 BAR 마담까지

[현장] D-1, 청년들 투표참여 독려 ...퍼포먼스 등 아이디어 속출

등록 2004.04.14 16:30수정 2004.04.14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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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극단 '미래' 송명순씨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차량들을 향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가극단 '미래' 송명순씨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에서 차량들을 향해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마담'으로 분장한 시민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마담'으로 분장한 시민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도심에서는 투표참여를 호소하는 1인 시위와 퍼포먼스가 다채롭게 열렸다.

총선청년연대 등 청년단체의 회원들이 1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서울 종로 삼성타워(구 국세청 건물) 앞에서 투표참여, 탄핵무효를 호소하는 '312인 1인시위'를 진행한 것.

이 자리에서는 극단 '미래'와 명동 비상시국농성단 소속 덕성여대, 광운대, 한양대 학생 10여명이 요리사, 중국집 배달원, 축구선수, 농민, 노동자 등 다양한 옷차림으로 투표호소 피켓을 들고 춤을 추며 '투표부대가'를 부르는 퍼포먼스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행사에는 대한불교청년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전대협동우회, 6.15공동선언실천청년학생연대,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총선청년연대, 총선대학생연대, 전국대학생기행연합, 원불교청년회, 문학예술청년공동체 등 다양한 단체의 회원들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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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학생- '유관순' '중국집 배달원' 투표참여 퍼포먼스

대학생과 '미래' 단원들은 '갑신년 유관순'부터 '미로바(bar) 주임마담'까지 다양한 인물을 실감나게 연출했다. 이들은 각자 피켓을 들고 있다가 호루라기 소리에 모여 투표부대가를 부르고 구호를 외쳤다. '군인'은 포복이나 토끼뜀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중 작업복에 안전모를 쓴 '노동자'는 "4월 15일 기계를 멈추고 세상을 바꾸자"는 피켓을 들었고, 밀짚모자에 '고무줄 바지' 차림으로 수건까지 목에 두른 '농민'은 "농사는 무슨… 썩은 정치판부터 갈아엎어야제"라는 피켓을 들었다.


운동복 차림에 '민주수호'가 적힌 철가방을 든 중국집 배달원은 "투표장에서 주문하면 양장피 공짜, 잘 찍으면 공짜 총알배달"이라는 피켓을 들었다.

축구화에 유니폼을 맞춰입은 '축구선수'는 "월드컵 신화를 넘어 민주주의 신화로, 꿈은 이루어진다" 피켓을, 군복에 총을 든 군인은 "또 잘못 쏘면 군기교육대다. 민주주의를 향해 엎드려 쏴" 피켓을 들었다. 빨간 스타킹이 인상적인 '주임마담'은 "애들아, 투표 안한 손님 받지 마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농민 복장의 김미숙(22·덕성여대 동아리연합회장)씨는 "12일부터 명동, 혜화, 지하철역 등을 다니며 투표참여 퍼포먼스를 해오고 있다"며 "키득키득 웃거나 박수치며 응원해주는 분들, 물을 건네주던 분들도 있었지만, '어느 당에서 시켜서 이러느냐'며 정치 색깔을 씌워 보는 시민들도 가끔 있었다"고 전했다.

환자복장을 하고 "병은 의사가 치료하고 썩은 정치는 국민이 치료하자"는 피켓을 든 박 아무개(21·덕성여대)씨는 "요즘 학교에서는 투표참여 운동이 한창이다. '대학생유권자운동본부'가 18~19세 모의투표, 투표참여 선전전, 배지 배포, 유권자선언운동 등을 주관하고 있다"고 뿌듯해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종로에 나왔다는 직장인 오현미씨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며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종로에 나왔다는 직장인 오현미씨가 피켓을 들고 1인시위를 하며 '투표참여'를 호소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오마이뉴스 권우성
30대 청년단체 회원- 312인 1인 시위'

"17대 총선, 탄핵심판 잊지 말자"
광화문 교보빌딩 앞 1인 시위

1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는 시민 10여명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멀찌감치 간격을 벌려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들에게 전경들이 접근해 “어디서 왔느냐” “몇 시에 해산할거냐” 등의 질문을 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어제 명동성당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1인 시위는 오늘이 처음”이라는 한토마스(42, 서울 용산구)씨는 “오늘 출근하는 길에 1인 시위를 위해 잠시 들렀다”고 말했다. 한씨는 “탄핵에 무관심한 시민들이 대부분인데, 민주주의가 지켜져야 할 이때에 이렇게 무관심해져서야 되겠느냐”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한편, 한씨로부터 20여m 떨어진 곳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던 윤아무개(29, 서울 관악구)씨는 “(장아무개씨가 탄핵반대의) 같은 목소리를 내다가 어제 먼저 돌아가시니 불편한 마음에 저절로 발길이 한강다리로 갔다”며 “아침 7시에 가보니 이미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저녁 때에는 젊은이들이 많은 동대문에서 투표독려를 위해 1인 시위 계속할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 이정은 기자
대학생 후배들이 튀는 연출로 눈길을 끈 반면, 30대 청년층은 동시 1인시위에 집중했다.

1인 시위는 100여명의 참가자가 20m에 한 사람씩 '탄핵무효 민주수호 잊지말자 3.12, 투표하자 4.15'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종로 YMCA에서 광화문까지의 약 2km 인도를 이어나가는 방식. 이날 저녁 7시 30분 부산 서면의 '인간띠잇기' 행사에 200여명이 참가하면 총인원이 약 312명, 탄핵심판을 상징하는 숫자가 된다.

이들은 참가자선언문을 통해 "이번 17대 총선은 민주주의를 살리는 선거이자 탄핵세력들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적 정치개혁이 전진하느냐, 낡은 정치가 연장되느냐 하는 심각한 상황이지만 총선의 본의 대신 지역주의와 색깔론, 정치쇼만이 판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국민주권과 민주수호를 위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는 결의를 밝힌 뒤 각자 흩어져 1인 시위에 들어갔다.

그러나 경찰이 "변형된 1인 시위여서 사실상 집회"라며 구 국세청 앞 광장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는 바람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경찰은 참가자 1명을 4~5명이 둘러싸는 방식으로 시위를 허가했다.

1인시위에 참가한 문성순 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 청년학생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번 선거가 정치개혁의 계기가 됐으면 했고 탄핵 이후 그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선거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지역감정 조장, 색깔론이 다시 나타나고 정책선거는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한다. 국민의 관심과 흐름이 희석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투표하지 말라는 신문, 대한민국 신문 맞어?"

14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조선일보사 부근에서 청년단체와 대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정정당 편향기사와 투표 불참을 유도하는 기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14일 서울 광화문네거리 조선일보사 부근에서 청년단체와 대학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정정당 편향기사와 투표 불참을 유도하는 기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오마이뉴스 권우성
광화문 거리에서 규탄시위를 벌인 참가자들이 조선일보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
광화문 거리에서 규탄시위를 벌인 참가자들이 조선일보사 앞을 지나가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1인시위는 오후 1시까지 계속됐고, 이후 오후 2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하 민언련)과 함께 하는 <조선일보> 규탄집회로 이어졌다. 광화문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이 집회에는 1인 시위 및 퍼포먼스 참가자 30여명이 동참했다.

투표참여를 독려하자는 청년단체 회원과 대학생들이 <조선일보> 규탄집회를 연 것은 지난 12일 '금·토·일, 황금연휴 북적'이라는 기사 때문. 이 기사가 젊은층의 투표불참을 유도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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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투표않고 놀러가라고 하지 그래

<민족21>의 최양현진 기획팀장은 "월차 빼면 3박4일 놀러갈 수 있고, 투표를 안 하는 것은 자발적 권리포기라고 쓰는데, 이게 대한민국 신문이냐"며 "이번뿐 아니라 100년간 <조선일보>가 한 게 뭐냐. 제호 위에 일장기를 붙이고 반민특위를 반대했으며, 자유당 독재, 5.16 쿠데타, 유신과 전두환을 찬양했다"고 조목조목 <조선일보>의 친일 친독재 행적을 지적했다.

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에서 활동하는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은 "수구야당의 1당만은 막아야 한다"며 <조선일보>의 친한나라당 편파보도와 방송의 이미지 보도 편중현상을 지적했다.

최민희 총장은 "선관위는 왜 신고까지 들어온 <조선>의 편파보도를 조사하지 않냐"고 선관위를 공격한 뒤 "야당과 방송위원회 압력으로 방송이 위축되어 이미지 보도로만 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거의 본질이 희석되고 국민들이 몇백억 비리를 까먹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30분간 집회를 한 뒤 "항의할 시간도 아깝다. 투표참여를 독려하고 '여의도페스티벌'을 홍보하자"며 해산했다. 대학생들은 신촌, 명동, 남대문 일대를 돌며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조선일보사 부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안티조선 판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조선일보사 부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안티조선 판넬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오마이뉴스 권우성
"재밌다. 기특하다" "누가 시킨 거냐"
투표참여 캠페인에 찬반 나뉜 시민 반응

1인 시위와 퍼포먼스를 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제 각각이었다. “흥미롭다, 재밌다”는 반응을 보인 시민들이 있는가 하면, “누가 시켜서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인근 여행사에서 일하는 김미숙(45세)씨는 "캠페인이 재밌다. 젊은층 동료들은 '이번 선거에는 바꿔보자'는 얘기를 많이 하던데 투표율이 높을 것 같다"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할지... 아직은 그냥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나던 시민 손혜영(59)씨는 "젊은층이 나서서 하는 게 너무 좋다. 이제 젊은 사람들이 나서고 노인들은 뒷받침을 해야 한다"며 "열정을 갖고 우리나라를 위해 투표 많이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반면, 회사동료 박 아무개(26, 회사원)씨와 김 아무개(26, 회사원)씨는 "재밌긴 하지만 굳이 저렇게 까지 해야 하느냐”며 “특정 정당의 지지로 보이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 국세청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박 아무개(73)씨 역시 "누가 시켜서 하는 거지, 자기 뜻대로 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이정은/권박효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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