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광화문 '투표부대' 캠페인에 참가한 네티즌이 시민에게 '정치개혁꽃씨'를 나누어주고 있다.권박효원
17대 총선은 어느 때보다 '햏자'들의 움직임이 바쁘던 선거였다. 인터넷 게시판을 떠돌던 정치 패러디물이 투표참여 활동으로 이어지고 오프라인으로 터져나왔다. 이들의 활동에 불을 붙인 것은 역시 국회에서의 탄핵안 가결이다.
애초 '마이클럽' 사이트에는 정치 게시판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이후, 원래 'A양' 'J양' 등 스캔들의 주인공인 연예인 이니셜이 주요 주제였던 '종알종알 연예계' 게시판에 정치 관련 글이 쇄도했다. 결국 사이트 운영자 측은 며칠 후 '탄핵을 말한다'는 게시판을 신설했다고 한다.
이 사이트 회원들은 게시판을 통해 탄핵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가 "나도 광화문에 나갔다", "난 내일도 갈 것"이라며 행사 참여후기를 밝혔고, 자연스럽게 촛불행사에도 함께 참여하게 됐다. 총선 날에는 아예 개표방송 번개까지 열었다.
이번 총선에서 활약상이 가장 뛰어났던 것은 누가 뭐래도 '디시인사이드' 회원들. 이들은 '정치갤러리'나 '시사합성갤러리' 등을 통해 정치인들의 발언을 관련 동영상이나 사진화면으로 정리해 유포시켰고, 이를 비꼬는 패러디물도 만들었다. "물은 셀프"라는 유행어도 인터넷에서 탄생했다.
급기야 이 사이트의 회원인 '하얀쪽배'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아 전문시사작가와 아마추어 네티즌의 차이, 네티즌의 표현의 자유의 한계 등 여러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도 했다. 해당 사이트는 물론 포털사이트 다음의 까페에서도 '하얀쪽배 구속반대운동'이 펼쳐졌다.
회원들은 여러차례 '개죽이'가 그려진 깃발을 들고 촛불행사에 나섰으며, 지난 10일에는 '무적의 투표부대' 캠페인을 벌이며 투표참여운동에 열을 올렸다.
네티즌들은 투표가 가까워오면서 메신저와 핸드폰 메시지, 전화통화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하루에 30명에게 전화를 했다", "5명을 설득했다" 등의 활동보고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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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네티즌의 흥행 대박... '알바'등 악성 의견 해결해야
네티즌들도 17대 총선에 대한 자신의 역할에 대해 자부심을 나타냈다.
'디시인사이드'의 ID '울트라' 네티즌은 "정치는 엄숙한 게 아니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열린우리당 지지를 통해 민의를 저버린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을 벌준 것인데 열린우리당이 오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마이클럽' 사이트의 ID '에어리얼' 네티즌은 "여성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선입견이다,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는다, 우리나라가 냄비가 아닌 뚝배기라는 자부심이 생긴다"며 "17대 국회의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일해야 한다, 국민들의 감시와 관심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탄핵정국과 총선을 거쳐 활성화된 온라인광장이 이후 얼마나 자유로운 토론의 장으로 나아갈지는 미지수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인신공격성의 글을 꾸준히 올리는 소위 '알바'의 활동도 활발하다. 다른 당을 지지하는 사람에 대해 욕설을 퍼붓거나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 색깔론 등으로 토론의 본질을 흐리는 경우도 많다.
ID '통키' 네티즌은 "탄핵안 가결 이후 엉뚱한 글이나 욕설을 올리면서 의사소통을 방해하는 사람이 늘었다, 논리도 없으면서 집요하게 똑같은 글을 올린다"며 "고의성이 보여서 보상을 받으면서 개입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소위 '알바'를 의심했다.
민경배 전 소장은 네티즌들의 '정치 참여'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한국의 네티즌들은 이미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며,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충분히 단련되고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역전의 용사들이다. 그들은 시나리오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엑스트라가 아니라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느끼는 대로 거침없이 표출하는 록 콘서트장의 군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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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 투표참여 열기, 인터넷은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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