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과 오염에 방치된 반환 미군기지

부산 유솜(USOM)기지와 구미 금오산 미군기지 현장 보고

등록 2004.04.19 18:29수정 2004.04.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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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3년째 방치된 것도 모자라 50년생 고목이 무참이 베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부산 유솜기지 현장

3년째 방치된 것도 모자라 50년생 고목이 무참이 베어진 채 방치되고 있다. 부산 유솜기지 현장 ⓒ 녹색연합

미군으로부터 반환 받은 기지가 난개발과 오염으로 방치되고 있다. 부산 시내 한가운데와 구미 금오산 정상 일대다. 힘겹게 반환 받고도 방치할거면 뭐 하러 반환 받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현장이다.

미군에게 반환 받은 지 3년이나 되어 가는 부산의 미군 장교숙소(USOM) 부지가 각종 생활 쓰레기와 건축 자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으나, 행정청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도심의 유일한 녹지였으나 마구잡이로 거목들을 베어내고 있다. 높이 15m가 넘는 40여년생 나무 14그루가 벌목되어 방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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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시 도립공원 금오산 정상 일대를 차지하고 있는 미군통신시설 역시 10년 이상 흉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미군들이 쓰다버린 일회용 식기류, 인스턴트 음식물, 뜯겨진 철조망이 나뒹굴고 건물 안에는 갖가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

a 경북 구미 금오산 정상에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미군기지. 각종 폐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경북 구미 금오산 정상에서 수년째 방치되고 있는 미군기지. 각종 폐기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 녹색연합

경북 구미시 금오산 도립공원에는 2개의 미군시설이 있다. 금오산 현월봉(해발 976m) 정상에는 미군의 헬기장과 숙소, 사무실, 식당, 탄약창고 등 12개동이 자리잡고 있다. 1953년부터 미군의 통신기지로 사용되다 91년 무인통신시설로 전환되었다.

지난 4월 5일, 녹색연합이 현장을 확인한 바로는 1개동에 있는 시설만이 이용되고 있었고 나머지는 전혀 관리된 흔적이 없으며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지고 녹슨 철조망과 문짝들이 뜯겨져 내팽개쳐있다.

미 군수품이 확실한 일회용 나이프와 포크, 인스턴트 조리식품봉지 등이 구석구석에 내 버려져있었고, 특히 기지 중심에는 큰 물탱크가 녹슨 채 버려지고 건물들에 연결된 파이프라인들은 곳곳이 부식이 된 채 외부에 노출되어 있다.

숙소로 쓰이던 건물 내부에는 타다 남은 장작이 있어 등산객들이 추위를 피해 머물렀던 흔적이 보였고, 신문지와 비닐봉지 등 쓰레기들도 많이 발견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건물 내부의 벽과 천장이 뜯겨 석면이 그대로 노출된 채 방치되어 있었다.


a 방치된 미군기지의 건물 내에는 온갖 폐기물이 그대로 널부러져 있다.

방치된 미군기지의 건물 내에는 온갖 폐기물이 그대로 널부러져 있다. ⓒ 녹색연합

금오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중 하나인 금오동천 입구(칠곡군 북삼면)에는 정상의 통신기지와 연결되었던 1동의 숙소와 유류 탱크가 있는 시설이 20년째 방치되어 있다.

이 시설은 정상기지에 있는 미군통신기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지로 54년 건설되었으나 84년 한전 송신로가 깔리면서 기능을 잃어 99년 10월 국방부로 반환되었다. 국방부는 관리권을 국유림을 담당하는 산림청으로 넘겼지만, 산림청은 국방부가 원상복구하면 관리하겠다며 6년동안 관활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


LPP(연합토지관리계획)에 의해서 2011년까지 28개 미군기지가 반환될 예정인데 한국정부에 반환된 미군시설과 부지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어 그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관리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a 구미 금오산 역시 반환 이후의 활용과 복원에 대해 국방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한 대표적 사례다.

구미 금오산 역시 반환 이후의 활용과 복원에 대해 국방부가 무대책으로 일관한 대표적 사례다. ⓒ 녹색연합

주한미군이 사용하던 부지가 반환될 경우 일단 국방부가 소유한다. 그러나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반환 받고서도 우리 땅의 귀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지 관리와 활용에 대한 어떤 계획도 갖고 있지 못하다.

국방부가 소유한 부지를 다른 부처로 넘길 때 생태복원의 비용은 누가 댈 것인지, 어떤 기준을 가지고 부지를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럴 때에만 되찾은 땅은 녹지로 조성되어 메마른 도심에 신선한 공기를 제공될 수 있으며, 생태복원이 온전하게 이루어지면 주변 자연과 어우러져서 더욱 사랑 받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반환되는 미군기지가 국방부의 부동산을 증식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반면에 시민의 공간으로 환원되거나 생태환경복원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미군기지를 반환 받아서 방치되면 반환하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두는 국방부의 책임이다. 국가안보에 국토와 환경은 포함되지 않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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