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늘어선 눈길 끄는 유적들

주마간산 경주 돌아보기 <6> - 능지탑 중생사

등록 2004.04.20 15:39수정 2004.04.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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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경주-울산간 7번 국도는 울산방향으로는 부산까지, 경주 방향으로는 멀리 강원도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다시 말해 이 도로를 타면 부산에서부터 휴전선이 있는 강원도의 끝까지 갈 수 있다.

소설가 윤대녕의 단편 <신라의 푸른 길>은 주인공이 완행버스를 타고 이 도로를 따라 강원도까지 가는 여정이다. 특히, 이 길은 옛날 신라의 견우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꽃을 바치고 헌화가를 지었다는 유명한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길이기도 하다.


화제가 약간 벗어나긴 했지만 경주를 여행하는데, 이 7번 국도는 매우 중요하다. 경주 시내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대릉원이니, 천마총이니 하는 곳을 둘러보는 수학여행식 경주답사에도 빠질 수 없는 길이다.

경주박물관에서 울산방향으로 뚫린 7번 국도를 따라가 보자. 조금만 가다보면 큰 사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회전하면 포항이고, 우회전하면 고속도로를 만나게 된다. 신호를 받아 울산방향으로 직진하다보면 왼쪽으로 멀리 4각형의 2층으로 된 능지탑이 보인다.

능지탑. 연화탑이라고도 불린다.
능지탑. 연화탑이라고도 불린다.우동윤
낮은 야산의 언덕배기에 있는 능지탑은 감포 앞바다에 수장됐다는 문무왕이 화장된 곳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정확하지는 않다. 다만 삼국사기에 관련되는 기록이 일부 남아 있고, 근처에서 문무왕릉비의 일부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루어 그렇게 추정된다는 것이다.

능지탑 역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것을 다시 맞춰 놓은 것이라 한다. 탑 뒤에는 맞추고 남은 석재를 모아 놓기도 해, 왠지 어수선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하지만 탑 주위에 새겨진 십이지신상과 탑 주위를 장식하고 있는 연꽃 조각이 매우 정갈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연화탑이란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중생사 대웅전. 최근에 지어졌다고 하지만 매우 낡은 건물이다.
중생사 대웅전. 최근에 지어졌다고 하지만 매우 낡은 건물이다.우동윤
능지탑 뒤로 난 길을 따라 가면 중생사가 있다. 대웅전을 비롯한 3개의 건물이 단출하게 자리잡고 있는 중생사에는 모자 쓴 보살상으로 유명한 마애지장삼존불(보물 제665호)이 있다. 사실 모자라기보다는 요새 유행하는 두건같이 보이기도 한다. 마모가 심한 탓에 가까이서 자세히 살펴봐야만 그나마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의 마모를 막기 위해 바위 위에다 누각을 세워 놓았지만 전혀 어울리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마애지장삼존불
마애지장삼존불우동윤
중생사에 가서는 발자국 소리라도 크게 내서는 안 된다. 스님이 한 분 계신데, 조금이라도 큰 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야단맞기 때문이다.

대웅전 앞 너른 마당에 자갈이 깔려있는데, 이곳까지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그 소리가 여간 시끄럽지 않다. 유서 깊은 절에 가서는 시끄럽지 않게 하는 것이 상식이겠지만, 중생사에서는 특히 주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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