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문학의 선구자, 삽량문학회

향토 문학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록 2004.04.26 15:27수정 2004.04.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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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양산을 일컬어 문화의 불모지라 했던가? 아득히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나라 겨레문화에 양산이 이바지해 온 발자취를 잠시 더듬어 보면 그리 말할 수 없으리라.

한겨레의 문화는 여러 지역의 문화가 모여 승화돼 이루어지는 것이라 하니, 멀리 신라의 삽량주에서 비롯된 양산의 역사가 또한 그렇다. 삽량주는 오늘날의 양산·동래·기장을 아우르는 낙동강 동남부 문화의 토양이었다. 따라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이 많았던 양산은 오늘에도 그 예맥이 면면히 이어져 지역문화·예술의 텃밭을 일구고 있다.


1999년 봄에 첫발을 내디딘 '삽량문학회'도 이런 양산 예맥의 한 가닥이다. 처음 이름은 '양산문학회'였다가 2001년 4월 20일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삽량문학회'의 권영상 회장을 만나봤다.

삽량문학회, 양산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데 한 몫

a 권영상 회장

권영상 회장 ⓒ 전영준

- 삽량문학회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양산에 살고 있거나 연고를 둔 사람으로서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방 문학 발전에 대한 열정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저마다 가지고 있는 문학적 식견을 공유하고 정진시키려는 데 뜻을 두었습니다. 아울러 지역의 문학인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향토 문학의 계승과 발전에 이바지하려 합니다.”

이제 겨우 다섯 해를 넘겼지만, 그동안 이들이 해 온 일을 보면 삽량문학회의 내공이 만만찮겠다 싶다. 지난 2001년에 창간호를 낸 문학지 <삽량문학>이 지난해까지 모두 3권이 나왔고, 오는 5월에 4호가 나온다.

문학기행을 통한 작품발표회, 인근 지역의 문학회(김해, 밀양, 포항 등)와 교류 시 낭송회, 독자와 함께 하는 문학인 송년의 밤 등의 문학행사를 해마다 가졌고, 달마다 정기 시 낭송회 및 토론회를 열고 있다.

문학지 <삽량문학>도 단순한 회원작품집의 틀을 벗어나, '기인/예인을 찾아서'란 코너를 통해 고려분청사기의 재현자 신정희선생, 문인화가 월천 진강백 선생, 서예가 묵선자 박지명 선생, 사찰학춤의 명인 학산 김덕명 선생 등 내로라하는 양산의 기인 예인들을 발굴 소개함으로써 양산의 문화적 지평을 넓히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양산의 전설과 야화>도 소설적 기법을 빌려 맛깔스럽게 차려 놓았다. 회원은 시, 소설, 희곡, 수필, 동화 등 각 장르를 망라해 모두 스무 명이 넘는다고.

어려서부터 문재(文才)가 뛰어났던 권 회장. 경북 고령이 고향인 그는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일찍이 양산 통도사 영취산 자락에 삶의 둥지를 튼 세월이 어느새 30여 년.


그는 양산에서 줄곧 공무원 생활을 하다 지난 99년에 명예퇴직을 했다. 그런 가운데 한국문협 양산지부장을 3대째 역임했고, 계간 <주변의 시> 동인 초대 회장을 지냈다. 삽량문학회 회장 말고도 경남문협 회원과 <월간 문학21>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63년에 <문예춘추>를 통해 첫 등단을 했지만, 세상살이에 바빠 한동안 작품 발표를 소홀히 하던 중 93년 <월간문학21> 신인상으로 다시 등단했다.

"문학은 내 영혼이 잠시 쉬어 가는 집"

지금은 공직에서 물러나기도 했고 슬하의 딸, 아들 남매도 다 장성하였으니 애오라지 시 쓰는 일과 '삽량문학회' 식구들 건사하는 일만이 그의 일상사다. 그동안 첫 시집 <산처럼 물처럼>에 이어 5권의 시집을 냈다.

-그렇다면 권 회장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잠재해 있는 심성을 문자라는 도구로 옷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극대화시키는 촉매제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문학인이라면, 자연과 사물의 형상을 정점으로 끌어올려 보다 나은 삶의 가치관을 한 단계 승화시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지요.”

a 문학지 ‘삽량문학’ 3호(2003년 출간)

문학지 ‘삽량문학’ 3호(2003년 출간) ⓒ 전영준

그는 또 달리 문학을 “내 영혼이 잠시 쉬어 가는 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권 회장을 만난 첫 인상은 영락없는 시골 농군이다. 그래서 그럴까? 그의 시에서는 해묵은 장맛이 난다.

밤새껏 홀로 울어 외로운 그대
환한 둥근 달 미소에 담아 둔 내 그림자
몸짓도 아니며
손짓도 아닌
모가지 비틀어 바라보는 그대 미소 앞에
서쪽으로 기울어야 할 달이지만
잠시만이라도 길을 잃었다

-권영상의 시 <달맞이꽃> 일부


서쪽으로 예정된 길을 가야 할 달이지만, 달을 따라 목을 틀고 있는 달맞이꽃을 바라보면서 잠시 길을 잃어버리는 달…. 시인의 눈썰미가 아니고는 볼 수 없는 것을 시인은 우리들에게도 보게 하니 이것 또한 시 감상이 주는 기쁨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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