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론, 서민에겐 ‘그림의 떡’

상환금·기간 부담커 연봉 5천만원 이하는 무리수

등록 2004.04.28 11:36수정 2004.04.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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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타임스 김희수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높은 주택가격 때문에 이 일대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모기지론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모기지론은 장기저리대출로 주택가격의 3분의 1만 있어도 집을 살 수 있는 제도. 그러나 최고 대출금액이 2억원인데다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높아 수십만원대의 상환금액을 10∼20년 동안 매월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연봉 5천만원 이하의 샐러리맨들은 모기지론을 이용할 엄두를 내지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금융공사가 3월 25일부터 4월 9일까지 보름 동안 모기지론 판매액을 집계한 결과 평균 주택구입 가격은 1억3300만원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대에서는 외곽지역의 소형평수대 아파트만 구입 대상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최근 들어 수도권 일대 아파트 가격이 10·29 부동산대책 이전 가격으로 반등하기도 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같은 강도 높은 정책을 도입, 모기지론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가격 거품 빼기 전까진 ‘그림의 떡’

서울 봉천동에서 모기지론을 이용해 25평대 아파트를 장만하려던 함모씨(30)는 모기지론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

함씨는 전세보증금 9000만원 빌라에 살고 있고 월평균 수입은 300만원. 그러나 생활비와 저축, 대출금 등을 제외하고 상환금액으로 매월 갚을 수 있는 금액은 월 60만원이다. 그는 회사의 구조조정대상에 40대 후반까지 포함되는 것을 보고 상환기간을 15년으로 정해 모기지론 설계를 받았다.


상담 결과 대출가능 금액은 6800만원으로 전세보증금 9000만원과 합해 아파트 구입 가능액이 1억5800만원에 그쳐 이미 2억원대를 넘어선 봉천동 일대의 25평대 아파트 장만은 불가능하게 된 것. 함씨는 “부동산보유세 강화와 같은 조치를 마련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거품을 빼기 전에는 모기지론은 그림의 떡”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혼을 앞두고 경기 광명지역에 아파트를 장만할 계획을 세운 김모씨(31)는 신혼집으로 적당한 20평형대를 사려고 부동산중개사무실을 찾았다가 2억원대가 넘어선 아파트 가격을 보고 고민에 빠져 있다.


전세보증금 5000만원에 월 평균 수입 200만원인 그는 상환액으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이 60만원 수준이나 이 규모로 15년 동안 갚을 각오를 하고도 대출받을 수 있는 돈은 6800만원밖에 되지 않아 애초 계획했던 소하지구는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

그는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의 다른 도시도 고려하고 있지만 투자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에 아파트를 샀다가 집값이 떨어질 경우 모기지론 부담만 안게 된다며 갈등하고 있다.

조건도 서울·수도권 외곽지역 소형평수대만 해당

연봉이 5천만원이 넘어도 학군이 좋은 곳이나 투자가치가 있는 곳은 엄두를 못 낸다.

서울 강북에서 1억3500만원 전세를 살고 있는 손모씨(40)는 모기지론 대출에 기대를 걸고 투자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이나 학군이 좋은 강북지역 몇 곳을 알아봤으나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만 확인했다.

손씨는 남편이 직장을 옮겨 월 소득이 500만원으로 올랐기 때문에 ‘15년 동안 월 150만원 상환’이 가능해 3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 돈으로도 강북 교육중심지인 중계·하계지역은 위치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의 30평형대만 가능하고 서울 강남으로 가려면 20평형 이하에서 골라야 해 망설이고 있다.

농협중앙회 여신제도팀 이우종 차장대우는 “모기지론을 받아도 서울 수도권에서 아파트를 장만하려면 연봉 500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며 “서울 수도권 집값이 높아 지방 거주자들에게는 모기지론이 효율적인 데 반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는 포트폴리오에 따른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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