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은 천벌을 받을 짓이다”

[인터뷰] 4일 오후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도한 조성학 신부

등록 2004.05.04 19:37수정 2004.05.0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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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은 천벌을 받을 짓이다."

4일 오후 3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평의가 열리던 시각,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며 신부들이 나눠준 유인물의 제목이다.

이날 충북 청주에서 올라온 조성학(청주교구 문의성당), 신성국(청주교구 영운동성당) 신부는 헌재 앞에서 성서를 펼쳐들고 '2인 기도회'에 나섰다.

조성학 신부는 이날 헌재 앞에서 "탄핵은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천벌을 받을 짓”이라며, "헌법재판소 재판장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기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신성국 신부는 "지난 3월 12일 탄핵안 가결 이후 조성학, 신성국, 박영봉, 곽동철, 연제식 신부 명의로 '대통령 탄핵 결정은 천벌을 받을 짓입니다'이라는 글을 써서 전국 신부들에게 전달한 바 있다"면서 "신부들 뿐만 아니라 현직 판사 등으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탄핵은 천벌을 받을 짓'이라는 글은 A4용지 7쪽 분량이다. 이 글의 첫 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어느 가장이 자녀들을 불러 놓고 ‘너희들 중 돈과 힘은 없지만 가장 싹수가 있는 자식을 너희들의 생각을 모아 가능한 돕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나머지 자식들이 벌 떼같이 일어나 부모를 내쫓아 버렸습니다.


어느 본당에서는 신부가 말을 함부로 하고 예의가 없다고 해서 평협 임원들이 신자들을 선동하여 본당신부를 몰아냈습니다. 어느 교구에서는 교구장 주교가 너무 독선적이고 몇몇 신부들만 편애한다고 교황님께 투서하여 그 권한을 정지시켜 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태가 우리나라에서 일어났습니다. 대통령이 솔직한 말을 하고 불의한 요구에 타협하지 않고 합법적인 것이라면 열린 우리당을 가능한 돕고 싶다고 해서 그 권한이 정지되었고 내쫓김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 우리당이 표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정말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습니다'라는 말 때문에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우리 부모님, 우리 신부님, 우리 주교님 중 어느 분도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 공동체의 기본윤리질서 원칙을 제4계명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성서와 성전을 예로 들어가며 탄핵과 '조중동' 등 언론의 보도태도의 문제점을 을 조목조목 비판한 뒤 다음과 같은 글로 말을 맺었다.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선고를 내린다면, 우리 주 예수님을 십자가 사형에 처한 이스라엘처럼 우리나라도 천벌을 받을 것입니다. 무관심으로 천벌을 받아 지옥 상황으로 머무를 것입니까? 아니면 관심 있는 참여로 천국의 상태로 나아갈 것입니까?"

이들은 '2인 기도회'에서 이 글의 3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 각하를 기도하는 천주교 신부 1000인' 명의의 유인물을 배포했다.

다음은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조성학 신부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오늘 헌법재판소에 오게 된 이유는.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우리 신부들은 전국적으로 기도를 하고 있다. 탄핵은 모든 법의 근원인 자연법과 하느님의 정신이 담겨있는 계시법을 위반한 천벌을 받을 짓이다. 전국 신부들은 이번 탄핵이 범죄라는 생각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오늘 자연법과 계시법에 따라 올바른 정신이 무엇인지 알리고자 이 곳에 왔다."

- “대통령 탄핵은 천벌을 받을 짓입니다” 이 글은 어떤 심정으로 쓰게 됐는가.
"나는 하느님 말씀을 모든 분야에 전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 안에서 예수님을 발견하고 그 뜻을 이뤄야 한다. 이번 탄핵은 역사적으로도 큰 사건이다. 그 사건의 의미를 하나님 말씀의 선포자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야 할 마음으로 그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쓰게 됐다."

"탄핵은 중대 범죄이자 하느님 권위에 대한 정면 도전"

a 4일 오후 3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관의 올바른 판결을 위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조성학(왼쪽), 신성국(오른쪽)신부.

4일 오후 3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재판관의 올바른 판결을 위해 찬송가를 부르고 있는 조성학(왼쪽), 신성국(오른쪽)신부. ⓒ 이정은

- 천주교 교리에 입각해서 탄핵안 가결에 대해 평가한다면.
"천주교 교리에 죄의 종류에는 소죄(小罪)와 대죄(大罪)가 있다. 탄핵은 사회의 보편적이고도 기본적인 윤리질서를 의미하는 제 4계명에 어긋난, 대죄에 속하는 중대한 범죄이다.

하느님께서는 나라 공동체를 잘 다스리라는 의미로 하나님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주셨다. 탄핵은 국민이 합법적으로 뽑은 대통령을, 하느님께서 주신 권한을 받은 대통령을 몰아낸 것이다. 탄핵안을 가결시킨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악용한 것이고, 이는 곧 국민주권강탈행위이다. 하느님의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한 것이다."

- 신부의 글에 대해 다른 신부들과 신도들의 반응은 어떤가.
"모두들 글에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마땅하고 지당한 소리라고 하더라. 탄핵에 찬성하는 신도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만약 있다고 한다면, 그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려주고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

- 글에서 탄핵안 가결의 공범은 조중동이라고 했는데.
"조중동은 탄핵을 부추기고 조장했다. 이것 역시 큰 죄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죄를 알면서도 고의로 저지른 죄는 죽을 죄”라고 했다. 이번 탄핵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자신들(조중동)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부추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공범자이다.”

- 성직자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이런 주장이 정치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다. 공동체는 성격에 따라 정치 공동체, 경제 공동체, 언론 공동체로 나눌 수 있는데 이상 세 가지 공동체가 우리의 생활을 규정한다.

만약 이 공동체들이 비 복음적이고, 하느님 말씀에 위배된다면 우리는 이를 복음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는 마땅하다. 죄악으로 향하고 있는 분위기를 알려주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사명이다."

- 지난 4월 30일까지 진행됐던 탄핵심판 공개변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무엇보다도 소추의원들의 행동을 문제 삼고 싶다. 그들은 대죄를 지었으니 회개하고 탄핵철회를 했어야 했다. 신앙 입장에서 도저히 소추의원들을 이해할 수 없다. 물론 탄핵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이상 판결을 기다려야 겠지만, 애초에 탄핵사유는 말도 안됐다. 그들은 빨리 철회하고 반성했어야 했다."

- 오늘(4일) 중으로 탄핵 심판에 대한 잠정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나.
"나는 이 시대에 사는 복음 전파자로서 하느님의 말씀에 입각해 탄핵이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전할 뿐이지,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예상하지 않는다."

"대통령 파면되면 도덕과 윤리 무너지는 세상 될 것"

-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다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번 탄핵은 천벌을 받을 짓이었다. 천벌이라는 의미가 하루 이틀 사이에 나라가 무너진다는 뜻이 아니라 나라를 바로 잡을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버림으로서 악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이는 곧 도덕과 윤리가 무너진 세상에서 불행하게 살 것이라는 뜻이다.”

- 반대로, 탄핵안이 각하되고 대통령 권한이 복귀되면, 여러 현안 중 대통령이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거짓이 진실 되고, 진실이 거짓 되는 상황이 바로잡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론이 바로서야 한다. 언론개혁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 16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다. 17대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조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든 일이 대통령 책임이라고 본다. 대통령에게만 책임을 떠넘긴다. 또한 야당은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어떤 방법으로건 그 상황을 뒤엎으려 했다.

이런 현실의 공범은 바로 언론이다. 언론은 진실을 얘기해야 했다. 국민이 진실을 알 수 있는 언론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리고 공부하는 국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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