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덕을 다듬을 때는 미리 흙만 살짝 씻고 막판엔 물에 대지 않는 게 향이 좋습니다. 손톱으로 줄줄 돌려 벗겨내야죠.김규환
결코 나를 비롯한 자식들에게 술을 따르라는 법이 없으셨던 아버지인지라 대접에 직접 콸콸 따라서 쭈욱 단번에 마시고 확 피기 직전 향이 최대로 올라 씁쓸한 두릅을 찍어 한 입에 가득 넣으신다.
침이 "꼴깍꼴깍" 넘어갔다. 하지만 우리에겐 그보다 더 급한 게 있었다. 바로 꿩알이다. 삶아도 푸른 기운이 가시지 않고 온통 푸르스름한 꿩알 아홉 개.
"아부지 한나 드실라요?"
"느그들 묵어라."
하나씩 까서 소금에 찍어 입에 넣으려는 순간이었다.
"엄마 *꽁알."
"아가 우리 막내딸이 엄마 줄라고 가져왔어?"
"응."
동생은 아직도 재롱과 이쁜 구석이 남아 있다. 무슨 음식이 있을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께 먼저 드리고 먹는 버릇 말이다. 나는 손이 멋쩍었지만 이미 한입에 알을 넣고 씹고 있었다. 굵은 소금을 더 넣어 간을 맞췄다. 형제 둘 차지로 각 2개, 동생 3개, 어머니 2개씩 돌아갔다.
꿩알은 약간 풋내가 나는 듯했고 노린내도 풍겼다. 그 맛은 달걀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곤달걀 삶은 맛이다. 포근포근하기는 더했다. 간혹 삼밭에서도 주워왔던 꿩알은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추억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