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두 마리 씩이나 잡은 아들오창경
오전의 여정이 문화 관광이었다면 오후의 일정은 체험 코스로 짜여져 있었다. 5살 딸아이가 점점 싫증을 낼 즈음, 곤충 농장을 방문해 아이들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아직 애벌레 상태로, 성충을 보여줄 수 없어서 서운하다"는 임태교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우리는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하늘소 등의 애벌레 즉, 굼벵이를 보았다.
오전의 일정에서는 마지못해 따라오는 듯 했던 아이들은 임 사장님이 애벌레를 한 마리씩 잡아 보라는 말에 서로 먼저 해보겠다며 야단법석을 부렸다. 소심해서 애벌레 따위는 절대로 못 만질 줄 알았던 아들 녀석은 단번에 두 마리를 잡아서 의기양양했다.
곤충 체험장에 머무는 동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음 일정이 고구마 심기였는데, 운영진들이 난감해 하는 눈치였다.
"원래 고구마는 비 오늘 날 심어서, 비 안 오는 날 캐야 맛있는 고구마가 되는 겁니다. 우비와 장갑 다 준비해드립니다" 하는 안내자 김관식씨의 말에 일행들은 웃으며, 기운을 북돋았다.
일행들은 빨강, 파랑, 노랑 우비를 입고, 검은색 비닐 봉지로 신발을 감싼 이상한 패션으로 축축한 고구마 밭에 들어섰다. 마치 불시착한 외계인들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었다. 그러나 이를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