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본 <토요일 밤의 열기>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보고

등록 2004.05.11 01:21수정 2004.05.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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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의 열기>를 알리는 포스터
<토요일 밤의 열기>를 알리는 포스터

디스코의 향수

오래 전의 이야기지만 연극에 대해 잘 아는 체하며 국립극장에 연극을 보러 갔다가 중간 휴식 시간에 연극이 끝난 것으로 알고 나왔다가 창피를 당한 후 영화 외에 연극이나 뮤지컬 같은 분야는 의도적으로 피해왔다.


그런데 출장지에서 <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뮤지컬을 보러 가게 된 것은 순전히 그 제목이 주는 추억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70년대 말 디스코가 한창 유행일 때 소개된 <토요일 밤의 열기>라는 영화는 사실 놀라움이었다. 디스코란 춤은 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춤 정도로 알고 너도나도 디스코는 자신이 있다고 나서던 시절에 <토요일 밤의 열기>를 보고서 디스코란 춤도 정해진 동작이 있고 자기를 표현하는 아름다운 율동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으니 말이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음악적 소양이 그다지 없음에도 말레이시아 출장을 갔을 때 적지않은 입장료를 내고 그 나라 최고의 공연장인 이스타나 네가라에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를 관람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순전히 이러한 추억 때문이었다 하겠다.

전체 출연자의 댄스
전체 출연자의 댄스
이번에 공연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는 1977년 존 트라볼타가 주연하여 팝 문화의 혁명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명을 그대로 따서 호주에서 제작되어 18개월 예정으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을 순회하며 공연하는 뮤지컬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고 호주 시드니 공연에서는 하루에 1만2천 장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한다.

디스코 경연대회 모습
디스코 경연대회 모습
내용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이며 페인트 가게에서 일하는 토니라는 젊은이가 밤에 나이트 클럽에서 춤을 추며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다.


이 뮤지컬을 보면서 놀란 것은 실제처럼 꾸며진 디스코장의 무대였다. 실제로 무대 바닥에 총길이 2.5Km에 달하는 줄 조명이 설치되고 600개 이상의 조명과 특수음향효과를 통해 완벽한 디스코장을 재현한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귀에 익은 15곡의 히트곡들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의 감독은 'We will Rock You'와 'Grease'의 안무를 담당했던 알렌 필립스이고 호주의 신세대 가수와 댄서 31명이 출연하고 있다.

사랑을 찾은 후의 마지막 디스코 댄스
사랑을 찾은 후의 마지막 디스코 댄스

나는 문화적 미개인

관람을 위해 사전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찍 가서 표를 구했다. 7만원 정도 되는 A석을 사기에는 돈이 아까워 4만원 정도 되는 B석을 달라고 했더니 가장 좋은 위치의 A석이 딱 한 자리 남았다며 10% 할인해 주겠단다. 그 제의에 솔깃, A석을 사서 들어갔더니 좌우로 모두 커플들이 차지하고 한 자리가 남은 것을 내게 권유한 모양이었다.

숙녀들이 뮤지컬 구경 오느라고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쌍쌍이 좌우에 앉아 있어 외로운 늑대처럼 관람을 했는데 마지막에 또 한 번 외로움을 느껴야 했다.

마지막에 출연자 전원이 나와 디스코를 추면서 관객들도 일어서서 함께 추도록 하는데 짝이 없는 나는 멍청히 앉아 있다가 분위기가 고조되어 어수선한 틈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었다. 그랬더니 경비원들이 와서 등을 쑤시며 경고를 하는 바람에 겨우 몇 장만 건지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느낀 것은 내가 입장권을 구입하는 기준은 싼 것부터 시작되었는데 자리가 찬 곳을 보니 비싼 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입장해 있었다.

일본의 어떤 기업은 신입사원들에게 교향악단의 연주를 최고 비싼 로얄석에 앉아 들어보도록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면에서 아직 나는 문화적 촌놈이라는 것을 느낀 계기도 되었다.

주인공의 마지막 춤
주인공의 마지막 춤김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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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자연과 일반 관광으로 찾기 힘든 관광지, 현지의 풍습과 전통문화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생활정보와 현지에서의 사업과 인.허가에 관한 상세 정보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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