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교체설'에 당혹..."사의표명 안했다"

측근들 "물러나야할 사안 없다".... 열린우리당측 "당과는 무관"

등록 2004.05.24 20:45수정 2004.05.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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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자료사진).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자료사진).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나리오를 다 써 가는데 영화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이다. 시나리오가 나쁜 것도 아니고, 영화 제작 방향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장관 교체설에 시달리고 있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고민에 대해, 그를 잘 아는 한 문화계 인사는 이처럼 이야기했다.

이 장관은 최근 베트남을 다녀온 직후 문화계 지인(知人)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화관광부 장관 교체를 기정사실처럼 기사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적잖은 당혹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이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적도 없고, 노 대통령으로부터 그와 같은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다"며 "그러나 내 거취 문제를 놓고 최종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이 장관이 일을 잘못했거나 무리해서 물러나야 할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부서 안에서 중장기 프로젝트인 '문화 비전'을 진행하며 참여정부가 추진해야 할 문화정책을 열심히 리모델링하고 있는 상태였다"며 "그런데 어중간한 상황에서 물러나는 것에 대해 (이 장관이) 개운치 않아 한다"고 전했다.

이날 문화계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장관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고 한다. 평소 말수가 많지 않은 스타일인데다, 자칫 장관직에 연연해한다는 오해를 우려한 탓이다. 더욱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들은 바도 없는 상태에서 잘못 이야기가 전달될 경우 마치 인사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압박처럼 비쳐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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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교체 개입설'에 대해 우리당은 "사실무근"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이 장관이 그동안 참여정부 내각에서조차 '노 대통령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일을 도맡았고, 입각 당시 여러 차례 장관직을 고사하다가 받아들였을 때는 중장기적인 문화정책의 토대를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결격 사유나 하자 없이 중도하차 하는 식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본인도 안타까워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이 장관이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청소년교류약정을 체결하기 위해 직접 베트남을 다녀온 것도 사실은 이같은 논란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언론을 통해 교체설이 나도는 가운데 국내에 머물며 (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주변 인사들은 최근의 문화관광부 장관 교체설 배경을 두고 이 장관이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과 대립각을 세워 왔으며, 또 지난 4.15 총선 때 '징발'에 응하지 않아 열린우리당 지도부들과의 어색한 관계가 된 것 등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한 측근은 "이 장관이 총선 후에는 물러나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같다"며 "그러나 지금처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내리며 '불명예 퇴진'을 하는 듯한 모습은 전혀 아니"라고 씁쓸해 했다.

한편, 이 장관의 교체설과 함께 정동채 의원의 문화관광부 장관 입각설이 나돌자,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의 핵심 지도부인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15대 때부터 푸른정치모임 등을 통해 인연을 맺어왔던 정 의원을 민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쪽에서는 이창동 장관의 교체설과 당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우리당 지도부의 한 측근은 "정 의원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비서실장을 지내며 대통령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며 "만약 정 의원이 문화관광부 장관에 기용된다면 그건 철저히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판단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이창동 장관이 대중적인 인기와 지명도가 있고, 훌륭한 인품을 가진 분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장관으로서의 업무 능력 평가에 대해서는 문화계가 인식하는 것과 당의 생각이 다른 것은 사실"이라며 "17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할 언론개혁 등 전반적인 당정의 팀 플레이를 고려한다면 꼭 이 장관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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