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싶지 않다

[주장] 왜 김혁규 지사를 고집하는가?

등록 2004.05.26 14:17수정 2004.05.26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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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총리에 김혁규 전 지사를 꼭 임명하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라면 그동안 노 대통령을 지지해 온 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정치문화에 기대를 걸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소시민으로서 김혁규 전 지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는 필자가 그의 인간됨이나 정치 역량에 대해 논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를 기필코 임명하고자 하는 대통령의 깊은 뜻도 역시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김혁규 전 지사의 총리 임명을 강행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각 당이나 언론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배신자기 때문도 아니고 지역감정을 조장한 인물이기 때문도 아니다. 오직 단 한가지. 여론조사가 보여주듯 다수 국민이 아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대통령 탄핵이 문제가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다수 국민이 탄핵을 반대했는데도 강행했기 때문이다. 열린당과 대통령을 지지하는 편에서 탄핵을 반대하며 내세운 논리도 바로 국민의 뜻에 반하는 결정을 하였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으로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우려하는 것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민심을 바로 읽지 못하고 논리의 일관성을 무시하는 아전인수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물론 국민 다수의 여론이 꼭 옳을 수는 없다. 또 결정자의 판단이 옳을지에 대해서도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역시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결과 못지않게 과정이 중요한 민주주의 정치에서 검증된 것이 아닌 예측 뿐인 결과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은 옳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뜻과 맞지 않은 여론은 무시해 버린다면 국민은 일관성 없는 그 지도자를 믿고 따를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따를 수 없는 지도자는 그 존재 자체가 부정되는 것으로 어떻게 보면 탄핵보다도 더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최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달라진 행동에 필자는 약간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당내 보수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대통령 복귀 담화에 대한 논평에서 탄핵에 대해 사과하고 노 대통령에게 기대하고 지켜보겠다며 인정하는 자세를 보였다.

이는 상대당의 발표나 담화를 무조건 반대하고 비판하던 지금까지의 형태와는 다른 태도다. 국민들이 서로 상생하자고 여야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마당에 이에 화답을 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분쟁의 불씨를 만드는 모습은 참으로 보기 안타깝다. 이런 모습은 정치 혐오를 보여준 그동안의 기성 보수 정치인의 형태와 전혀 다를 바 없어 절망감마저 느끼게 한다.


노 대통령이 업무 복귀를 하고 난 후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복귀로 나라 사정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보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우려의 그림자만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조심스럽기만 하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며,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하였다. 아직은 김혁규 전 지사를 새 총리로 한다고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거나 임명한 것은 아니기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국민의 처지에서 생각해서 결정하기 바란다.

얼마 전 읽은 장자의 글을 떠올리며 부디 국민 다수가 실망하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기원한다.

당신은 정의의 실천을 주장합니다.
그러나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성공은 더한 갈등을 불러옵니다.
대궐 문, 사원 제단 주위, 여기저기에
기립하여 서 있는 보초는 다 무엇입니까?

당신은 자신과 싸우고 있군요!
당신은 정의를 믿지 않습니다.
권력과 성공만을 믿을 뿐이지요
적을 정복하고, 그의 나라를 빼앗은 후
당신은 지금보다 더 초조해 지고
욕망을 누르지 못하여
싸우고 또 싸울 것입니다.
좀더 완벽한 정의를 실천한다면서!

사랑받는 공평한 군주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고,
내적 진실이 요구하는 대로
그저 따라 가십시오.
당신의 강박관념으로
자신과 백성들을 들볶지 마십시오!
당신의 백성들은 마침내
편히 숨쉴 것이며,
그들도 살고
전쟁도 저절로 끝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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