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서예로 전하는 ‘통일’의 소망

[사람&사람] '통일시 서예전' 여는 대구 민자통 류근삼 의장

등록 2004.05.26 23:06수정 2004.05.28 08:48
0
원고료로 응원
a 원로시인이자 민자통 대구경북 의장인 류근삼씨가 '6.15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통일시 서예전'을 열고 있다.

원로시인이자 민자통 대구경북 의장인 류근삼씨가 '6.15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통일시 서예전'을 열고 있다. ⓒ 평화뉴스


지도에는 장산곶 마루가
철조망 한가운데 쳐진데 없이
금방 손에 잡힐듯한데
삼팔선 휘익 그어진 서해바다는
괴괴하기만하여
찡한 가슴 눈시울 붉히면서
백령도로 간다

- 류근삼 시인의 '백령도 I' 중에서 -



민족의 전쟁과 분단의 아픔을 직접 겪어왔던 원로시인 류근삼(64)씨는 삼팔선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눈시울을 붉어진다.

지난 10년간 대구지역에서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노래하는 시를 창작해 온, 민족자주평화통일(이하 민자통) 대구경북지회 의장 류근삼씨. 6·15공동선언 4년째를 앞두고 지난 25일부터 중앙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류씨의 ‘통일시 서예전’이 열리고 있다.

류씨는 그동안 자신이 창작했던 시를 골라 한 글자, 한 글자 통일을 소망하며 손수 붓글씨로 옮겼다. 이렇게 3년 동안 쓴 붓글씨 작품들 중 42점이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중앙도서관을 드나드는 젊은이들이 정식으로 전시회를 시작하기 전부터 관심있게 보고 가곤 했습니다. 사람에게 집회나 행사를 통해 통일의 중요성을 알려나가는 것도 좋지만, 저는 이번 서예전을 통해 문학과 예술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서예로 옮겨진 시들은 그동안 류씨가 4번에 걸쳐 발간한 시집에 실렸던 작품들뿐 아니라 최근 창작한 시들도 포함돼 있다.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소재로 한 것부터, 효순이와 미선이에게 보내는 시, 유니버시아드에서 만난 북측응원단에 대한 시 등 남북통일에 대한 바람과 진정한 평화를 바라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a '백령도 I' 앞에 선 류근삼씨.

'백령도 I' 앞에 선 류근삼씨. ⓒ 평화뉴스

류씨는 그동안 붓글씨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시작하지 못하다가, 5년 전부터 붓을 들기 시작했다.

기존의 글씨체를 익히는 것은 물론이고, 가로쓰기로 시를 옮기기 위해 직접 붓글씨체를 창작하기도 했다.


그동안 류씨를 지켜본 서예작가 박재갑씨는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연구하는 자세 때문에 몇 배 가치있는 예술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류근삼씨는 “아직 미숙한 단계입니다. 문학도 쉰이 넘어 뒤늦게 시작했는데, 서예도 이제 출발이에요. 하지만 죽을 때까지 이것으로나마 평화와 통일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깨우쳐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라며 겸손해했다.

이번 ‘통일시 서예전’은 29일까지 중앙도서관 1층 전시실에서 계속된다.

류근삼씨는 지난 1940년 대구에서 출생해 그동안 민자통에서 통일에 관련된 활동을 해왔고, 94년 54세의 늦은 나이로 대구 문학 계간지 ‘사람의 문학’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금까지 ‘거미울 고개’ 등 4권의 시집을 통해 대구의 정서가 묻어있는 평화와 통일의 시를 창작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집 정리 중 저금통 발견, 액수에 놀랐습니다
  2. 2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한전 '몰래 전봇대 150개', 드디어 뽑혔다
  3. 3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저는 경상도 사람들이 참 부럽습니다, 왜냐면
  4. 4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국무총리도 감히 이름을 못 부르는 윤 정권의 2인자
  5. 5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