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르포라이터 유재순 작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보아.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수수함이 돋보인다.박성조
오히려 '스맵(SMAP)'의 쿠사나기 츠요시(초난강) 같이 일상적으로 우리말을 사용하는 일본연예인이나, 한국에서 건너온 윤손하, 보아처럼 꾸준히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을 알리는 연예인들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왜냐면 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있게 지켜보니까.
아내는 윤손하에 대해 아주 흥미롭다는 말을 자주 한다. 윤손하의 일본어 발음이 비록 "나마리"라고 불리는 사투리식 억양이 섞여 있기는 하지만, 짧은 시간에 저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경이롭다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또 일전의 어느 다큐멘터리에서는 신주쿠 쇼쿠안도오리에 위치한 할인마트 '돈키호테'를 자연스럽게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그걸 보고서는 "연예인답지 않게 참 서민적인 거 같다"면서 놀란 표정을 짓기도 했고.
보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사히TV의 "마슈의 베스트TV"에 등장했을 때 밀리언셀러 가수답지 않은 소탈함에 아내는 '놀랍다, 재미있다'를 연발했다. 화장을 별로 하지 않은 용모에,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배시시 웃으면서 딴청을 피는 모습 등을 보면서 "귀엽다, 귀엽다"를 계속 외쳤다.
그들이 일본에서 연예활동을 하면서 별다른 스캔들 없이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은 나 역시 크다. 배용준을 중심으로 한 한류도 의미가 있지만, 윤손하와 보아를 통해 퍼지는 한류가 더 안정적이라는 느낌도 이런 그들의 활약에서 오는 것일 테다.
어느 날 문득 윤손하가 메인 진행자로 출연하고 있는 퀴즈프로그램을 아내와 함께 보는 도중 나는 아내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왜 윤손하와 보아는 한번도 같이 출연한 적이 없을까?"
아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한다.
"스타일이 비슷하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마이너스가 된다고 여긴 게 아닐까? 둘 다 생머리에 얼굴도 갸름하고… 윤손하 입장에서는 스타일이 비슷한데 보아쪽이 아무래도 어리고 귀여우니까 자기가 좀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테고, 보아 입장에서는 윤손하가 일본어에 더 능숙하고 성숙미가 있어 보이니까 반대로 생각할 테고."
들어보니 일리가 있다.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나에게 아내는 또 덧붙인다.
"둘 다 어떻든 일본에서 인기를 끌 스타일이야. 남자들이 좋아할 부분들은 다 갖추고 있으니까. 성에 관련된 좀 야한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빨개지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보통 일본 여자 연예인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매력이지."
그러고 보니 일전에 한국의 스포츠 신문에서 윤손하가 무슨 일본프로그램에 나와 성적인 모욕(?)을 받았다는 가십성 기사가 실렸던 적이 있다. 일본 최고의 개그맨이라 불리는 '아카시아 삼마'가 진행하는 쇼 프로그램에서 일어났던 해프닝인데, 나도 그 프로를 보았지만 그다지 거부감을 느끼지 못했다. 일본 프로그램은 워낙 성(性)적으로 자유로우니까.
그런데 한국의 윤손하 팬클럽이나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걸로 한바탕 난리가 났던 모양이다. 하긴 한국의 프로그램에서는 그런 성적 표현이 허용되지 않으니까. 이것도 문화의 차이인 셈이다.
그렇지만, 윤손하와 보아는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차근차근 일본의 중요한 연예인으로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배용준이나 원빈처럼 흥미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외국스타가 아니라 언제 어느 때고 텔레비전을 켜면 나오는 친근감 있는 연예인으로 둘은 성장하고 있다.
보아의 경우엔 벌써 그 나이 또래 일본 최고의 가수 반열까지 올라갔으니, 그 위치를 잘만 지켜내면 되지 않을까 할 정도의 안정감마저 든다. 아무튼 윤손하와 보아 덕분에 '일시적' 한류가 아닌 '안정적' 한류을 느끼면서 나와 아내는 일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고맙다. 손하, 그리고 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