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일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모의평가일이었다. 하지만 탈학교 학생인 나에게는 소외와 차별의 아픔을 느끼게 하는 날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나는 수능모의평가 시험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산에 나무를 심으러 가던 식목일 4월 5일에 나는 대입검정고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르고 나왔더니 벌써 해가 뉘엿뉘엿 져가고 있었다. 집에 와서 채점을 하고 난 다음에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제 고등학교 과정을 인정 받고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상반기 대입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어제 실시됐던 수능모의평가를 치르지 못했다. 이유는 '행정적 어려움' 때문이었다.
| | | 검정고시생 모의고사기회 박탈 문제있다 | | | 교육부에 올려진 한 청소년의 질의와 그 답변 | | | | 질 문 검정고시생 모의고사기회 박탈 문제있다
이번 6월달에 보는 모의고사를 4월 검정고시 시험을 본 학생들을 못 보게 하더군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려면 검정고시 합격증서를 4월 21일 전에 나눠 줘서 21일까진 모의고사 접수 기간에 검정고시생들을 접수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정상 아닙니까?
5월 6일날 합격증 나눠주면서 검정고시합격생들의 모의고사 참여 기회를 박탈하는 건 정말 문제있습니다. 만약 기회를 주지 않을 경우 각종 언론과 검정고시생들과 함께 이런 탁상 행정들을 규탄할 것입니다. 헌법에 나와 있는 평등권 즉 기회균등권을 박탈하지 마십시오 답 변 안녕하십니까? 귀하께서 질의하신 내용 중 수능 모의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게 되는데 본 수능평가와 똑같은 방법으로 실시한다고 합니다. 고3을 대상으로 함이 원칙이나 재수생과 검정고시 합격자로 제한되어 있다고 합니다. 합격증 교부시기와 모의고사 접수시기의 차이로 인하여 응시하지 못하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주관하는 기관의 행정적 어려움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추후 문제를 공개한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차후에는 검정고시 합격증 교부일과 모의수능평가 일정을 교육과정평가원에 고려하도록 하였으며, 귀하의 의견을 최대한 검토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아울러 9월 16일(예정)에 2차 모의수능평가가 실시될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부 전자민원실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 |
오른쪽 글을 한번 보자. 나와 같은 검정고시생이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번에 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모의수능평가시험을 볼 수 없었다.
4월 5일 치른 대입검정고시의 합격자 발표는 5월 6일에 있었다. 반면 모의평가시험 원서 접수는 4월 6일부터 시작해 4월 21일에 끝났다. 그리고 실제 모의평가시험은 6월 2일에 치러졌다. 결국 상반기 검정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자격을 확인받지 못해 이번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못했다.
대입검정고시 일시를 조금만 당기거나 합격자 발표를 좀 일찍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그리고 모의평가시험 원서 접수부터 실제 시험까지는 한달이 넘는 시간이 있는데 그것을 좀 줄여서 검정고시 합격자들도 상반기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리도 힘들고 복잡한 일인가. 이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탈학교생이나 검정고시생들을 배려하지 못한 교육부 행정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교육부는 답변에서 내년부터는 일정을 조정하겠다고 했다. 조정이 가능하다면 올해부터는 왜 그렇게 하지 않았나. 이건 탈학교나 검정고시생들을 염두에 두지 않은, 현역 입시생만을 생각하는 교육부 행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은 추세가 바뀌어 탈학교뿐만 아니라 조기 진학 등의 사유로 검정고시를 치는 사람이 많다. 그렇다면 그들도 교육부 행정이나 정책에서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번 시험에서뿐만 아니라 교육부 행정은 일반적으로 학교를 나온 사람들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교육부는 기존 교육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배려하는 행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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