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과의 통합? 처음부터 생각없었다"

[인터뷰] 한화갑 민주당 대표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10명으로"

등록 2004.06.07 13:17수정 2004.06.09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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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화갑 민주당 대표. 한 대표는 "재보선 승리는 민주당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을 확인했다"면서 민심이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돌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 한 대표는 "재보선 승리는 민주당이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발판을 확인했다"면서 민심이 열린우리당에서 민주당으로 돌고 있다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박준영이 민주당을 살렸다!"

박준영 후보의 전남도지사 당선이 유력시되던 5일 밤 10시경, 환희에 찬 선거운동원들은 이같은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만큼 민주당으로서는 전남지사 보궐선거가 중요했다.

원내 4당으로 전락해버린 민주당. 그들은 전남지사 보궐선거에 '올인'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은 압승. 민주당은 '기사회생'한 것일까. 아니면 '오래된 친구'로부터 '마지막 위로'를 받은 것일까.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재보선 승리을 안겨준 표심이 '위로' 정도에서 끝나지 않고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을 향한 '민심의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후보의 승리가 확정된 5일 자정, <오마이뉴스>는 전남지사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한 한화갑 대표를 민주당 선거대책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 대표는 승리요인을 "후보가 도민들로부터 전남을 책임지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도지사라는 것을 공인받은 것"이라며 '인물론'을 거명하면서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살리자는 대열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존폐위기까지 언급되던 민주당의 향후 진로에 대해 한 대표는 "재보선 승리는 민주당이 살아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면서 "곧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가서 과도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 외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론'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처음부터 우리는 통합을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중 전통민주당 지지세력들을 다시 우리 민주당이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흡수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민주당이 다시 되살아날 기반 확인"

a 지난 5일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에서 한 대표와 이정일 사무총장이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지난 5일 민주당 선거대책본부에서 한 대표와 이정일 사무총장이 당선 축하 전화를 받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안현주

- 전남지역 재보선 결과 민주당 완승이라고 할 수 있다. 소감은?
"우선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켜주신 전남도민에게 감사드린다. 이번 도지사 승리는 두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박준영 후보가 전남도민들로부터 전남을 책임지고 발전시킬 수 있는 도지사라는 점을 공인 받은 것이고, 두번째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시 민주당을 살리자는 대열에 동참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기 때문에 이번 선거를 계기로 해서 민주당이 다시 되살아날 기반을 확인하고 희망을 갖게됐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 당내 진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재보선 승리는 민주당이 살아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민주당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의 승리는 특히 민주당의 전통지지세력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우리 당을 외면했던 지지세력이 되돌아오는 것이 바로 '민주당이 재기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 지지세력을 계속 확보하는데 노력을 다할 것이다. 박준영 후보가 전남을 확실히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당 차원의 협조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 민주당 재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는데, 총선 이후 당을 추수르는 일이 진척이 없는 것 같다.
"누누이 밝혔지만 민주당은 앞으로 당비를 내는 당원을 중심으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곧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가서 과도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지도체제를 확립할 것이다. 또 현역 국회의원 9명이 저마다 민주당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갖고서 민생문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는 자세, 그리고 민족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 같은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시하고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의정활동을 펴나갈 것이다. 그리고 당의 운영은 경비를 절약하는 의미에서 자원봉사 중심으로 할 것이다. 필요하면 아웃소싱을 할 것이며, 태스크포스팀으로 운영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중앙당의 역할을 수행해 갈 것이다."

- 재보선 결과, '한나라당 압승-민주당 완승-우리당 참패'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대통령 집권 2년이 됐지만 내세울만한 업적이 없다. 지금까지 대선자금, 공직자비리, 공무원비리같은 사정만 맨날 계속했지 무슨 업적을 세워놓은 것이 없잖나. 국민이 생활속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업적이 없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있을 재보선마다 참패할 것이다. 이번 재보선은 업적이 없다면 언제든지 참패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열린우리당의 활동에 대해 평가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열린우리당이 업적을 쌓을 수 있는 기본요건을 겸비하고 있지 않다고 본다."

-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한나라당 사이에서 민주당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 민주당은 전통 중도개혁당, 서민정당이다. 이제는 이념에 의한 정당이 아니고 민생을 살피고 국민을 돌보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생활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지역주의 조장? 문제점 지적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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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안현주

- 기자간담회에서도 지적된 문제인데, 재보선 과정에서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비판이 있다.
"내가 반문하겠다. 우리 지지층은 전라도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라도라고 해서 '전라도 지지가 필요없으니까 당신들 지지안해도 좋소'라고 말하는 것이 정당활동일 수는 없다. 확고한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이 정당활동 아니냐. 기업에 비유하면 물건을 사준 고객을 관리하는 것이 기업전략 아니냐. 마찬가지로 정당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민들로부터 표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정치활동이 지역에서 출발하는 것 아니냐. 전라도 사람이 경상도에서 당선돼냐. 안된다. 자기 고향에서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중앙에 가서 지역 일을 아무것도 안하면 다음에 표 못 받는다. 그러니까 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을 중심으로 출발해야 한다. 지역을 떠나서 어디 인공위성에 가서 정치할건가.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이다."

- 지나친 것 아닌가.
"영남특위 문제는 영남발전을 우리가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 요체는 지역의 균형발전인데, 발전이 늦어지고 못사는 곳을 제쳐놓고 잘사는 곳만 잘살게 한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 재보선 승리가 민주당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것 같다. 그럼에도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경우 탈당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선거 도중에도 있었다. 탈당할 사람 있으면 탈당하라 이거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붙들 필요도 없다. 이런 사람들은 권력을 좇아가는 사람이고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보따리 짊어지고 나서는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한나라당에 갈 거 아닌가. 그런 사람을 말릴 필요가 뭐 있나.

그리고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한 선거는 기초단체장 두 곳 중 한 곳을 이겼다. 또 도의원 선거도 2곳 다 이겼다. 전라남도 선거의 목표는 우리가 100% 달성한 것이다. 다만 전북 2곳에서 광역의원 선거에서 실패했다. 그것은 지난 선거 때 열린우리당이 전북을 싹쓸이했기 때문에 아직도 확신을 못 가진 것이고 좋은 후보를 골라내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가 좋은 후보를 내놓고 경쟁을 하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재보선이 끝남에 따라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론이 제기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이 '하겠다, 안하겠다'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통합을 생각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끝나는 당이다.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중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들을 우리 민주당이 다시 흡수하고 있기때문에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 흡수돼야 할 것이다."

- '혼자서라도 지키겠다'고 했는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전직 의원들이 이목회라는 모임을 창립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런다고해서 통합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들(열린우리당)은 왜 (선거에서) 졌는지 원인분석도 안하고, 통합되면 공천받고 당선이 보장되느냐. 우리는 떨어진 사람은 재공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민주당에서 필요로하는 사람은 아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 10명으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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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안현주

- 민주당 도지사가 취임할텐데, 민주당 당세가 워낙 약해서 민주당이 과연 지역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지 의문도 있다.
"내가 하나 예를 들겠다. 지난번에 열린우리당에서 영남발전특위 만들었을 때, 맨 먼저 민주당이 그 부당성을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지역 출신 의원들은 많지만 나중에 지적했지 처음에 지적한 사람 있었나. 그리고 11명이 장성에 진급했는데 전라도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민주당이 성명을 내서 지적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지적했느냐. 지적한 사람이 없다. 잘못된 것은 민주당이 지적한 것이다. 그것이 균형있는 지역발전과 자기 지역에 대한 목소리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렇게해서 지역에 필요한 예산활동과 정책대안 제시를 통해서 중앙정부에 정당하게 요청해서 실천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그것이 국회의원이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은 수의 많고 적음에 영향받는 것이 아니라, 주장의 타당성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민주당이 타당성 있는 주장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전남은 국비지원 가지고는 발전할 수 없다. 외자를 도입해야되기 때문에 전남지사에게 외자도입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구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해외인맥을 소개해서 외자도입에 협조하게 하는 것이다."

- 국회가 개원했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해 민주당의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극복해 갈 것인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단기필마로 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내가 대표다'는 자세로 책임감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하면 된다. 그리고 과거에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민주당 수석부총무할 때 교섭단체수를 10명으로 하는 법안을 2000년 7월 날치기 통과시킨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민주노동당에서 10명의 수로도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천정배 대표가 과거 자기 행적으로 봐서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것을 지원할 것이다."

- 이전에 민주노동당에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는데.
"그건 안된다. 제안해본 적도 없고 제안할 이유도 없다. 장전형 대변인이 대변인 개인자격으로 제안했을 뿐이다."

- 재보선 결과가 한나라당 압승, 민주당 승리, 열린우리당 참패로 정리할 수 있다. 향후 정계변화 전망은?
"열린우리당은 날이 갈수록 보궐선거를 통해서 숫자가 줄어들 것이다. 이건 명약관화한 것이다. 왜냐면 앞으로 업적을 세워서 그것을 평가받을만한 요건이 못되고 지금상태가 지속될 경우 열린우리당의 보궐선거에서의 승리는 기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 텃밭에서 보궐선거는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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