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혁' 등 전국단위 교회노조 떴다

한국 최초로 전국 단위의 종교단체 노동조합이 정식 설립됐다. 이로써 교계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북부지방노동사무소는 2일 이길원(49·인천 계양구 서운동 경인교회) 목사가 지난 5월 6일 제출한 '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이하 교회노조) 설립신청서에 대해 정식 신고증을 교부했다.

이 목사는 지난 4월 29일 인천계양지역 기독교회노조 설립을 주도한 인물. 이번 교회노조에 대한 신고증 발부로 지역 교회노조 설립 한달만에 전국단위 교회노조로 확대됐다.

교회에 노조가, 그것도 전국단위의 교회노조가 설립신청을 한 것에 대해 인천북부지방노동사무소는 적잖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사무소에 조합설립 신청서가 접수되면 통상 1주일 안에 신고증이 발부되지만, 교회노조의 경우 교계 안팎의 논란을 의식해서 한 달 동안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마친 후에 신고증을 발부했다.

인천북부지방노동사무소가 노동부 노동조합과에 문의한 결과 "교회 종사자의 경우 비록 종교단체에 근무하고 있으나, 그 근무 관계의 성격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아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라면 노조법 소정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며 현행법상 교회노조의 설립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노조 설립에 대해 교계 안팎에서 '교회의 특수성'과 '노동의 보편성'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지만, 일단 주무 행정관청에서는 "종교단체라도 노동법 적용에 예외가 아니라"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교회노조 무슨 활동 벌이나

최근 개편한 교회노조 홈페이지(www.gdnojo.org)에는 이와 관련 찬반양론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교회노조에 대한 기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 또한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교회노조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한국 교회에서 교회노조 운동이 과연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전국단위 교회노조가 공식적으로 결성됨에 따라 향후 교회노조가 어떤 활동을 벌여나갈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달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목사는 "우선 조합원들의 권익·근로 조건·지위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대형교회의 전횡 및 세습 타파 문제와 같은 교회개혁 과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목사는 "교회노조 역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행사하는 데 주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체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 교회노조 차원에서 단결권·단체협상권·단체행동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7일 전화통화에서 "현재 서울 강서구 H교회를 대상으로 단체협상을 준비 중"이라며 "부당한 해고 조치 금지와 열악한 근무환경이 주요 협상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원의 수가 증가하면 교회 내 비정규직 문제는 물론, 내부 고발자 보호·교회 경영 투명성 확보·대형교회 세습 문제 등을 본격적으로 제기할 계획이다. 상급단체 가입을 통한 연대투쟁 강화 방안도 적극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목사는 "민주노총·시민단체·기독교 NGO 등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에 일정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일부 대형교회들이 보이고 있는 보수적 정치행보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7월초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교회 셔틀버스 운행중단' 시위 계획중

▲**7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건물 앞에서 교회셔틀버스 운행금지를 촉구하는 교회노조 조합원**전국기독교회노동조합

교회노조는 당분간 자체 조직을 구성하고 정비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각 지역별 교회노조 지부를 구축하고 조합원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교회노조 운동의 확산을 차원에서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평신도와 담임목사를 준조합원 자격으로 받아들일 계획도 있다.

5명으로 시작한 노조원 수는 최근 100여명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목사는 "현재 우리가 파악하는 노조 가입 대상자는 15~20만 명인데 그 중 1%만 가입해도 대형교회의 횡포를 견제할 수 있다"며 가입 노조원 확보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중소교회들의 노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현안인 '대형교회 셔틀버스 운행 금지' 문제도 본격 제기할 계획이다.

교회 노조는 "대형교회의 셔틀버스 운행으로 인해 중소형 교회는 고사 상태에 빠져 있다"며 "관련 법 개정을 위한 1인 시위와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교회노조는 오는 7월 초에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목사는 "지금은 교회노조가 힘이 미약하기 때문에 대형교회 전횡의 상징인 셔틀버스 운행 문제를 제기하지만, 조금씩 역량을 쌓아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을 위한 밑거름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