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구별 못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

[주장]열린우리당은 17대에 대한 국민의 희망을 저버리지 마라

등록 2004.06.08 17:24수정 2004.06.09 11:33
0
원고료로 응원
안희정씨에 대해 열린우리당 의원 82명이 선처를 요구한 것은 참으로 생각이 모자란 철없는 행위로 보인다.

탄원서에서 "안씨가 자금을 급하게 구했던 시점은 대통령 후보 경선 때였을 것"이라며 "급한 마음에 자금을 마구 모으기도 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당내 경선자금 관리방안에 대한 법과 제도의 미비로 본의 아니게 불법과 편법을 범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안희정씨를 옹호했다.

안희정씨가 법을 위반한 배경을 속속들이 아는 동지로서 여러 가지 아쉬운 마음인 것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안희정씨와 탄원서에 서명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모범적으로 법을 준수해야 할 공인이다.

공인이 공사를 분명하게 구별하고 냉정하게 처신하지 못한다면 여기서부터 부정과 부패의 싹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법과 제도의 미비 탓에 벌어진 일이라고 선처를 한다면 그동안 많은 서민들이 법을 잘 모르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저지른 절도와 의도하지 않은 사기 그리고 생계형 범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탄원서도 제출해 줄 것인가.

그동안 우리 국민은 명백한 범법 사실이 있는데도 일반 서민과는 달리 국가에 이바지했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선처받거나 형량이 가벼워지는 경제인, 공무원, 정치인들을 수도 없이 많이 보아 왔다.

특혜와 특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크고 부정과 부패의 뿌리가 깊은 국가인 만큼 정치인이나 상류 지도층에 대해 엄격히 법을 적용해야 하는데도 개혁을 하겠다는 열린우리당의 다수 국회의원이 이러한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은 국민의 희망을 짓밟는 행위다.

바로 몇 달 전 16대 국회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 7명에 대한 체포동의안의 부결이나 서청원 석방 동의안과 무엇이 다른가. 당시 그 부당함을 주장하던 열린우리당의 목소리는 다 헛된 것이란 말인가.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엄격한 기성정치인의 폐습을 답습하는 것 같아 몹시 실망스럽다.


열린우리당은 탄원서에 서명한 82명의 이름을 공개하고 탄원서에 서명한 의원들은 탄원서 제출을 철회하고 국민에게 사과를 하여야 마땅하다. 비록 잘못을 했지만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희망을 계속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전국 최고 휴게소 행담도의 눈물...도로공사를 향한 외침
  2. 2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쌍방울 법인카드는 구속된 김성태를 따라다녔다
  3. 3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꽝" 소리 나더니 도시 쑥대밭... 취재기자들도 넋이 나갔다
  4. 4 "관광객들, 경치는 좋은데 물은 똥물이라고..." "관광객들, 경치는 좋은데 물은 똥물이라고..."
  5. 5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윤석열 퇴진' 학생들 대자보, 10분 뒤 벌어진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