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벌써 피서지에박수호
조용히 독서를 즐기고 있는 학생 뒷편으로 옹기종기 둘러앉은 또 다른 학생들이 기타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또 한켠에서는 돗자리에 누워 낮잠을 청하고….
피서지 풍경이냐고? 아니다. 시멘트 바닥에, 그늘도 없는 캠퍼스 한켠에 줄줄이 자리한 학생들 이야기다.
누가 학생들을 시멘트 바닥으로 내몰았는가?
사연은 이렇다. 고려대는 하계 방학 기간 중 낙산·대천 학생수련관 사용 신청을 매년 받아왔다. 값은 저렴(1박 기준 1인당 2000원)하지만 공간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 사이에 '조금이라도 먼저 신청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때문에 신청 접수 전날부터 각 동아리, 학회, 학과 등 교내 '알뜰파' 단체들의 격전장이 펼쳐진다.
이들 단체는 사용 신청 전날부터 아예 돗자리를 펼쳐 놓고 자리에 앉아 아파트 '청약 열기'를 방불케 했다.
올해 접수 기간은 9일과 10일 이틀간이지만, 8일 오전부터 자리를 잡은 학생들로 사용 신청을 받는 학생지원부가 자리한 4·18기념관은 장사진을 이루었다. 아침부터 자리를 잡고 앉았다는 법과대 정두호(22)씨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말에 아침부터 나와 학회원들마다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