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조중동에게 칭찬받는 노 대통령

11일자 사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방침 일제히 지지

등록 2004.06.11 14:02수정 2004.06.1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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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아파트 원가 공개 여부 대통령 말이 옳다'.
6월 11일자 조선일보 사설 '아파트 원가 공개 여부 대통령 말이 옳다'.조선일보 PDF
"대통령 말이 옳다."
"노 대통령 잘했다."
"대통령도 아니란다."

'응원' 문구를 연상시키는 조·중·동 10일자 사설이다.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반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9일 발언에 대한 칭찬 일색이다.

특히 <조선일보>는 '경제학 교과서 첫머리' 운운하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라고 지적, 상당수 국민들의 원가공개 요구를 폄하하기까지 했다.

최근 KBS1라디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행한 전국민 경제의식 전화조사결과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응답자 중 86.9%(매우 44.3%, 찬성하는 편 42.6%)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반대하는 의견은 10.8%(반대하는 편 8.7%, 매우 2.1%)에 그쳤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밝힌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반대 논리는 "분양원가 공개 → 아파트 공급감소 → 아파트 가격 상승 → 서민 내집마련 부담 증가"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참여연대와 경실련은 한결같이 "이해할 수 없는 논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 "원가공개 주장,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


참여연대 문혜진 팀장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원가 공개라는 요인 하나만으로 아파트 공급 감소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 후,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조선일보가 그렇게 원가공개를 반대하면서도 서민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0일 논평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여부에 대한 논란을 뛰어넘어 서민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방안이 중요하다"며 ▲분양가원가연동제는 강력한 가격안정정책 ▲분양원가공개는 투명성 확보를 통한 간접적 효과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을 오랫동안 벌여온 경실련 박정식 팀장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공급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원가를 공개할 경우 공급을 안해버리겠다는 건설업자의 협박을 그대로 읊어대는 짓"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 팀장은 "원가 공개로 공급이 감소하려면 업체 간 담합이 가능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조선일보의 주장은 대놓고 건설업자들에게 담합을 하라는 이야기와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박 팀장은 "조·중·동의 수익구조라는 게 광고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고 그 상당 부분을 부동산 광고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원가공개를 반대하는 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도 "서로 칭찬해 주기 바쁜 노 대통령과 조·중·동을 국민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두려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대안도 없이 건설업자 편드나"

조선보다는 약한 논조였지만 <동아일보> 역시 "주공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수도권 및 대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임대주택 건립과 지방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수도권사업으로 메우는 주공의 사업구조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피해는 서민층에 돌아갈 우려가 크다"고 지적 노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10일 논평에서 "이미 임대아파트 건립비용으로 국가재정 및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으면서 또다시 부당하게 얻은 분양수익으로 임대아파트 손실분을 메워나간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공이 정말 분양수익을 임대아파트 건립에 사용한다면 더욱 소비자에게 아파트의 분양원가를 공개하여 공기업의 도덕성과 투명성확보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일보>는 "노 대통령이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시장친화적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고만 평가했다.

다음은 11일자 조·중·동 사설 전문이다.

[조선일보] 아파트 원가 공개 여부 대통령 말이 옳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 의원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주택공사가 사업자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한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는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 대통령은 "장사하다 보면 10배 남기기도, 10배 밑지기도 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것인 만큼 시장을 인정한다면 원가 공개는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원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는 뜻이다.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측의 궁극적인 목적은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려는 것이다. 그래야 서민들의 내집 마련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가격이 낮아지면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어난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의 첫머리에 나오는 기본 원리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전체 주택가격이 오르게 되고, 초과 수요가 발생하면 투기가 일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은 훨씬 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 때문에 오히려 서민들이 고통받고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원가 공개 반대에 대해 "당혹스럽다"고 말한 민노당 의원에게 대통령이 "원가 공개가 왜 개혁적이냐"고 반박한 뜻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제는 열린우리당도 이 문제에 대한 혼선을 정리해야 한다. 집권당이 당·정 협의를 통해 분양 원가 공개를 사실상 백지화했다가 개혁 후퇴라는 비판 한마디에 꼬리를 내린 것도 한심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내 소신을 모르고 (원가 공개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여당의 눈치없음을 탓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당·정·청이 사전 정책 조율을 통해 이런 혼선을 막았어야 했고, 그게 정상적인 국정 운영의 모습이다.


[중앙일보] 盧대통령 정책현안 정리 잘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엊그제 민주노동당 의원들과의 만찬 석상에서 몇가지 국가 현안에 대해 명쾌하게 입장을 설명했다.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말이 달라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거나 국민 사이에 치열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의 속내를 밝히고 교통정리를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노 대통령의 경제정책 방향도 시장친화적 현실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스럽다.

노 대통령은 우선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에 대해 "장사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건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원가 공개는 열린우리당의 17대 총선 공약이었고, 최근 당정협의 과정에서 원가 공개 대신 원가 연동제 검토 쪽으로 기울자 시민단체와 한나라당, 심지어 여당 내에서조차 '개혁의 후퇴'라고 반발하고 있는 사안이다.

노 대통령은 쌀시장 개방 문제에 대해 "개방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고 했고, 민노당의 공약인 부유세 신설 문제에 대해선 "부유세 하려다 저항에 부닥치면 진짜 해야 하는 개혁은 못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특히 "경제가 활성화하면 세금이 더 많이 걷히게 될 텐데, 그것을 통해 분배를 이뤄나가는 것이 좋다"는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노 대통령이 최근 "경제위기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생긴 시장의 의구심을 어느 정도 불식해준 발언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당정 간 혼선을 좀더 빨리 정리할 수는 없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나 이라크 추가 파병 등을 둘러싼 엇박자는 진작 해소했어야 했다. 원가 공개를 놓고 당과 정부가 핑퐁을 거듭한지가 언젠데, 이제 와서 "당이 내 소신을 미처 확인하지 않고 공약해 차질이 생겼다"는 건 무책임해 보인다.

여당 의원 40%가 파병문제 재검토에 동조하는 서명을 할 동안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별다른 설득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와 여당 간 불협화음이 반복해 나오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깊어졌다. 여권은 당정 간에 효율적 정책 조정 시스템을 빨리 갖춰 각종 현안의 해결방안에 대한 가닥을 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대통령도 개혁 아니라는 '원가 공개'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여당 총선 공약인 주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며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부유세 신설, 파견업종 축소를 통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쌀시장 보호 등 민노당 지도부의 다른 제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같은 견해 차이는 정책의 득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시장경제의 효용에 대한 믿음, 경제 개방 현실에 대한 이해의 차이에서 나왔겠지만 우리는 대통령의 생각이 옳다고 본다.

주공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수도권 및 대도시 아파트의 분양가가 낮아지는 효과는 있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립과 지방사업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수도권사업으로 메우는 주공의 사업구조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피해는 서민층에 돌아갈 우려가 크다. 대통령이 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시장경제 원리를 무시한 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산업 공동화(空洞化)를 앞당겨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줄일 것이다. 자본이 제약 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시대에는 부유세가 부(富)의 해외 탈출을 조장한다는 사실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시장경제와 개방은 국민 다수가 절대 빈곤에 허덕이던 우리나라를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다.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는 있지만 개방형 시장경제의 근본원리까지 훼손하면 성장 잠재력은 떨어지고 경기침체는 심화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에 대해 흔들림 없는 소신을 보여줘야 한다. 말로만 그치지 말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야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혼선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 대통령이 타당한 논리로 반대한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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