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혐의' 이원수 이름 딴 백일장 없앴다

양산문화원 8년째 개최 뒤 폐지, 각종 기념사업 재검토 여론

등록 2004.06.11 17:16수정 2004.06.16 19:50
0
원고료로 응원
▲ 아동문학가 이원수의 생전 모습(사진은 창원 '고향의 봄 도서관'에 있는 사진을 다시 촬영한 것임).
ⓒ 오마이뉴스 윤성효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의 고향인 경남 양산에서 그의 이름을 딴 백일장을 8년째 진행해오다가 최근 친일혐의 사실이 밝혀지자 폐지해 관심을 끈다.

양산문화원(원장 이종관)은 지난해까지 '고 이원수 추모 학생한글백일장'을 열어왔다. 이 행사에는 해마다 초중고등학생 1000여명이 참석해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이원수의 이름을 딴 백일장이 폐지됐다. 지난 3일 열린 백일장의 이름은 '제1회 양산사랑학생문예백일장'이었다. 양산문화원이 이원수의 이름을 딴 백일장을 폐지한 이유는 그가 친일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

양산문화원 김규봉 사무국장은 “최근 그의 친일 행적이 밝혀져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그의 이름을 딴 백일장을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원수는 ‘고향의 봄’과 ‘오빠생각’ 등의 동요를 지어 널리 알려진 아동문학가. 그의 친일 행적은 이태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남대 박태일 교수는 최근 펴낸 저서 <부산.경남 지역문학연구1>에서 “이원수는 ‘지원병을 보내며’ ‘낙하산’ ‘보리밧헤서’ ‘고도감회’ 등의 부왜 작품을 썼다”면서 “그가 남긴 작품에 담긴 부왜의 뜻과 열정이 사뭇 진지하기에 ‘생계형’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a 창원 '이원수문학관' 입구 모습.

창원 '이원수문학관' 입구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마산 창원 양산에 ‘노래비’ ‘고향의 봄 도서관’ 등 세워져

이원수의 친일 혐의가 드러나자 그를 기리는 각종 사업이나 기념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는 경남 양산에서 태어났고, 마산과 창원 일대에서 살았다. 이런 탓에 동요 ‘고향의 봄’ 노래비가 창원과 마산, 양산에 있다.


이원수가 창원에 살면서 ‘고향의 봄’을 작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창원시는 ‘고향의 봄 도서관’을 지었으며, 그 속에 ‘이원수 문학관‘을 두고 있을 정도다.

최근 그를 기리는 기념사업 중에 논란이 되는 것이 양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이원수 기념사업’이다. 양산시는 북정동에 15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향의 봄 동산’을 건립하기로 하고, 올해 3월 시의회로부터 터를 사기 위해 42억원을 확보해 놓은 상태다. 양산시는 5만1000여㎡에 생가 복원과 기념전시관 건립, 문학동산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a 창원 '고향의 봄 도서관' 내 '이원수문학관'의 연보. 연보 속에 "1942년, '지원병을 보내며' 등 친일작품 발표"라 적혀 있다.

창원 '고향의 봄 도서관' 내 '이원수문학관'의 연보. 연보 속에 "1942년, '지원병을 보내며' 등 친일작품 발표"라 적혀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양산시 150억원 들여 기념사업 계획, 최근 재검토 여론 높아

양산시는 “국민동요(고향의 봄) 노랫말을 만든 양산이 낳은 아동문학가 고 이원수 선생의 문학적 위업과 문화적 유산을 보존 전승하기 위해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선생의 생가가 있는 양산지역의 문화적 유산 보전과 시민의 자긍심 고취를 위한 차원”이라고 사업 추진배경을 밝히고 있다.

최근 이원수의 친일 혐의가 드러나자 기념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태일 경남대 교수는 “대대적인 기념사업은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비슷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양산참여자치시민연대 한 관계자는 “친일작품 시비까지 일고 있는 시점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면서 “시가 시민공청회 등을 열어 사업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양산시청 문화체육과 담당자는 “친일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면서 “과오도 있지만 아동문학의 업적도 있고 우리 고장 출신이니 어느 정도 기념하는 것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양산은 신흥도시라 공원이 부족해 시민휴식공간 확보 차원에서 공원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만약에 문학관을 지을 경우 이원수 선생을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친일 행적도 함께 언급해 어린이들의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 말했다.

a 창원에 있는 '고향의 봄 도서관'.

창원에 있는 '고향의 봄 도서관'. ⓒ 오마이뉴스 윤성효



관련
기사
- '고향의 봄' 작사 이원수, 생계형 친일 아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일타 강사처럼 학교 수업 했더니... 뜻밖의 결과
  4. 4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5. 5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