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광주의 한 전자매장에서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 보도를 지나가던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안현주
"'탄핵 방송 편파 보고서'는 방송 저널리즘 내용분석 연구의 기념비적 성과다." (13일 한국언론학회 윤석민 총무이사가 <오마이뉴스>에 보내온 기고문 중)
"탄핵사태의 역사적 맥락과 문제의식은 외면하고 기계적 중립주의와 양적 균형이라는 외형적 잣대로만 분석했다."(14일 발표한 KBS 입장문 중)
최근 공개된 한국언론학회 탄핵방송 보고서 결과에 대한 언론계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특히 언론학회가 언론·시민단체들 비판에 적극 반박하면서 '탄핵방송 보고서' 논란은 학계, 방송계 등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논란은 탄핵방송 심의 대상인 방송사로 번지며 제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KBS는 언론학회 보고서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고 MBC, SBS도 회사 차원의 입장을 준비 중이다.
이보다 앞서 언론·시민단체와 방송 현업인, 학계 등에서는 언론학회 보고서에 대해 '기계적 균형을 근거로 방송 공정성을 판단한 것은 구시대적 처사이자 정치적 편향"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학자 출신의 이효성 방송위원회 부원장도 지난 11일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과 동일어가 아니다"는 요지의 반박문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하기도 했다.
또 언론학회 소속 일부 학자들은 방송위원회 연구의뢰 및 언론학회 연구진 선임과정의 불투명성과 함께 공정성 기준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언론학회 집행부는 지난 13일부터 이번 보고서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양질의 보고서라는 학회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KBS "공정한 분석 위한 재조사해달라"
이처럼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탄핵방송 분석 대상자인 공영방송 KBS가 14일 오후 '기계적 균형은 공영방송이 추구할 공정성이 아니다"며 언론학회 해석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KBS는 먼저 언론학회가 탄핵방송이 공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 뒤 "탄핵사태의 역사적 맥락과 문제의식은 외면하고 기계적 중립주의와 양적 균형이라는 외형적 잣대로만 분석했다"고 비판했다.
KBS는 이날 이같은 요지를 담은 입장을 발표하고 공정한 분석을 위한 재조사를 방송위원회에 촉구했다. KBS는 또 이번 연구결과를 주제로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공개토론회 개최와 함께 신문, 방송, 인터넷매체 등의 탄핵보도 공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위원회 설치도 요구했다.
KBS는 언론학회 보고서를 빌미로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강화하려는 일부 정치권과 일부 신문의 선정적인 보도에 우려를 나타나기도 했다. 이어 KBS는 내부 공모자를 배제하고 특정 교수들을 책임연구원으로 선정한 경위를 포함, 보고서 작성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언론학회에 주문했다.
방송위원회 "방송3사 의견진술 30일로 늦춰"
한편, MBC도 이번 탄핵방송 보고서와 관련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SBS도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를 분석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판단, 오는 16일로 예정된 방송사 의견진술 청취를 30일로 연기해줄 것을 방송위원회에 요청했다.
SBS 심의실 관계자는 "이번 탄핵방송은 위에서 누가 시켜서 한 게 아니라 기자와 PD의 개인적 양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보고서를 자체 검토한 뒤 우리 입장을 떳떳하게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송위원회는 이날 "KBS와 MBC는 보고서 분량이 방대하여 이에 대한 답변 준비의 촉박함을 들어 의견진술 지정일을 2주 늦춰줄 것을 14일 공문을 통해 위원회에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방송위원회 보도교양제1심의위원회는 16일 오전 회의에서 관련 사항을 보고받고, 6월 30일 개최되는 회의에서 방송사 의견진술을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