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5·18 원죄'에서 벗어날까

지역화합특위 출범... 점점 기지개 펴는 '서진 정책'

등록 2004.06.23 11:55수정 2004.06.3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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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호남과 화해할 수 있을까. 호남민들이 한나라당을 정치적 선택의 한 대상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최근 호남 민심을 향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지난 17일 한나라당은 호남대책의 일환으로 지역화합발전특별위원회(이하 화합특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호남 프로그램' 가동에 나섰다.

화합특위는 충청권과 호남권 등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없는 지역에 대한 중앙당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지역민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서 구성됐지만, 주로 호남과의 관계 개선 모색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이같이 한나라당이 전담 특위까지 구성하고 나선 것은 전신인 신한국당은 물론 과거 한나라당의 '호남 포기전략' 혹은 '포위전략'과는 대조적이다.

전담 특위 구성한 한나라당... 호남과 '화해' 모색

a 한나라당이 최근 전담 특위를 출범시키는 등 호남을 향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18민주화운동 2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묘역 참배 중 5·18 유가족을 만나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근 전담 특위를 출범시키는 등 호남을 향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5·18민주화운동 2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표가 묘역 참배 중 5·18 유가족을 만나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현주

물론 총선이나 대선 등 선거가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은 호남관련 대형 SOC 투자계획이나 5·18 관련 공약을 내세워 호남표심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면피용'에 가까웠고 지지율 2%~6%라는 비참한 결과가 돌아올 뿐이었다.

이번 한나라당의 시도는 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이 아닌 나름대로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아직까지 실천 의지와 실효성 여부에 회의감이 더 많지만, 달라진 한나라당 의원들의 인적구성과 적극적인 당내 인식 등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이다.

화합특위는 지난 17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정의화 의원 등 11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출범했다. 화합특위는 이날 회의를 통해 지역구 의원이 없는 지역과 관련 ▲지방방문을 통한 여론 청취 ▲당 예결특위원과의 지역 간담회 ▲지역현안 추진을 위한 특별법 등 지원방안 마련 ▲지역의 강연회와 토론회 개최 등 기본 활동 방향을 설정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는 7월 예정인 전당대회를 광주에서 개최하는 것과 핵심 당직자들이 국립 5·18 묘역을 참배하도록 독려하는 방안 등도 논의됐다.

화합특위 회장은 정의화 의원이 맡게됐다. 정 의원은 지난 94년 발족한 영호남민간인협의회 회장 출신이다. 정 의원 외에 광주 출신인 심재철(당 정책위 부의장) 의원과 이인기·홍문표·안희식 등 광역시도당 위원장 등이 부위원장으로 참여하고 있고, 권영세·김양수·김재경·배일도·박찬숙·박형준·전용학·이정현 등 18명의 전현직 의원 및 지구당위원장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또 당의 지원을 위해 박희태 국회부의장, 이강두 당 정책위의장, 전북출신의 김덕룡 원내대표, 이환의 광주시당위원장, 신경식·현경대 의원 등 6명을 고문으로 위촉했다.

호남대책 왜 나왔나

a 한나라당 당내에서는 "호남 민심을 얻지않고는 차기 대권을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대 대선 당시인 2002년 12월 6일 광주를 방문한 이회창 당시 후보.

한나라당 당내에서는 "호남 민심을 얻지않고는 차기 대권을 장담할 수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6대 대선 당시인 2002년 12월 6일 광주를 방문한 이회창 당시 후보. ⓒ 오마이뉴스 이종호

특위의 구성은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호남, 충청, 제주지역에 대한 대책이 없이는 차기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제1당의 자리를 내준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수도권과 영남을 제외한 취약지역의 교두보 확보가 급하다. 특히 "아예 신경쓸 모양새 조차 갖추지 않았던"(호남한 당직자의 말) 호남지역을 향한 한나라당의 발걸음은 '영남당'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전국정당화를 추구하려는 움직임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당내에서 '호남과의 화해' 기류는 지난 17대 총선 전부터 간헐적으로 제기돼왔다. 17대 총선 당시 홍준표 의원은 5·18 관련 인사의 비례대표 후보 선정을 주장하면서 "가해자 입장에서 20여년 이상 광주와 담쌓고 살아왔는데 이제 5공과 6공 세력이 허물어진지 오래됐다"면서 "광주와 화해해야 될 시기가 아니냐, 소위 인적인 화해를 위해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홍 의원의 주장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5·18 제24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표, 진영 비서실장, 김덕룡·김문수·원희룡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하면서 정치적 화해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화합특위는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다.

정의화 화합특위 위원장은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은 호남인사 비례대표 선정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후보출마도 거의 없었다"면서 "사실상 호남포기 전략인데, 이 전략 자체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정권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5·18과 관련 "5공과 6공 세력이 현재는 없지만 한나라당은 그 후신 정당으로서 원죄를 가지고 있다"면서 "(호남을) 소외시켜왔던 것과 5·18에 대해 사과해야 하며, 박근혜 대표나 책임자가 적절한 시기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과라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옮기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요조찬모임에서 참여하고 있는 박형준 의원도 "호남인을 소외시켰고 아프게했던 부분에 대한 진지한 반성에서부터 출발해야한다"면서 "당장의 지지율 제고보다는 한나라당이 최소한 호남에서 '정치적 선택의 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한다"며 그 목표치를 전하기도 했다.

호남대책 필요성에는 공감... '실효성 한계' 지적도

그렇다면 이에 대한 한나라당 당내 분위기와 여건은 어떨까.

우선 정의화 위원장은 "분위기가 좋다, 특위 구성도 중앙상임위원회에 제안해 박근혜 대표는 물론 위원들이 동의해서 구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최소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이 확보돼 체계적인 계획 추진이 가능하고 그만큼 힘이 실린다는 것이다.

박형준 의원은 호남대책 실천과 관련 당내 인적구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과거 5공과 6공 인사들은 넓게 잡아도 몇 명 안된다, 인적구성이 많이 달라져 진지한 여건이 형성된 것이다"고 내다봤다. 이어 "초선의원들이 많아 역사적 부채에서 더 자유롭고 진실로 과거 소외에 대해서 마음아파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각에 대해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홍준표 의원은 생각이 다소 다르다. 지난 총선 전부터 호남대책을 제기해왔던 홍 의원은 "호남이 한나라당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5·18 가해자 정당'이고 '영남정당'이라는 것인데,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핵심"이라며 "특위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현재 논의는 피상적이고 이벤트 성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벤트는) 결코 호남민에게 호응받지못할 것이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그는 '인적청산'을 언급하면서 "국가전략 발전연구회 차원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논의되지 않았지만 구체적 대책이 마련되면 당에 공식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 광주시도당의 한 관계자는 "(중앙당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면서도 그 실천과 성과에 대해서는 "당원들은 사실 반신반의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반응은 한나라당의 호남대책에 대한 호남지역의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고 할 수 있다.

"호남, 유례없는 정치적 혼돈상태"
수요조찬모임 '대책 문서'를 통해본 한나라당의 호남 인식

한나라당이 화합특위까지 구성하고 나선데에는 호남의 정치지형과 선택의 변화 조짐에 대한 기대감도 석여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수요조찬모임에서 박형준 의원이 발제한 '호남과 한나라당과의 화해를 위한 제언'이라는 문서는 호남의 정치 상황을 바라보는 한나라당의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박 의원은 이 문서에서 "호남인들은 노무현 정권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며, 정치적 혼돈상태에 있으며,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배신감 분위기가 강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호남소외 해소 노력 부족 등으로 노무현 정부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특히 ▲탈DJ, 탈5·18, 탈 특정정당 모색 ▲저항과 배타 대신 참여와 조화중시 예상 ▲이익을 챙기는 실리정치 실용정치화 ▲박근혜 대표제체의 대변화에 대한 예의주시 분위기 등으로 "정치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조짐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마디로 한나라당이 호남 민심을 파고들 여건이 그 어느때보다 낫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개혁정치 주도 ▲호남포기전략 완전 포기 ▲호남소외 정책에 대한 시인과 진정한 사과 ▲당 대표의 DJ 회동 ▲지속적인 호남방문 등으로 한나라당이 호남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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