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통해 특권층 조망하고 싶었다"

[인터뷰]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한학수 PD

등록 2004.06.25 16:10수정 2004.06.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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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11시30분 방영예정인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신의 아들'과의 전쟁
27일 밤 11시30분 방영예정인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신의 아들'과의 전쟁MBC 제공

'신의 아들과의 전쟁'

오는 27일 11시30분에 방영되는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의 주제다. 창군 이래 고질적으로 지속됐던 병역비리 문제에 메스를 들이대는 것이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측은 병역비리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사회 특권층의 부도덕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고발할 예정이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병역비리 수사'가 기득권층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고, 결국 수포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전 과정도 상세하게 담았다.

이번에 방영되는 병역비리 프로그램은 무엇보다 98년부터 2001년까지 진행된 최대 군검 합동 병역비리 수사가 어떤 계기로 시작됐고, 어떻게 좌절됐는지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병역비리 수사, 내부 완강한 저항에 좌초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관계자, 징병검사 군의관, 병무 브로커 등의 증언을 통해 살펴 본 병역비리의 실태는 말 그대로 '천태만상'. 한 PD는 "당시 진행된 수사에 대한 내부 저항은 끈질기고 완강한 '또 하나의 전쟁'이었다"고 소회한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수사협조 군의관에 대한 일부 기무사 요원의 협박과 '김대업 죽이기'. 이 프로그램에서는 ▲당시 천용택 국방부장관이 수사에 협조한 군의관에 대한 면책을 약속했음에도 거꾸로 협조한 군의관이 처벌받게 받았다는 내용 ▲기무사 상층부가 김대업을 수사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국방부장관 등에게 '김대업의 구속'을 요청했다는 사실 등을 지적하고 있다.


프로그램 연출을 담당한 한학수 PD는 "병역비리를 통해 한국 사회의 특권층 문제를 접근하고 싶었다"며 "여전히 진행중인 병역비리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가정보원, 삼성 구조본부 등 한국사회에서 정보를 다루는 핵심기관들을 심층 해부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던 한학수 PD는 "이번에 기무사를 다룸으로써 소위 '3대 정보기관'에 대한 정리를 일단락 지을 수 있었다"며 "프로그램에 미처 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보다 심도 있는 취재를 하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오마이뉴스>는 25일 한학수 PD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해당 프로그램의 취지와 논란에 대한 입장, 프로그램에 담지 못한 뒷이야기를 들었다.

한편 지난 23일 이 프로그램의 시사회 직후 일부 언론들은 해당 프로그램이 김대업씨를 주요 취재원으로 활용했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문제삼고 있다.

한 PD는 김대업씨와 관련된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 "김대업씨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예단해서는 안 된다"며 "더 조심하고 치밀하게 확인한 사실만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MBC 한학수 PD
MBC 한학수 PD최한성
"병역비리 통해 특권층 조망하고 싶었다"

- 프로그램의 취지·의도는.
"병역비리는 지난 50년간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되어 왔지만, 여론화되고 사회문제화 된 것은 97년, 2002년 대선을 통해서다. 지금은 정치적인 시각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국민의 시각에서 볼 수 있을 때가 된 것 같다. 이전에는 김대업씨가 '병풍' 또는 '병역비리'를 이야기하면 너무 정치적 코드로 읽혔다. 이러한 과도기에서 병역비리를 한번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 중에서 병역비리에 초점을 맞추는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병역 비리는 이른바 특권층의 여러 특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권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프로그램에서 김대업씨를 주요 제보자로 다뤘기 때문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데.
"참으로 무식한 생각이다. 한 사람이 전과자라고 해서 그의 말 자체를 다 신뢰할 수 없다거나 그의 증언이 무의미하다고 딱지를 붙일 필요가 없다. 다만 조금 더 조심해서 얘길 듣고, 그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올바른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펙트를 다 확인했다. 프로그램 나간 것 중에서 펙트가 아닌 것은 없다."

- 김대업씨는 현재 구속되어 있다. '의인이냐' '사기꾼이냐' 등 그를 둘러싼 사회적 평가는 엇갈린다. 김대업씨를 평가한다면.
"내부 고발자도 맞고, 병무 브로커도 맞고, 사법기관의 판단도 존중돼야 된다. 이 세 가지가 다 맞는 이야기다. 김대업을 의인으로 부를 생각은 없고, 다만 김대업이 98년부터 2001년 병역비리 수사에서 했던 공과는 정당하게 평가를 해주자는 입장이다. 김대업씨가 수감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이 없다. 오히려 수사가 좌절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이 있다.

프로그램의 취지도 김대업씨를 의인화시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지금 일부 언론에서 김대업씨의 의인화시켰다고 공격을 하는데, 방송이 나가면 그런 논란이 더 빚어질 것으로 본다."

병역비리 수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얼굴없는 K' 김대업씨
병역비리 수사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던 '얼굴없는 K' 김대업씨MBC 제공

"취재원이 김대업이라는 것을 문제삼는다면 저널리즘 모르는 무식한 소리"

- 이번 프로그램에서 새롭게 소개된 부분이 있다면.
"98년부터 2001년까지 병역비리 수사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좌절됐는지 대부분 모른다. 김대업씨만 하더라도 2002년 '병풍' 건만 알지 그 사람이 어디서 나왔고 뭐하던 사람인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또 이명현 수사팀장의 경우 정말 참 군인인데, 그 부분이 그동안 너무 부각되지 않았다. 이명현 팀장의 경우 진급이 1년 늦춰졌다. 그만큼 고초를 많이 겪었던 분이다. 이러한 역사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 프로그램을 보면 병역비리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고 지적했는데. 특정한 시기에 어떤 조직적인 반발이 있었던 것인가.
"기무사가 생긴 이래 처음으로 기무요원이 구속되고, 군검찰에 의해 수사받은 부분에 대해서 불쾌하게 생각했던 것도 같다. 전체 조직에서 병역관련자는 기무사 일부인데, 기무사 전체가 그렇게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나름대로 이 수사가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었던 것 같다. 병역비리에 직접 연관됐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99년 1차 수사 끝난 다음에는 서서히 약해지면서 없어져 버린 거다. 박노항씨가 구속되면서 '끝났다, 손털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특정한 계기나 조직을 말하기는 부담스럽지만 다만 그 계기중에 하나를 포착할 수 있는 건 '도피사건', '김대업씨에 대한 신분누설' 등이다."

"우리 사회 구조적 부패구조, 자성의 계기되길"

- 병역비리 문제가 현재 우리 사회에 어떤 점들을 환기 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다른 부패와 똑같이 우리 모두가 연관되어 이뤄졌던 것이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나 자신이라면' '우리 사회는 어땠는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는가' 등을 자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병역비리·병역면제 문제는 시스템적인 면은 좋아지고 있는데 계속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병역비리 시장에서 면제 비리는 상당히 축소됐다.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에 정말 거액을 들이지 않고는 면제받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병역비리 자체가 다른 식으로 변형이 된다. 예를 들면 병역특례·산업체요원·방산 그쪽으로 시장 자체가 왜곡되어 나간다. 병역면제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은 병역비리가 변형된 형태로 빠져 나가는 것은 또 점검해 봐야 한다."

-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아쉬웠던 부분은.
"국방부, 기무사, 병무청 세 곳 다 인터뷰를 거절했다. 상당히 껄끄러운 문제라는 걸 반증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면 이명현 중령 인터뷰가 나오지 않는데 국방부에서 허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 입장에서 보면 이 문제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것이고, 이 수사와 관련된 문제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것을 말하는 거다.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지나면 좀 더 신랄한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취재한 내용 중에 기무사나 관련된 지도층 부분은 프로그램에 시간 관계상 많이 담지 못했다. 시청자들이 성원해 주시면 2부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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