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 건너 새로운 내일을 꿈꾸자

우리 조상들의 석조 문화에 대한 책 3권

등록 2004.06.25 20:07수정 2004.06.2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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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6·25전쟁이라는 가슴 아픈 전쟁의 역사가 있다. 물론 그 훨씬 이전에도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대한민국의 역사는 기록되었고 그 아픈 상처는 오늘에 전해지고 있다.

전쟁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 존엄한 인간의 생명은 물론 우리의 일상생활까지 흔적조차 없애 버리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그래서 우리는 전쟁 없는 삶을 추구하며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점령과 6·25 전쟁을 통해 수없이 많은 우리의 생활터전과 흔적은 잿더미로 사라졌으며, 일제의 무분별한 도시정책으로 인해 수많은 문화재는 일본을 비롯한 해외로 유출됐다. 심지어 청계천과 같은 도시의 지도는 땅 속에 묻혔다.

최근 청계천 복원 공사를 통해 광교, 오간수문터, 광통교 등 청계천의 남북을 이어주던 많은 석교와 그 터가 발굴되어 문화재 지정과 복원 등의 과정을 기다리고 있듯이 전쟁은 물론, 무분별한 도시 개발은 소중한 우리의 과거를 무참히 짓밟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동안의 전쟁과 일제의 통치 시절을 보내면서 우리 나라 문화재는 외세에게 약탈되고 불타 훼손되면서 현재에 남아 있는 것이라고는 대부분 ‘돌’로 만들어진 석조물이다.

목재로 만들어진 문화재는 상대적으로 그 수가 매우 적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국보 1호로 지정된 문화재가 목재로 만들어진 ‘고류사’의 <미륵반가사유상>일 만큼 목재 문화재가 상당히 많이 보존되어 있다.

그러한 연유에서인지 우리 문화재는 주로 사찰 경내에 남아있는 각종 석탑과 건물의 주춧돌, 마을에는 각종 신앙적 요소를 가진 선돌과 장승이 많으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돌다리’정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우리의 석조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시각의 서적을 통해 과거 우리 조상들의 건축학적 지혜와 삶의 모습을 추론하고 그들이 놓은 돌다리를 건너 새로운 미래로 향하는 시발점이 되는 것 또한 내일을 설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우리문화의 수수께끼1, 2>(주강현 지음·한겨레신문사)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 주강현 지음 / 한겨레신문사
우리문화의 수수께끼 / 주강현 지음 / 한겨레신문사한겨레신문사
1편 <금줄 없이 태어난 세대>와 2편 <도깨비 없이 태어난 세대를 위한 우리문화 길잡이>라는 도서 소개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 주강현은 사라져 가는 우리생활 속의 문화를 각종 사례를 들어가며 오늘의 젊은이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정리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주로 우리 생활 속의 풍속과 문화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 중 돌과 관련된 내용으로는 울진 반구대 암각화로부터 돌장승 이야기, 구들, 전국에 산재해 있는 남근, 미륵불, 돌하르방, 성황당의 돌무더기와 고인돌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를 '바위동물원'이라 표현하고 글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실제 동물원에서 그것들을 관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반구대 뿐 아니라 함안, 영천, 포항, 경주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암각화를 보충 설명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시베리아와 몽골 등지의 암각화 이야기까지 시야를 확장시켜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조선시대 탐관오리들을 벌벌 떨게 했다는 전설속의 새, '삼두매'를 이용해 책의 뒤편에 나오는 부록을 찾아볼 수 있도록 꾸며 부가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징검다리건너 석성에 오르다>(박방룡 외 지음·다른세상)

징검다리건너 석성에 오르다   박방룡 외 지음 / 다른세상
징검다리건너 석성에 오르다 박방룡 외 지음 / 다른세상다른세상
‘석조문화로 본 한국미 산책’이 본 도서의 소개 문장이다. 본 도서에는 '석축과 석성 - 박방룡', '돌다리 - 손영식', '고인돌 - 송의정', '석물 - 은광준' 등 네 종류의 석조물을 구분하여 각각의 전문가들이 서술했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주강현의 <우리문화의 수수께끼>보다는 약간 딱딱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석조문화에 대해 약간 전문적인 내용을 바라는 독자라면 적극 추천한다. 물론 일반 독자 역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내용이므로 관심을 가져보면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내용은 주로 우리 석조문화의 조형적이며 과학적인 축조 방식을 정리해 설명하고 있다. 석축의 경우에는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불국사, 부석사, 분황사 등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그동안 불국사의 다보탑과 부석사의 무량수전의 배흘림양식에만 집중되었던 우리의 관심 영역을 건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으로 전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은광준 세종대학교 박물관장이 정리한 <석물>편에서는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왕릉을 바라보는 새로운 감상 포인트를 제공하고 있다. 왕릉에는 어떠한 형태로 석물들이 배치되고 있으며 그 석물들은 각각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알려 주고 있는 것. 영혼을 위로하고 진리를 밝히는 돌 <석물>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하는 것도 흥미롭다.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글/사진 최진연·한길사)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    글 사진 최진연 / 한길사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 글 사진 최진연 / 한길사한길사
지은이 최진연은 사진작가로 지난 20여 년 동안 사라져 가는 우리의 옛것을 찾아 발품을 팔아가며 소중하게 사진으로 남겨놓았다. 주로 성곽과, 봉수대, 옛 다리 등을 주제로 작품 활동하면서 우리의 옛것을 지키고 기록한 사진으로 우리의 어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은 우리의 옛 다리를 기록한 일종의 보고서로,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의 ‘옛 다리’에 대한 추억을 되새겨주고 있다. 작가는 옛 다리에 전해져 오는 각종 전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사진촬영을 하면서의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와의 사이를 더욱 가까이 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도로확장과 개발이라는 이름아래 사라져간 옛 다리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과거 촬영했던 사진과 오늘의 모습을 비교해 실었다. 무분별한 개발 논리에 사라진 우리의 소중한 ‘옛 다리’의 아픔을 대변하고 있다.

전국에는 현재 70여 개의 옛 다리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숫자는 차츰 줄어들어 사진 속의 기록으로만 남게 될 운명에 처한 다리가 늘어나고 있음을 작가 최진연은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사라진 옛 다리의 슬픔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자연과 어우러져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는 전국 각지의 '옛 다리'를 아름다운 사진과 이야기로 구성해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책 뒤에는 소개된 전국의 다리들을 '이름으로 찾기', '지역으로 찾기', '문화재 지정으로 찾기' 등으로 구분해 정리함으로써 독자를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무엇을 보든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통해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에 직면하기도 하고, 새로운 정보를 취득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을 소유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한 '석조문화'를 다룬 몇 권의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주변의 우리문화재를 보는 새로운 안목의 길잡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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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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