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지부교섭 다음주 최대 고비될 듯

산별기본협약 거부 ‘파업 지속’...28일 단체 교섭 추진

등록 2004.06.26 13:52수정 2004.06.26 17:46
0
원고료로 응원
[2신: 26일 오후 5시]

서울대병원, 주말 실무교섭…28일 단체교섭 추진


오후 2시 시작된 서울대병원 대표단과 병원장의 교섭은 30여분만에 끝났다. 김혜란 서울대병원 지부장은 "병원장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주말을 이용해 실무교섭을 하고 다음주 월요일(28일) 오후 3시 단체교섭에서 병원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장이 “파업을 풀면 교섭을 하겠다”, “산별합의도 힘들게 했는데 어쩌란 말이냐. 노조가 산별교섭에 나가라고 해서 나갔고 합의했는데 이러면 어떻게 하는가”라는 항변을 했다고 전했고 김 지부장은 “산별합의는 잠정합의로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면서 “노조의 이념과 원칙에 맞지 않는 산별기본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동의할 수 있는 사측 안이 나오지 않으면 우리의 투쟁은 계속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교섭에는 경북대병원, 제주대병원, 경상대병원, 충북대병원 지부장들이 지지방문을 왔다. 이들 모두 지부교섭에 나서지 않는 사측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정현 경북대병원 지부장은 연대사를 통해 산별교섭과정에서 병원측 사용자들간에 지부교섭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현 지부장은 “병원장 면담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산별교섭과정에서 지부교섭을 하지 않고 불법화하라는 지침이 있었다고 병원장이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목요일(24일) 병원장 면담과정과 서울대병원장 면담과정이 흡사하다”며 “병원장이 산별교섭이 끝났는데도 지부교섭에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효정 제주대병원 지부장도 “국립병원장끼리 공동대응을 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온전한 주5일제는 적정한 인원을 확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어야 하고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선택 진료제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지부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현재 파업중인 국립대병원의 상황은 서울대병원 교섭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산별교섭 이후 병원장이 지부교섭에 나서지 않아 병원장 항의방문을 전개하고서야 교섭을 진행했는가 하면 파업 중인 조합원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내리고 파업을 풀고 교섭을 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사측이 성실교섭에 나서지 않았다는 부분이 그렇다.


경북대병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6월 30일과 7월 1일 양일간 교육부를 상대로 한 노숙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경상대병원도 사측의 “파업을 풀면 교섭을 하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였지만 성과가 없어 6월 29일 재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현정희 보건의료산업노조 부위원장은 “산별협약은 법적 효력을 가지지만 산별교섭은 지부교섭을 통해 보충 추가해야 한다”면서 “서울대병원 파업투쟁은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투쟁을 다시 살려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가 진정한 산별노조로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힘찬 투쟁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1신: 26일 오후 2시]

'파업 17일째' 서울대병원 교섭 들어가


a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 붙어 있는 대자보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 붙어 있는 대자보 ⓒ 박신용철

노사간의 산별교섭으로 병원파업이 마무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26일 현재 서울대병원에선 파업이 17일째 계속되고 있다.

a 26일 오전 병원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병원장실 주변에서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이 항의농성을 벌였다.

26일 오전 병원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병원장실 주변에서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이 항의농성을 벌였다. ⓒ 박신용철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연남동 서울대병원 본관에 들어서자 ‘파업 17일째’라는 대자보와 함께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의 요구사항이 담긴 소자보들이 벽면에 줄을 이어 붙어 있다.

본관 1층 로비에는 파업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상적인 병원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고 2층에 가서야 서울대병원 노조원들의 파업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26일 오후 2시 현재 병원장과 서울대병원지부 대표단이 교섭을 시작했고 병원장실 인근에서 농성을 벌이던 조합원 300여명은 건물 밖으로 나와 항의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대병원은 산별기본협약 체결로 서울대병원 파업이 불법이라며 ‘업무복귀명령’을 지시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23일 산별협약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병원측에 지부교섭을 촉구했는데 성상찰 신임 병원장은 24일 제주도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차 자리를 비우는 등 교섭에 나서지 않았다.

이에 서울대병원 조합원들은 노사교섭을 위해 학회 참석차 제주도로 내려간 성상철 병원장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까지 따라가 병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병원장은 26일 단체교섭을 하기로 약속했다.

a 서울대병원 사측이 내건 '업무복귀명령서'

서울대병원 사측이 내건 '업무복귀명령서' ⓒ 박신용철


"산별 협약은 산별 교섭 정신에 위배…지부 교섭 원천봉쇄”

지난 23일 산별교섭을 통해 보건산업노조가 사측의 요구안을 수용하면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노조가 파업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지난 23일 산별교섭을 통해 도출된 ‘중앙교섭 협약안’이 산별교섭의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있다.

산별교섭은 중앙교섭과 지부교섭으로 나눠지고 중앙교섭에서 맺은 산별협약은 최저기준이 된다. 각 병원은 산별협약을 바탕으로 지부교섭(각 병원별 노사교섭)을 진행, 병원상황에 맞게 추가해 노사합의를 하게 된다.

‘임금, 노동시간 단축, 연·월차 휴가 및 연차수당, 생리휴가는 지부단체협약 및 취업규칙에 우선하여 효력을 가지며…(산별기본협약 10. 협약의 효력 2항)’

보건의료노조 한 관계자는 “산별교섭은 잠정합의안이고 이것을 지부교섭을 통해 최종 합의하는 것인데 이번 산별기본협약은 지부투쟁 자체를 막는 것”이라며 “지부 입장에서 보면 이번 협약으로 지부 파업과 교섭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합의사항도 개악된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 파업 중인 노조는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하고 병원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공고문을 붙였다.

파업 중인 노조는 업무복귀명령을 거부하고 병원장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공고문을 붙였다. ⓒ 박신용철


현재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면서 내건 것은 ▲인원 충원 없는 주5일제 반대 ▲비정규직 철폐 ▲의료공공성 강화 등이다.

전체 조합원 4만여명에 이르는 보건의료산업노조에서 서울대병원 이외에 실질적으로 파업을 지속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경북대병원도 산별기본협약을 반대하며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등 전국 10여개 병원에서 파업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사측은 교섭회피의 핑계로 23일 가조인한 산별합의안을 들고 있다”면서 “우리 지부는 단체협약 개악과 차별을 야기하는 2004년 산별합의안을 뛰어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국민의 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 병상제 폐지와 병실료 인하, 선택진료제 폐지, 대부분 병원에서 당연히 시행되고 있는 TV 무료시청 등의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현재 1300여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근로기준 저하 없는 주5일제 실시 요구는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로 병원이 응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대병원은 “교섭대표단은 경영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사안정과 환자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23일 노사 양측 대표단이 합의안에 대한 조인식을 가졌음에도 많은 조합원들이 본관 2층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사측은 “이는 분명한 불법파업이며 노동관계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건강세상네트워크, 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노동당 등 14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대병원 무료간병인소개소 폐지 철회와 공공병원으로서 제자리 찾기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도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대병원의 성실 교섭 촉구와 산별 교섭에 배치되는 협약안을 비판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 지부장도 삭발투쟁을 전개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01년~2002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위원 2002년 3월~12월 인터넷시민의신문 편집위원 겸 객원기자 2003년 1월~9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 창립멤버 및 취재기자 2003년 9월~2006년 8월 시민의신문 취재기자 2005년초록정치연대 초대 운영위원회 (간사) 역임. 2004년~ 현재 문화유산연대 비상근 정책팀장 2006년 용산기지 생태공원화 시민연대 정책위원 2006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정화 재협상 촉구를 위한 긴급행동 2004년~현재 열린우리당 정청래의원(문화관광위) 정책특보


AD

AD

AD

인기기사

  1. 1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김건희·채상병특검법 부결,  여당 4표 이탈 '균열'
  2. 2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과음으로 독일 국민에게 못 볼 꼴... 이번엔 혼돈의 도가니
  3. 3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한국만 둔감하다...포스코 떠나는 해외 투자기관들
  4. 4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KBS 풀어주고 이재명 쪽으로" 위증교사 마지막 재판의 녹음파일
  5. 5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이충재 칼럼] 윤 대통령, 너무 겁이 없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