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소개로 <크뤽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쓸쓸하고, 따분한 이야기만 주절주절 늘어놓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생각과는 달리 책에 점점 더 빠져들었다.
이 책의 작가 페터 헤르틀링은 1933년 독일에서 태어나 시, 단편소설, 장편소설, 에세이에 걸쳐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이 책으로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토마스라는 어린 소년이 전쟁으로 아버지는 사망하고, 어머니는 기차역에서 잃어버린 뒤 갖은 고생을 하며 이곳, 저곳을 떠돌아다니다 전쟁터에서 한쪽 다리를 잃고 목발을 짚고 다니는 크뤽케라는 사람을 만나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다가 어머니를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토마스는 어머니와 헤어지게 되면 만나기로 한 빈에 있는 이모 집을 찾아가지만 빈은 이미 오래 전에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고 이모의 집도 파괴되었다.
이렇게 힘든 중에 토마스가 우연히 만난 사람은 외다리 크뤽케였다. 그는 전쟁으로 한쪽 다리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사람이다. 처음에 토마스를 쫓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토마스를 받아들이고 함께 데리고 살아가게 된다. 크뤽케는 토마스를 아주 잘 돌봐주고 또한 토마스를 아주 사랑한다.
나는 크뤽케가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전쟁이 끝난 직후 사람들은 각기 제 살길이 바빠 감정도 메마르고 다른 사람을 돌보기는커녕 조그마한 이익에도 눈이 멀어서 좁게 살아가기 마련인데 크뤽케는 그렇지 않았다.
크뤽케는 특별한 사람이었다. 토마스를 데리고 있으면 그 순간부터는 토마스를 자신이 계속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만약 크뤽케였다면 토마스를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크뤽케는 다리 하나 없는 몸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기도 바쁜데 토마스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나중에는 어머니까지 찾아 주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토마스의 용기를 본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보다는 크뤽케의 넓은 마음에 더 깊은 감명을 받게 되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크뤽케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토마스도 돌봐주어 토마스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준 순수한 우정이었다.
나는 지금 다른 친구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혹시 나는 크뤽케와는 달리 나 자신만을 생각하고 친구들에게 옹졸하게 구는 것은 아닐까? 또 나에게는 진정한 크뤽케 같은 친구가 몇 명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다른 친구들에게 크뤽케와 같은 넓은 마음을 베풀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까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산만큼 나도 크뤽케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각박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을 서로 나누는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겠다.
크뤽케
페터 헤르틀링 지음, 유혜자 옮김,
사계절,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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