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78

여인의 음모

등록 2004.07.06 08:47수정 2004.07.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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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로는 과거 달 그림자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도둑이었던 혜천을 자신이 속한 우포도청이 아닌 좌포도청으로 압송해갔다. 미리 연락이 닿은 좌포청 포장(捕將)신석상이 부리나케 달려나와 김언로는 맞이했다.

"기껏 잡은 놈도 윗 어르신의 입김으로 풀려나는 등 지금 우포도청의 분위기가 뒤숭숭하니 어쩔 수 없구려."


김언로의 말에 신석상은 얼굴을 찌푸리며 거문고 소리가 울려 퍼지는 좌포청 안 쪽을 가리켰다.

"좌포청 돌아가는 꼴을 보게. 포도대장이라는 작자가 대낮부터 계집을 끼고 술을 마시니 오죽하겠나. 도둑을 잡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을 걸세."

"차라리 그게 우리로서는 낫지 않겠소."

왠지 건조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포승에 묶인 혜천은 긴장한 표정으로 김언로와 신석상을 번갈아 보았다. 두 포교는 한 쪽으로 물러서 돈을 주고받으며 흥정을 벌였다.

"우포청에서 처리 되야 할 것을 내가 떠맡는 건데 품삯이 이게 뭔가?"


"어허! 나도 여기까지 저 자를 데리고 왔지 않소! 편하게 있다가 물건 받는게 뭐 그리 대수라고! 그나저나 대신 데려갈 죄인은 언제 오는 게요?"

"지금 나오는군."


김언로는 포졸이 데리고 나온 죄수를 데리고 가버렸고 신석상은 불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혜천의 엉덩이를 발로 차며 옥사로 데려갔다.

일을 마치고 며칠만에 우포도청에 돌아온 김언로는 먼저 초췌한 얼굴의 백위길과 마주칠 수 있었다.

"허, 이 사람! 큰 병이 든 것 아닌가?"

김언로는 속으로 짐작이 가면서도 짐짓 모른 척 백위길을 걱정하는 말을 던졌다. 백위길은 아무 말 없이 꾸벅 인사만 할 뿐이었다. 이순보와 마주친 김언로는 타박부터 들어야 했다.

"이 사람! 어딜 갔다 오는 게인가? 자네와 심종사관이 포도청을 비워놓고 다닌다고 새로 오신 포도대장이 크게 역정을 내고 있다네! 어서 가보게!"

김언로는 그 말에 적잖이 당황해 했다.

"하지만 전 그저......"

"내가 뭐라 해봐야 소용없네! 포도대장 앞에서 잘 말해 보게나!"

김언로가 포도대장 서영보 앞으로 가보니 두 종사관과 포장 박춘호를 앞에 두고 한참 호통을 치고 있는 차였다.

"어찌 포교를 임용함에 있어 보증인 삼인(三人)의 이름조차 명부에 없단 말인가! 네 놈들이 국록을 먹으며 이따위로 허술히 임하니 그 죄를 따져 물어 엄히 벌해야겠다!"

김언로는 때가 좋지 않음을 깨닫고 슬슬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서영보의 눈에 띄고 말았다.

"네 이놈! 고할 말이 있으면 냉큼 이리로 올 것이지 무슨 눈치를 살피느냐!"

김언로는 마지못해 서영보 앞으로 나서 힘겹게 말했다.

"소인이 도둑을 잡느라 며칠동안 포도청을 비웠나이다."

서영보는 기가 막힌다는 듯 웃으며 등채를 들어 김언로를 가리키며 따졌다.

"이놈! 한양 안에서 몇 며칠을 걸려 도둑을 쫓아 갈 곳이 어디냐?"

"하, 한양이 아니옵고...... 한양 인근에 있는 산 속으로 갔사온데......"

"포교는 함부로 강을 넘어 도둑을 쫓지 않는 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김석로는 설마 신임 포도대장이 이런 엄격한 규정까지 강요하는 것인가 싶어 울컥 쏟아내듯 대꾸했다.

"도둑을 쫓는데 어찌 그런 것을 따지겠습니까? 얼마 전에는 충주까지 갔다온 일도 있사옵니다."

"이놈! 감히 날 가르치려 듦이냐! 나졸들은 어디에 있느냐! 이 놈에게 태 5대를 내려라!"

김언로는 그 자리에서 볼기를 내놓은 채 매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내 이번에는 이것으로 끝낼 것이나 추후 이런 일이 있으면 포도청에서 내침은 물론 귀양을 보낼 것이니라. 한가지 더 묻겠는데 종사관 심지일의 행방을 넌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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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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