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해서 저세상 간 사람만 벌써 30여명..."

[현장]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의 단식농성장

등록 2004.07.08 10:25수정 2004.07.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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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굿모닝시티 계약자 협의회는 서울 중구 을지로 굿모닝시티 상가예정부지 안 계림빌딩 1층에 투쟁본부 상황실을 마련하고, 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상황실에는 지난 3일 뇌출혈로 사망한 고 장기수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굿모닝시티 계약자 협의회는 서울 중구 을지로 굿모닝시티 상가예정부지 안 계림빌딩 1층에 투쟁본부 상황실을 마련하고, 5일부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상황실에는 지난 3일 뇌출혈로 사망한 고 장기수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 오마이뉴스 이성규


벌써 30여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총체적 부패·비리의 결정판이라고도 일컬어지는 굿모닝시티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 불과 1년여만에…. 원통함과 분통스런 심정을 어디 호소도 하지 못한 채 그들은 그렇게 생을 접었다.

지난 3일에는 만두장사로 힘들게 돈을 모아, 굿모닝시티 지하 2층 상가에 2평 남짓 규모 평수를 분양받았던 32세의 한 젊은이가 뇌출혈로 쓰러져 결국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뒤이어 4일에는 또다른 계약자의 남편도 이승에서의 삶을 마쳤다.

굿모닝게이트라는 이름으로 한때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던 굿모닝시티 분양사기사건.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마무리되고 총선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잠시 세인의 기억에서 지워진 사이, 분양사기 피해자들은 정신적 충격을 감내하지 못하고 알게 모르게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7일 오후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이 1년 가까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 계림빌딩 1층(투쟁본부 상황실)에는 지난 3일 뇌출혈로 유명을 달리한 고 장기수씨의 빈소가 마련돼 있었다. 상복을 차려입고 사흘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계약자들은 스티로폼 장판 위에 엎드려 고인의 넋을 위로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에는 굿모닝게이트 충격으로 뇌수술을 받았다는 50대 주부를 비롯해, 암으로 투병중인 계약자도 단식농성에 참여하고 있었다.(암투병 중인 계약자는 기자에게 투병사실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진단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47평 때문에 수천 억 떼일 판..."법정관리 아니면 죽음을 달라" 절규

'토지사기단 구속수사 법정관리 인가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생존권사수 탄식투쟁'. 빈소가 마련된 1층 투쟁본부 상황실 전면에는 이러한 문구가 커다란 현수막에 적혀있었다. 언뜻 봐도 계약자들이 현재 토지사기단이라는 조직에 의해 '제2의 고통'을 당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른바 '토지사기단'이 등기소의 등기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허점을 이용, 계약부지 일부에 대한 지분을 인정받게 되면서 조만간 개시될 예정인 굿모닝시티의 법정관리인가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 문제를 정리하지 못하면 계약자들이 은행융자, 퇴직금, 막일 등으로 겨우겨우 모은 초기 시공자금 '1700억원'이 분양대금 3800억원에 이어 또다시 떼일 위기에 처한다고 한다.


a 7일 현재 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양상 굿모닝시티 계약자 협의회장.

7일 현재 3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양상 굿모닝시티 계약자 협의회장. ⓒ 오마이뉴스 이성규

지난 5일부터 1층 투쟁본부 상황실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양상 굿모닝시티 계약자 협의회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난해 6월 19일 굿모닝게이트라는 사건이 공개됐고, 같은달 30일 부도처리 되면서 윤창렬씨가 구속됐다. 3800억원 정도가 이미 납입돼 있었는데 사기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9월 26일 우리 협의회는 굿모닝시티의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현재 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법원은 법정관리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초기 시공자금 1700억원을 마련하라고 하더라. 3800억원을 사기당하고도 그 돈을 마련했고, 윤창렬씨가 매입하지 못했던 땅도 다시 사들였다.

그런데 토지사기단이 사업부지 2050평 중 등기소 직원의 실수로 중간 매도자가 누락이 된 47평에 대해 장아무개씨를 내세워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이 47평에 대한 지분을 7월 30일까지 정리하지 않으면 청산할 방침이라고 하고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굿모닝시티 상가부지 2050평 가운데 불과 47평 때문에 현재까지 투입된 3442명 계약자들의 수천억원이 공중분해 될 판이라는 말이다. 조 회장에 따르면 만약 47평에 대한 지분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청산절차를 밟게되면, 투입된 자금의 13% 가량 밖에 돌려받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총 1억원을 불입했던 계약자에게 남는 돈은 1300만원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조 회장은 "매도자의 명의가 빠진 것을 '유루등기'라고 하는데 이는 등기관의 실수로 발생한 것"이라며 "유루등기를 수정하고 정리하는 것은 법원이 할 일이지 왜 우리같은 서민들과 피해자에게 정리를 하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조 회장은 "법원의 실수를 눈치채고 토지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왜 검찰은 수사하지 않는 것이냐"며 검찰을 향해서도 비난을 쏟아냈다. 조 회장과 계약자들에 따르면, 이들이 '토지사기단'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을 지난해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차일피일' 수사를 미루거나 서로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a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가 공개한 A, B 변호사의 수임료 지급 전표. 조양상 회장은 이 수임료가 굿모닝시티 수사무마 방패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가 공개한 A, B 변호사의 수임료 지급 전표. 조양상 회장은 이 수임료가 굿모닝시티 수사무마 방패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극적 검찰수사, 윤창렬씨 관련자들 압력 때문" 주장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은 검찰의 소극적 수사가 윤창렬씨 관련자들의 압력 때문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관은 결코 믿을 게 못된다는 '피해의식' 탓도 크지만, 나름대로의 근거도 제시하고 있다.

조 회장은 굿모닝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직전까지 굿모닝시티 고문변호사를 역임했던 전직 검찰 수뇌부 출신 A와 B 변호사를 압력의 배후로 지목했다. 검찰로부터 돌려받은 관련 출금전표를 보면, A변호사와 B변호사는 사건이 터지기 약 2주전까지 수임료 명목으로 각각 2100만원과 33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수임료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조 회장은 "윤창렬은 이들 두 전직 검찰 수뇌부 출신 변호사를 방패막이로 삼아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명목은 수임료이지만 그동안의 수사 무마에 대한 대가라는 것이 조 회장의 주장이다.

또 조 회장은 평소친분이 있는 법조인사로부터 들었던 얘기라며 "B 변호사는 요즘에도 공공연히 윤창렬씨를 옹호하고 있다"고 했다. B 변호사와 윤창렬씨와의 유착의혹에 검찰이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계약자들은 검찰에게 "토지사기단을 즉각 구속수사해서 일망타진하고, 수사 무마로 굿모닝시티 사건을 야기시킨 전작 검찰 고위간부를 즉각 구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1시간 여동안의 인터뷰를 마칠 즈음, 조 회장은 국가기관에 대한 극단적 냉소를 보이면서도 굿모닝시티를 반드시 완공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상가가 완공되면 1만5000여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연간 매출도 2조원이 넘을 수 있다. 부정부패를 극복하고 정의구현을 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단식을 계속할 생각이다. 우리 때문에 상가 선분양이 후분양으로 바뀌지 않았나. 이 때문에 대규모 상가에 조폭 자금이 들어오는 것도 이제 방지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국무총리 비서실장, 검찰과 경찰, 구청공무원 등 이번 사건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나. 그래 놓고도 가해자가 이 사건을 풀기는커녕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가해자들에게 도와달라는 말도 하지 않겠다. 국가에 애원할 생각도 없다. 다만 가해자들이 방해하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 두고봐라. 굿모닝시티를 반드시 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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