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생과 한약과생의 '어색한' 만남

[현장] 한의대생 '약대 6년제 개편안'에 대규모 항의 집회

등록 2004.07.09 23:52수정 2004.07.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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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지난 7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약대 6년제 개편안'에 대해 "학제적 측면이나 인력양성 체계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약대 6년제 개편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과천에서는 한의학과생과 한약학과생의 '어색한 만남'이 있었다.

이날 만남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전한련)이 '약대 6년제 재검토'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벌인 후 전한련 의장 서정복(24·동의대 본과2)씨가 오후 2시 40분경 '한약학과 6년제 개편'을 위한 단식투쟁 중인 한약학과생들을 방문함으로써 이루어졌다.

한약학과생(왼쪽)과 한의대생(오른쪽)의 '잘못된 만남'
한약학과생(왼쪽)과 한의대생(오른쪽)의 '잘못된 만남'박성필
전한련 의장 서정복씨가 먼저 말문을 열며 "단식투쟁 중이냐?"라고 묻자 단식 중인 한약학과 이진성(35·우석대 한약학과3)씨가 "그렇다"고 대답하며 대화가 시작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서씨가 말을 꺼내려고 하자 이씨가 "만나서 반갑다"며 "여러분들도 원하는 것이 있어서 온 것처럼 우리들도 원하는 것이 있어서 단식투쟁 중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대화에 냉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한약학과 이진성씨가 "여러분들도 우리의 사정을 잘 알지 않느냐"고 물은 뒤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하자, 서정복씨는 "한의대 학생들은 한의사협회와는 생각이 다르다"며 "같이 절충점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상 '약대 6년제'를 반대하는 한의대생과, 약대 6년제를 전제로 '한약학과 6년제 개편'을 외치는 한약학과 학생의 입장 차이는 컸다.

한의대생 2500여명 대규모 시위


이에 앞서 9일 오전 12시경부터 전국 11개 대학으로 구성된 전국한의과대학학생회연합 소속 2500명의 학생들이 과천정부청사 앞 도로를 완전 점거한 채 '복지부의 밀실행정 규탄'과 '약대 6년제 재검토'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전한련은 본래 12시부터 과천청사 앞 운동장으로 집회 신고를 냈으나 전한련 소속 사수대 200여명을 선두로 지하철역에서 뛰쳐나와 정부청사 20m 지점까지 돌진을 시도하였다. 이들은 미리 경찰버스로 정문을 봉쇄하고 있던 전경 20개 중대의 병력과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한의대생들의 대규모 집회 모습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한의대생들의 대규모 집회 모습박성필
경찰 지휘부가 전한련 상임위를 면담한 자리에서 집회 정리를 요구하자 전한련 소속 학생들은 수 차례 경찰버스를 흔들며 올라타기를 시도한 끝에 1시 45분경 사수대 수십 여명이 경찰 버스를 완전 점거했다.

당초에 집회 신고를 냈던 장소와 시위방법이 달라지자 경찰은 '불법행동'임을 경고하는 방송을 여덟 차례 내보냈다. 그러나 전한련 서정복 의장은 학생들이 점거한 버스에 올라타 "원칙 없는 의료행정 일삼는 보건복지부를 규탄한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전한련 의장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삭발하고 있다
전한련 의장이 보건복지부 앞에서 삭발하고 있다박성필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버스를 점거하려는 전한련 소속 사수대 수 명과 전경과의 몸싸움이 거세게 벌어지기도 했으나, 경찰 지휘부의 만류로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한련은 학생들의 안전을 미리 생각한 듯 경찰의 마지막 저지선을 넘지 않았다.

학생들은 오후 3시경 해산하였다가 4시경 명동성당 앞에서 다시 궐기대회를 열었다. 또, 명동에서 동국대학교에 이르는 거리에서 가두행진을 벌이며 '약대 6년제의 부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국무회의에서의 이해찬 국무총리의 발언으로 원점으로 돌아간 '약대 6년제 개편안'은 다양한 학제검토 등 많은 논의가 올해 연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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