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청와대 국내언론비서관이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조선>과 <동아>에 대해 '저주의 굿판을 당장 집어치워라'고 직격탄을 날린 이후 양 진영이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매우 우려스럽고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우선 청와대 언론담당 참모들의 자중을 촉구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선 직후인 2003년 1월15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자율개혁론 유감'에서 이렇게 썼다. "노무현은 조·중·동이 무슨 시비를 걸건 무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고 원칙대로 당당하게 해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래야 나라가 바로 선다." 읽었는지 모르겠다.
찾아서 전문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 글을 보면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동안 청와대는 내 기대와는 반대로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주로 해왔다. 조·중·동을 겨냥한 대통령의 발언들과 양 비서관의 이번 글들이 바로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속한다. <조선> <동아>가 반대하면 행정수도 건설 못하나? 꼭 그렇게 정색을 하고 반박을 해야 하나? 자중하고 성찰하기 바란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사실 <조선> <동아>의 행정수도 보도는 '저주의 굿판' 그 이상이다. 오늘(15일) 아침 기사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신행정수도 건설 전국 순회 공청회가 14일 부산에서 열렸다. <조선>과 <동아>는 각각 A4면과 A8면에 공청회의 비어 있는 자리를 담은 사진과 더불어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저주'를 했다.
<조선>
썰렁, 수도이전 부산공청회 60여명만 자리 지켜
총 4시간 중 2시간 정부홍보에 할애
"他지방 차별 우려... 지원대책 내놔라"
"지방 살리려면 기업이전이 더 효과"
<동아>
4시간 중 2시간 정책 홍보
수도이전 부산공청회 질문은 사전신청자로 제한
홍보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않는 대로 씹어대니 어쩌란 말인가? <조선>은 "이날 공청회는 당초 주최측이 준비한 250여개 좌석 중 50여석이나 빈 상태로 시작됐고, 정부측 주제 발표가 끝나고 지정 토론이 시작될 즈음에는 방청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불과 60여명만 끝까지 자리를 지켜 맥이 빠진 모습이었다"고 전한다.
200명이나 왔으면 많이 온 것 아닌가? 굳이 빈 자리를 사진에 담아 제목을 '썰렁'으로 뽑는 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런 공청회에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방청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또 다른 풍경 하나 더. 14일에는 정부가 주한 외교사절들을 대상으로 '신행정수도 이전 설명회'를 가졌다. 이것도 "서울 기업인과는 어떻게 일해야 하나" "외교단지 땅값은?" "외국사례 얼마나 연구했나" 정부 "대사관 이주 강요안해... 알아서 판단을"(조선) 駐韓대사들 "수도이전 목표가 뭡니까" "관련기관은 서울에... 협조 어떻게"(동아) 등 부정 일변도의 제목으로 저주하고 있다. 외교사절들 때문에 행정수도를 포기해야 하는가?
매일 반복되는 이런 '저주'들을 보면 대통령이나 참모들이 열 받을 만 하다. 그러니, 똑똑한 참모들이라면 대통령이 그런 신문들 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보도에 개의치 말고 다른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행정수도 건설의 취지를 알리고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으면 된다.
국정홍보라는 게 그런 일 하는 게 아닌가? 왜 엉뚱한 판을 벌리는가? 다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조선> <동아>를 이기는 길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조선> <동아>의 문제는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에 맡기고 정부가 해야 할일을 정확하게 찾아 실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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