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힘나 미술교실김종수
두 물이 하나로 만나는 곳에서 열리는 아힘나 평화캠프
캠프 참가자들은 셋째 날부터 아힘나 평화나라가 열리는 충북 천안 아우내로 향한다. '아우내'는 두 물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곳을 일컫는 말로, 경기도 양평에서는 '두물머리'로, 강원도 정선에서는 '아우라지'라고 불린다.
‘두 물이 하나로 만나는’ 아우내는 일제시대에 유관순 열사가 만세를 불렀던 역사적인 곳이다. 재일동포 3, 4세들은 일제시대에 강제 연행되어, 일본에서 외국인노동자로 살면서 온갖 착취와 억압에 시달렸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고통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뿌리를 알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또 미·소 냉전체제에 의해 민족 분열의 아픔을 겪은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 이후 부모를 잃고, 굶주리다 못해 탈북해 아시아 곳곳을 전전하다 입국한 탈북 아이들도 이 곳 ‘두 물이 하나로 만나는’ 아우내에 모여들었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인 우리가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까?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만나게 해 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그들이 서로 평생친구가 될 수 있도록 해 주는 일 말이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학습이 아닌 놀이로, 법이 아닌 생활로 만남 그 차제를 목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온갖 이데올로기도 이런 아이들의 만남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평화의 나라
탈북 아이들과 재일동포 아이들 그리고 가난한 지역의 공부방 아이들은 아힘나에서 ‘힘나(캠프에서 쓰이는 화폐)’를 벌어 쓰며 그들만의 자율경제를 만들어 간다.
아힘나가 열리는 동안, 아이들이 공무원 급여를 얼마로 정할 것인지, 그들만의 사회에 인플레이션이 일어날지, 디플레이션이 일어날지도 궁금해진다. 기발한 ‘염색’아이디어로 ‘힘나’를 벌거나, 공공근로에 참여해 부족한 ‘힘나’를 얻는 등 캠프를 통해 적절한 노동과 자율을 배우게 될 것이다.
지난 아힘나에서 목표로 세운 것들을 얼마나 실천하며 살았는지 되돌아 보는 것도 중요한 일정 중 하나이다. 자신들의 힘으로 규율을 만들고 스스로 그 규율을 지키도록 애쓰며, 회의를 통해 부족한 것들을 보완하는 노력을 한다.
이로써 아이들은 자신들이 더 이상 ‘내일의 주인공’만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주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즉, 자신들이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심 인물임을 자각하는 것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평화의 씨앗이 자라나길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입국한 탈북자 가족들을 환영한다. 하지만 최근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탈북을 부추기는 탈북브로커들의 비양심도 그러거니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자로부터 야기되는 교육, 경제, 사회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도 사회에 적응하기는 매우 어렵다. 탈북가족들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단체에서도 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사회 체제를 경험할 탈북아이들과 또 이들과 함께 평생친구를 맺으며 살아갈 우리 아이들 사이에서 평화의 씨앗이 자라나기를 희망한다. 서로 다르지만 만나면 하나가 되듯, 한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평화의 세상이 바로 이들을 통해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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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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