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호남포기' 인정하고 사과해야"
"지역주의, 이젠 '영남문제'로 한정됐다"

[오마이뉴스 광주전라 토론회] 호남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

등록 2004.07.16 19:46수정 2004.07.2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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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토론! 호남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16일 오후 2시 광주에서 열렸다. <오마이뉴스 광주전라>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여야 각 당의 호남에 대한 정책 등에 대해 참석자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여야 정당에선 박형준(부산 수영구) 한나라당 의원, 양형일(광주 동구) 열린우리당 의원, 이상열(전남 목포) 민주당 의원, 김선동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위원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시민단체에선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박광서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사회를 맡아 논쟁을 유도했다.

박형준 의원 "호남소외 인정하고 반성해야"
이상열 의원 "시대 요구 외면해 자멸"


'난장토론, 호남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 토론회가 여야 관계자와 시민운동가가 참가한 가운데 16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KT전남본부 빌딩에서 열렸다.
'난장토론, 호남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 토론회가 여야 관계자와 시민운동가가 참가한 가운데 16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KT전남본부 빌딩에서 열렸다.오마이뉴스 안현주
이번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자성과 반성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다.

박형준 의원(한나라당)은 '호남과 한나라당의 화해를 위한 제언'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개발시대 호남의 소외, 5·18에 대한 책임, 인사배제, 정치적 호남포기 전략에 대해 한나라당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전국정당화를 위해서는 진솔한 사과와 함께 호남출신 상임운영위원을 지명하고, 호남지역 단체장과 정기적인 당정협의를 해야 한다"고 밝힌뒤 "당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회동하는 한편, 수시로 호남을 방문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민주당의 현실과 진로'에 대해 주제발표한 이상열 의원(민주당)은 "민주당의 몰락은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결정적으로는 민주당의 자멸"이라고 17대 총선에서 호남지역 아성이 함락된 원인을 진단했다.


이 의원은 "광주전남 민심은 절대로 지역주의에 기반하지 않으며, 민주당이 호남정신을 담아 한국정치를 선도하길 바라는 것이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부활을 얘기하기 앞서 호남인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유권자가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로 돌아선 이유는 대중사회의 문화적 기반을 갖지 못한 민주당 스스로의 고립도 있었다"고 밝혀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좇지 못한 오류를 반성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그래도 민주당은 살아있다"며 "호남인이 바라는 전국정당, 정책정당으로 반드시 부활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히기도.


박광우 사무처장 "17대 총선은 호남에 지역주의를 묻지 말라는 의미"

왼쪽부터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양형일 열린우리당 의원, 이상열 민주당 의원, 김선동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위원장.
왼쪽부터 박형준 한나라당 의원, 양형일 열린우리당 의원, 이상열 민주당 의원, 김선동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위원장.오마이뉴스 안현주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호남의 지역주의는 억울한 측면이 많다"면서 "호남의 지역주의는 패권적 지역주의에 대항한 저항적 지역주의였으며 명분에 입각한 지역주의"라고 주장했다. 박 사무처장은 이어 ▲신군부 및 후예 세력에 대한 저항 ▲정권교체를 통한 민주주의 발전 여망 등을 예로 들며 명분을 설명했다.

박 사무처장은 "17대 총선을 기점으로 지역주의의 한 축이던 호남이 무너지는 등 한국의 지역주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변화됐다"며 "지역주의는 이제 영남의 문제로 한정됐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처장은 "호남에서는 추미애가 통하지 않았지만 영남에서는 박근혜가 통했다"며 "지난 총선에서 영남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20∼30%로 높아지고 민주노동당 지지율도 10%대로 상향됐지만 '박정희 향수'로 표현되는 과거회귀적 요소가 강하게 결합됐다"고 주장하며 영남의 지역주의를 '퇴행적 지역주의'로 규정했다.

'호남발전을 위한 열린우리당의 비전'이라는 주제를 발표한 양형일 의원(열린우리당)은 "호남인들은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 이르는 동안 정치적 피해의식 등이 상당정도 해소된 측면이 있지만, 아직도 열악한 발전수준에 막막해 하고 있다"면서 열린우리당의 어깨에 걸린 책임을 강조했다.

양 의원은 "호남의 열악한 처지는 과거 군부독재 및 수구보수 세력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지역민의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아왔던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역 단체장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며 민주당을 꼬집었다.

그러나 양 의원은 "지금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의 인식이 좋지 않다"며 호남지역의 비판여론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양 의원은 "(호남 지지율 하락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지만 체감적으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데 대한 실망감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호남의 정치적 위치에 대한 각 당의 자의적 해석을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호남에 대한 역사적 관점을 명확히 해야한다"며 "호남이 역사적 고비마다 앞장섰던 것은 기득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당은 호남의 지지를 받던 시절에 진정한 지방정치를 하지 않았으며, 열린우리당 역시 구태를 반복하면 민주당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서 호남은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아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청산하거나 과거와 완전히 단절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야 한다"면서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자유토론 나선 각 당 관계자 '가시 돋친 설전'

토론자로 나선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오른쪽)과 사회를 맡은 박광서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토론자로 나선 박광우 참여자치21 사무처장(오른쪽)과 사회를 맡은 박광서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오마이뉴스 안현주
주제발제가 끝난 뒤 가진 자유토론은 각 당의 행태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도 나오는 등 긴장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형준 의원은 '영남은 퇴행적 지역주의'라는 박광우 사무처장의 주장을 "위험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영남지역에서 열린우리당이 당선되고, 20∼30대가 참여하지 않은 부산시장 보선 때도 열린우리당이 30% 이상 득표하는 등 영남의 지역주의도 균열되고 있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박 의원은 "(한국을) 선진화할 수 있는 기획을 누가 잘 이끌어내는 정치세력이냐를 놓고 생산적인 경쟁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에 대한 호남지역의 싸늘한 시선과 관련, 양형일 의원은 "지난 1년5개월간은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였다"며 "이제 신행정수도 이전, 국가균형발전, 광주문화수도 등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원내 과반을 획득한 여당의 뒷받침으로 참여정부가 정책수행을 수월히 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이어 양 의원은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후보를 낼 수 있겠느냐"며 이상열 의원을 겨냥했다.

이상열 의원은 "민주당은 지난 50년간 갖은 어려움을 이겨낸 정통 민주세력의 결집처"라며 "열린우리당이야말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소멸될 정당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이 의원은 "정치세력이 지역민의 성원을 밑바탕으로 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봐서는 안되며 건전하고 명분 있는 지역정서는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해 '민주당이 지역주의에 기대고 있다'는 비판을 비켜갔다.

17대 총선에서 원내 제3당의 지위를 획득한 민주노동당 김선동 전남도당 위원장은 기존 정당들을 매섭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은 몸무게를 버틸 수 있는 근육과 뼈를 갖춰가며 차근차근 성장하겠지만, 열린우리당은 갑자기 커진 몸집을 감당할 근육과 뼈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열린우리당을 겨냥했다.

그는 이어 "1988년 이후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세력들이 국회의원과 단체장들을 쓸어담았지만 이들이 잘해왔느냐"며 민주당의 지역공헌도를 꼬집기도.

박광우 사무처장은 최근 들어 일어나고 있는 호남정치 지형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사무처장은 "과거 지역정치의 독점시대가 끝나고 경쟁체제로 돌입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재밌어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그러나 진정 호남을 생각한다면 정쟁이 아닌 지역정치의 복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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