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230건 조기 심사" - "골퍼 정부냐"

이헌재 부총리 발언에 민주노동당·환경단체 '발끈'

등록 2004.07.22 14:10수정 2004.07.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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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이헌재 경제부총리

이헌재 경제부총리 ⓒ 남소연

경제부처와 일부 야당, 시민단체 사이에 때아닌 골프장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지난 19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접수된 230건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4개월 안에 일괄적으로 동시에 심사를 진행, 조기에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 발언은 <동아>·<한국경제>·<서울경제>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골프장 하나를 인허가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5년에 달하고 있다”며 “현재 접수된 230건의 골프장 건립 신청건을 4개월 안에 동시에 일괄 심사해 허가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이를 위해 국무조정실과 함께 골프장 인허가 기간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이 부총리는 22일 경제장관간담회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골프장의 경우 몇 백건이 접수돼 있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골프장은 환경문제가 중요한데, 되면 되고 안되면 안 된다는 결론을 빨리 내려야 한다"고 조속한 처리를 지시했다. 아울러 그는 "불가피한 규제가 많은 만큼 통과기간을 짧고 명확히 해주는 것이 투명성에 있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강동석 건교부 장관도 이날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200여개의 골프장 인허가를 조속히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표시한 뒤 "골프장을 (재경부 계획보다) 더 많이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 부총리를 거들었다.

이 부총리가 골프장 인허가 기간 단축을 이처럼 여러차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극심한 내수 침체 때문으로 풀이된다.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증가하고 있는 해외 골프 여행객들을 국내로 유인해 내수를 북돋우고, 건설경기도 일정 정도 부양해 보겠다는 것이다.


민노당·환경단체 "일시적 경기부양 위한 편법행정 추진 즉각 취소해야"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환경단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은 과천 청사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며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선근 민노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은 "골프장 건설을 둘러싸고 주민들의 항의로 지역사회가 전쟁터로 변한 곳이 한 두 곳이 아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그런데 행정절차를 통해 이러한 분쟁의 소지를 최소화해야 할 정부가 일괄심사라는 편법행정을 통해 분쟁을 부추기려는 것은 국민의 충복인지, 건설사와 골프업자 그리고 골퍼만의 정부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본부장은 "환경파괴를 최소화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단지 폐지되어야 할 규제로 보는 시각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뒤 "민노당은 일시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국민들의 안정된 생활을 파괴할 수도 있는 무더기 골프장 허가라는 편법행정 추진을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과천 정부청사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부총리의 골프장 발언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회견에서 "현재 운영중인 180여개 골프장에 이헌재 부총리의 말 그대로 골프장 230개를 일괄 허용해 주면, 무려 410여개 골프장이 들어서는 기형적인 상황이 벌어진다"며 "환경파괴와 지역공동체 파괴문제를 거론하기 이전에, 골프장으로 인한 경제 활성화는 근거도 없는 근시안적인 경기부양책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운동연합은 "최근들어 운영중인 골프장도 불황으로 인해 손님이 크게 줄고 있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90년대초 불황에 의해 골프장이 연쇄도산하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국가의 경제를 책임지는 관료로서 망언에 가까운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이헌재 부총리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하수 고갈과 농약피해 등 복합오염을 불러오는 230개 골프장의 탈법적 무더기 조기허용 발언을 규탄하며, 이헌재 부총리는 사과하고 이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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