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회장김진이
미국을 움직이는 태권도의 아버지이며, 국제 10021클럽을 이끌고 있는 이준구(73) 총재. 미국 부시 대통령의 태권도 사범이기도 했던 이 총재를 만난 곳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의 미동초등학교였다.
21일 국가대표 성인 및 어린이 태권도 시범단장인 이규형씨가 미국 법인 세계평화봉사단으로부터 '세계평화상' 메달을 수상한 자리에 이 총재가 참석했다.
세계적 거물로 알려진 이 총재는 시상식이 끝난 후에도 미동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서툰 태권도 시범을 흥미있게 지켜보며 "잘한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상식 축사에서 이 총재는 인도 시인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을 읊으며 어린 태권도인들을 격려했다. 관계자는 그를 소개하며 고마움을 표했으나 이 총재는 겸손한 손 인사로 화답했다.
“처음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아버지가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싸움하는 걸 왜 배우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태권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국 가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우등생이 아니면 절대 단을 주지 않았다.”
이 총재의 생생한 강연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많은 걸 해주려 하지 말고 스스로 모범이 돼라’,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격의 완성이다’는 등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들이 현실감 있게 들린 것은 그가 산 증인이기 때문이다.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 총재는 ‘싸움의 기술’이 아닌 인간의 도리로 태권도를 가르쳤다. 당시 단돈 46달러를 갖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가 태권도를 미국의 무술로 보급했고, 2000년 미국 이민국이 뽑은 가장 성공한 이민자 200명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선정됐다.
전·현직 미 연방 하원의장을 포함, 270여명의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그에게 태권도를 배웠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에 이어 현재는 부시 대통령의 체육, 교육 특별고문직을 맡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을 가르치는 유일한 한국인이 바로 그다.
특히 그는 세계 최초로 태권도 10단을 인증 받았고, 그의 이름을 가진 태권도 학교가 미국과 러시아에 무려 130개에 이른다.
86년 10월 미국에서는 ‘스승의 날’이 이 총재의 제안으로 만들어졌고, 워싱턴 컬럼비아 지역의회는 그의 태권도 학교 설립 40주년을 기념해 6월 28일을 그의 날(준리의 날)로 선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