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 어린이 잡지 일괄구독 중지

월간 <어린이세계> 관련, 12개 교육청 연간 예산 1억2600만원

등록 2004.07.28 11:30수정 2004.07.3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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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경남지역 시.군교육청에서 일괄 구독하고 있는 월간 <어린이세계>.

경남지역 시.군교육청에서 일괄 구독하고 있는 월간 <어린이세계>.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일선 시·군교육청에서 <어린이세계>라는 특정 잡지를 일괄 구독해 관내 학교 각 학급에 배부하는 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교육청은 28일 20개 시·군교육청에 <어린이세계>를 비롯한 특정잡지 일괄 구독 중단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는 경남도교육위원회 이광희 위원과 경남민언련, 전교조 등의 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해 가능하게 되었다. 이광희 위원은 27일 열린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질문을 통해, 일괄 구독의 문제를 지적했다.

경남민언련과 전교조 경남지부, 참교육학부모회 경남지부, 행복한도서관만들기운동본부는 28일 오전 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간 <어린이세계> 정기 구독 즉각 중단과 ▲구독예산을 도서관 예산으로 편성할 것, ▲도의회의 월간잡지 구독예산 전면 삭감을 촉구했다.

이광희 위원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경남지역 12개 시·군교육청에서는 월간 <어린이세계>를 구독해 각 학급당 1부씩 배부하고 있다. 연간 예산은 무려 1억2660만원에 이르렀다. <어린이세계>는 북한소식과 통일, 역사, 문화 등을 다루고 있는 어린이 잡지다.

경남지역에서는 올해 이 잡지를 12개 교육청에서 구독하고 있다. ▲창원 3895만원(6492부), ▲마산 1800만원(3000부), ▲진주 1440만원(2400부), ▲통영 1440만원(2400부), ▲거제 904만원(3126부), ▲밀양 480만원(1008부), ▲의령 162만원(270부), ▲함안 409만원(734부), ▲창녕 655만원(2176부), ▲하동 336만원(560부), ▲거창 626만원(90부), ▲합천 504만원(840부) 등.

a 경남민언련과 전교조 경남지부 대표들이 28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남민언련과 전교조 경남지부 대표들이 28일 오전 경남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민언련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특정 사기업의 잡지를 국민의 혈세로 대량 구매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아무리 초등학생들에게 필요한 잡지라 해도 해당 학교장의 재량에 구독을 결정할 문제이지, 교육청에서 일괄적으로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잡지를 구매하여 일선 학교에 내려보내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밝혔다.

또 이들 단체는 "일선 초등학교 도서관에는 무늬만 도서관인 학교가 부지기수"라며 "도서관에 예산을 증액 편성해도 모자랄 판국에 특정 잡지회사 주머니만 불려주는 교육청 당국의 형태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관행이라지만 예산은 공익성과 공공성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의 건의문을 전달받은 조흥래 경남도교육청 부교육감은 "오늘(28일) 각 시·군교육청에 특정 잡지의 공동구매를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잡지가 교육적으로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구독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경남민언련 강창덕 대표는 "<어린이세계>는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 몇몇 교육청에서도 일괄 구독해 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전국 민언련 차원에서 행정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한 뒤, 구독중지를 주장할 것"이라 밝혔다.


한편 이들 단체는 <어린이세계>의 교육청 일괄 구독이 정보기관과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에서는 "모 정보기관의 로비나 압력으로 인한 반강제적인 구독형태가 있지 않는가 하는 의문점을 가진다"면서 "만에 하나 정보기관에서 일선 교육청에 잡지구독과 관련한 의심될만한 일이 발생하였을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 경고했다.

강창덕 대표는 "<어린이세계>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발행처인 서울에 전화를 했더니 30여분 뒤 정보기관 관계자가 경남도민일보사에 전화를 걸어 '경남민언련에서 <어린이세계>에 대해 왜 알아보려고 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면서 "정보기관과 잡지사가 어떤 커넥션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기관 홍보실 관계자는 "<어린이세계> 책자 구독과 관련해 시·군교육청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으며, 언론 담당자가 경남도민일보사에 전화를 건 사실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흥래 부교육감(왼쪽 두번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조흥래 부교육감(왼쪽 두번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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