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인형, 그 속이 궁금하다

삼복더위 앞 못보고 땀 뻘뻘 흘리는 캐릭터 인형 아르바이트 이야기

등록 2004.07.27 13:28수정 2004.07.2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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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 대서양홀에서는 '서울캐릭터페어2004'가 열렸습니다. 16일 금요일 오후에 조카들을 데리고 갔는데,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더군요. 여기저기서 뭔가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여는 통에 코엑스 전시장이 온통 그 선물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줄로 뒤엉켜 있었습니다.


캐릭터쇼의 분위기는 역시 캐릭터 인형들이 살려줍니다(흔히 '퍼핏'이라고 부르는데, 굳이 영어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3등신, 심할 때는 2등신의 인형들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20, 30대 젊은이들에게도 인기짱입니다. 특히 디카가 최근 대중화되면서 인형들과 사진 하나라도 제대로 연출해서 찍으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가 됐습니다.

저는 캐릭터쇼를 할 때마다 등장하는 인형들이 항상 궁금했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속이 궁금했습니다. 삼복 더위를 앞둔 이 한여름에도 저 엄청난 인형을 뒤집어 쓰고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그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앙증맞은 그들의 몸짓은 과연 자발적으로 우러난 것일까, 아니면 일당을 받기 위한 몸부림일까? 뭐, 이런 쓰잘 데 없는 궁금증이 항상 있어 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캐릭터페어에서는 직접 그 주인공을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자, 여러분을 인형 속으로 모십니다!

a 캐릭터 인형 역할을 맡은 조대희씨와 김성범씨

캐릭터 인형 역할을 맡은 조대희씨와 김성범씨 ⓒ 김태훈

오늘의 주인공은 조대희(24, 좌측)씨와 김성범(24)씨입니다. 대희씨는 현재 대학 3학년에 재학중이고, 성범씨는 군에서 막 제대했다고 합니다. 성범씨는 다음 학기에 1학년 2학기로 복학한다고 하네요. 대희씨와 성범씨는 각각 '카리스마'와 '무사이'라는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캐릭터는 모 캐릭터회사가 최근 개발한 것으로 에듀테인먼트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조만간 여러분들도 만나실 수 있겠죠?

a 휴식을 끝내고, 자 준비하자구~

휴식을 끝내고, 자 준비하자구~ ⓒ 김태훈

"인간관계" 인형맨으로 선발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랍니다. 그래서 같은 회사 캐릭터는 대개 친구들이 함께 참여한다고 하네요. 물론 대희씨와 성범씨는 친구랍니다.


a 지퍼 잠그고~

지퍼 잠그고~ ⓒ 김태훈

"앞이 잘 안 보이는 거랑, 무지하게 더운 거…" 인형맨들의 가장 큰 고충이 이것이랍니다. 아무리 전시장 안에서 에어컨이 빵빵하게 돌아가더라도, 때는 바야흐로 7월 한복판. 쏟아지는 땀방울은 어쩔 수 없고, 또 인형 외관의 완성도를 높이느라 앞을 볼 수 있는 구멍은 최소한으로 작아져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땀에 절은 바지가 자꾸 내려가 애를 먹기도 한답니다.

a 이걸 또 뒤집어써야 하나?

이걸 또 뒤집어써야 하나? ⓒ 김태훈

"그런 건 따로 없어요" 캐릭터인형을 뒤집어 쓰기 전에 오리엔테이션은 얼마나 받는지 물어봤더니, 그런 건 없답니다. 그냥 뒤집어쓰면 그 정도의 몸짓 이상은 하기 힘들다고 하네요. 손 흔들어주고, 고개를 갸웃거려주고, 그 정도는 말로 대충 해도 된다고 합니다. 물론 동작이 중요한 캐릭터 인형은 경우가 달라지겠죠?


a 어흑~ 땀냄새

어흑~ 땀냄새 ⓒ 김태훈

"그래도 사람들이 저희 보고 웃어주면 행복해요" 힘든 만큼 보람도 적지 않답니다. 사람들이 캐릭터를 보고 웃어 주고, 손도 내밀어 주면 정말 자신이 캐릭터가 돼 버린 기분이 든다네요. 특히 나이가 나이니 만큼 어여쁜 아가씨들과 사진을 찍게 되면 기분이 제법 좋아진다고 합니다. 현실 속에서야 그렇게 쉽게 접근(?)하기가 힘드니까요.

a 짜잔! 변신 성공!

짜잔! 변신 성공! ⓒ 김태훈

"40:20" 보통 40분 정도 돌아다니다가 들어와서 20분 가량 휴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중노동인 셈이죠. 그리고 워낙 힘들 일이기 때문에 휴식 시간 20분은 원칙일 뿐이고, 그 이상을 쉴 때도 많다고 합니다. 어느덧 전시장에 나갈 시간이 됐습니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출동 준비하는 모습을 잠시 엿볼까요?

a 차라도 한잔.

차라도 한잔.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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