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울분만 놓고 간 노숙농성

[현장]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20여일 노숙농성 거둬

등록 2004.07.28 07:35수정 2004.07.2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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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27일 집회을 갖고 광주지방 노동청 앞에서 20일동안 진행해 온 노숙농성과 단식투쟁을 마무리 했다.
민주노총이 27일 집회을 갖고 광주지방 노동청 앞에서 20일동안 진행해 온 노숙농성과 단식투쟁을 마무리 했다.오마이뉴스 이국언

"우리가 임금이라도 올려달라고 했다면 말이라도 않겠다. 최소한 일하면서 이놈 저놈 소리 안 듣고 일해보겠다고 이 폭염 속에 거리에 나온 것 아니냐. 빚더미에 앉은 해고자들의 문제를 해결해 보자고 단식농성에 나섰지만, 정말 이 세상은 없는 놈이 죄고, 있는 놈은 있기 때문에 죄가 아니냐."

신중철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장이 참았던 울분을 토해냈다.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는 27일 광주지방 노동청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를 위한 결의대회를 갖고 지난 7일부터 진행해온 노숙농성과 단식농성을 마무리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일부터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부당해고 철회 ▲불법파견 시정조치 ▲악덕기업주 구속 등을 요구하며 20여일 동안 노숙농성을 펼쳐왔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상무직업학교 노조원 집단해고 시정조치와 김휴섭 회장 구속, 전남대병원 원내하청 불법파견 시정조치, 환경위생노조 광남위생 위장폐업 의혹과 노조원 해고 시정 등 중소사업장의 부당 노동행위 근절을 노동청에 촉구해왔다.

중소사업장, 노조 결성 이유로 해고 많아

이들 사업장은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년, 불법파견 문제는 수년째 진행돼 온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시일이 경과하면서 해고자만 늘었다. 일부 사업장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이직하거나 노조를 탈퇴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른바 노동계의 하투가 진행되기 전에는 중소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라서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다. 반면 7월 들어 대형사업장이 연이어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이번엔 대형사업장의 문제에 치우쳐 다시 외면을 받아왔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업주로부터 노조활동과 관련해 해고를 겪거나 횡포를 겪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별다른 소득을 찾지 못하게 됐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업주로부터 노조활동과 관련해 해고를 겪거나 횡포를 겪고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별다른 소득을 찾지 못하게 됐다.오마이뉴스 이국언
장마에 이어 폭염 속에 계속된 20일간의 노숙농성. 플래카드와 비닐 천막도 어느새 조금씩 색이 바랬다. 27일 신중철 본부장은 20여일 노숙농성과 단식투쟁에서 아무것도 얻어진 것이 없음을 자인했다.


신중철 본부장은 "노무현 정권은 곧잘 경제발전을 위해 노동자가 양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 시대에 노동자의 양보는 곧 죽음이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상무직업학교의 경우 해고 철회 투쟁 이후에서야 처음 교섭장에 나왔다"며 "노동청 스스로 검찰 고발 자료가 한 뼘이 넘는다고 하는데 왜 유독 검찰은 구속을 미루고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본부장은 "전남대병원 하청 조합원들은 아직도 2달치의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지역 노동청이 노동정책에 대해 책임을 못 지겠다면, 이제 서울로 올라가 노동부 장관을 만나든지 청와대라도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결의를 다졌다.


유재길 민주노총 광주전남부본부장은 "배 째라고 하는 악덕 기업주 앞에 우리는 이것밖에 할 수 없는가 가슴을 친다"며 "사업주는 구속을 피하기 위해 대화하는 척 하고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관리감독 책임을 노동청에 반드시 묻겠다"고 밝혔다.

“우리가 왜 노동청에 와야 하나”


"사업주한테 요구해야 할 것을 두고 우리는 왜 꼭 시청이나 노동청에 와야 하나. 법에서 정해진 기본적인 노동법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벌금 50만원 60만원이면 끝난다. 사업주에게 60만원은 껌 값이고 죽어나는 것은 우리들 아니냐."

광주전남 중소사업장 분규의 특징은 임금인상이 아니라 비정규직 문제나 법에서 합법적으로 보장된 노조활동과 관련된 문제에 있다는 것.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관행화 된 불법이 뒤늦게 드러나거나 또는 중소사업장에서 노조결성을 이유로 해고된 경우들이다.

대표적인 사업장은 상무직업학교(회장 김휴섭). 노동청의 인가를 받는 재취업 교육 훈련기관인 이 학교는 지난 4월부터 6월 사이 경영상의 이유를 들어 조합원 15명을 해고했다. 해고자는 모두 조합원들이었고, 학교는 경영악화라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신규 채용했다.

노동청 위탁 재취업 기관에서 오히려 집단해고 발생

학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영업손실을 이유로 조합원들의 임금 지급통장에 가압류와 함께 6천만원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노동청이 위탁한 재취업 훈련기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정화·분뇨처리업에 종사하는 환경위생노조는 양심선언 빌미가 돼 오히려 더 궁지에 몰린 경우. 2001년 부당요금 징수 등을 고발해 큰 파문이 일자 광주시 5개구청은 복수경쟁체제 도입을 서둘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었다.

복수경쟁 체제는 이름 뿐. 사업주와 사업주는 인척간이거나 한 사업주가 또 다른 회사를 차려 운영하는 경우였다. 대신 노동자들의 고용만 그만큼 불안하게 된 것. 남구청 위탁업체인 광남위생은 지난해 갑자기 휴업을 선언하고 7명의 노조원을 해고하기도 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이 외에도 광주 시립예술단 3명의 노조 간부가 오디션을 이유로 해고됐고, 버스사업주의 부당요금 근절을 요구한 장흥버스 노조원 14명이 징계 또는 정리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하남공단 소재 신생용사촌 노조원들이 노조결성을 이유로 3명의 간부가 해고돼, 현재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펼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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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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