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이국언
문정현 신부는 인사말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힘없는 노약자나 부인들, 아이들만 죽는다"며 "전쟁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거짓정보를 일부러 과장해서 전쟁을 일으켰으니 부시야말로 범죄집단이 아니냐"고 노무현 정부의 추가파병을 규탄했다.
집회를 마치고 전쟁 피해자들은 광주전남통일연대 소속 300여명의 시민·학생들과 함께 도보행진을 펼쳤다. 일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은 휠체어에 의지해 도보행렬에 함께했다. 순례단은 이어 오후 8시경 광주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파병반대 촛불시위를 이어갔다.
촛불시위에서 김정길 광주전남통일연대 상임의장은 "김선일씨는 이라크 무장단체가 아니라 미국과 노무현 정부가 계획적으로 살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제2의 이라크 전쟁, 제3의 이라크 전쟁이 어디에서 일어날 줄 모른다"고 노무현 정부의 추가파병 방침을 규탄했다.
70세, 80세 고령의 전쟁 피해자들이 손자 손녀들과 함께 아스팔트 맨 바닥에서 추가파병을 규탄한 27일. 8월 3일로 예정된 정부의 추가 파병은 불과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 | “파병반대, 전쟁피해자의 마지막 양심의 소리” | | | 폭염 속 도보행진에 나선 사람들 | | | |
| | ▲ 광주시 충장로 삼복서점 앞에서 개최된 촛불시위에서 할머니들이 촛불이 꺼트리지 않으려 손을 모으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국언 | | 최창현(39)씨는 중증장애인이다. 휠체어에 의지해 부산에서부터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최씨는 "지난 4월 탄핵정국 때 8일동안 대구역에서 청와대까지 국토종단 순례를 갖기도 했다"며 "이라크 파병 결정을 보면서 지금은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평화를 깨트리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왜 우리가 파병해야 하느냐"며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하는데, 이라크 전쟁을 보면 미국이야말로 악의 축이다"고 말했다.
이날 도보행진에는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전남여고보(현 전남여고) 백지동맹(시험거부 투쟁)을 주도한 93세의 최순덕 여사가 직접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 학교 1회 졸업생인 최 선생은 이 사건으로 당시 강제퇴학을 당하기도 했다.
최 여사는 "보잘 것 없는 노인이지만 가다가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파병반대 도보행진에 함께 하겠다"며 "전쟁은 꿈도 희망도 다 짓밟는 짓이다"고 말했다. 최 여사는 "일제 침략으로 꽃다운 젊은 시절을 채 피어보지도 못했다"며 "지금 이라크 민족이 당한 참상이 내가 그때 겪은 그 심정이다"고 말했다.
"유족들, 비참한 현실부터 살펴라"
이금주(84) 광주태평양전쟁유족회장은 "배고픈 시절에 아버지 잃고 어디 가서 밥도 얻어먹도 못하고 거지같이 살거나, 남편 잃고 미망인이 되어 한 많은 세월을 살았다"며 이라크 파병 반대에 나선 심경을 토로했다.
이 회장은 "일본 놈들 때문에 우리가 그만큼 당했는데 우리 손주들까지 그렇게 희생당하게 할 수 없다"며 "전후 60년 동안 제 나라 백성이 얼마나 비참한 세월을 살았는지 조차 모르다보니 나온 소리"라고 꼬집었다.
도보행진단을 이끌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전쟁 피해자만큼 전쟁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증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우리 사회의 평화지수는 일제나 한국전쟁 피해자들이 그후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전쟁 피해자들은 지금 휠체어에 의지해 마지막 양심의 소리를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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