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PD·기자 90% "방송 독립성 침해당했다"

"대주주·경영진 침해" 66%...노조 사무국장 토론회서 밝혀

등록 2004.07.30 19:29수정 2004.08.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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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민영방송의 건전한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30일 오후 1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민영방송의 건전한 발전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오마이뉴스 김태형

SBS 노조 조합원 과반수가 SBS가 방송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그 원인으로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립성 침해를 지목해 논란이 예상된다.

박두선 SBS 노동조합 사무국장은 30일 오후 1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주최로 열린 '민영방송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SBS 노조 활동이 부족하고 미흡한 점도 있지만 나름대로 내부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 주 조합원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SBS 조합원 중 60%는 SBS가 독립성·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독립성 침해 주체로는 지배주주와 대지주(약 46%), 그리고 경영진(약 19%)을 꼽았다. '독립성이 침해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PD와 기자 89%가 침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80% 가까운 조합원들이 SBS 개혁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박 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SBS 위상과 역할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자괴감 속에서 나온 결과"라며 "SBS 개혁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해석했다. 박 국장은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 이견이 있지만 SBS 내부에서도 이같은 개혁방안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사측과 협상 중인 14가지 개혁과제를 소개했다.

SBS 조합원들은 이중 인사고과 평가제 개선, 사외이사 노조 추천, 시청률로부터의 보도 및 교양 프로그램 독립, 인력증원을 위한 외부 컨설팅 의뢰, 본부장 내부 평가제 도입 등을 개혁 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행 민영방송 체제 부작용 심각"

이날 토론회는 신태섭 동의대 언론홍보학부 교수가 '민영방송 법제 개선방안'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고, 김진웅 선문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박두선 SBS 노동조합 사무국장, 장유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한성환 iTV 편성제작국 교양팀 PD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신 교수는 "현행 민영방송 체제는 공익성과 지역성을 제고한다는 당초 취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며 ▲소유·운영구조의 비민주성과 방송전파 사유화 ▲SBS 과잉 성장에 따른 전체 방송시스템의 왜곡 ▲SBS의 전국네트워크화로 인한 지역방송 불구화 ▲프로그램을 통한 공적 서비스 약화 등을 부작용으로 지적했다.

신 교수는 "민영방송사의 과도한 이윤추구를 규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민영방송 스스로 책임 있는 자율규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에 민영방송의 부작용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민영방송 원래 취지에 맞게 왜곡된 방송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높이고 지역방송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향"으로 10여 가지 법제화 방안을 제시했다.

즉 ▲공정성·전문성·자율성이 보장된 민영방송 허가·재허가제 ▲소유·경영·제작·편성 분리 ▲소유구조 개선 ▲주식변동 사항 신고 의무화 ▲표준회계 및 연결재무재표 도입 ▲초과이윤 사회환원 확대 ▲지역민영방송 자체 제작비율 상향 조절 ▲방송광고 판매제도 개선 등이다.

한편 한성환 iTV 편성제작국 교양팀 PD는 "SBS 개혁을 요구하는 것과 더불어 그동안 SBS에 대한 개혁요구 뒤에 숨어서 기득권을 쌓아온 나머지 지역 민영방송의 문제점도 지적해야 한다"며 지역 민영방송의 구체적인 경영상황과 낮은 자체편성 비율 등을 지목했다.

"노조, SBS 문제 계속 침묵할 수 없었다"
[전문] 박두선 SBS 노조 사무국장 발언

현 시점에서 SBS 노조원의 한 사람으로써 SBS 문제를 공식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고 무거운 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SBS 노조가 이 부분에 대해 계속 침묵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BS노조가 과연 실체는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라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SBS 노조는 98년도에 출범했다. 실질적인 어려움도 많고, 역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내부적으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히 인정하고 뼈아픈 각성을 하고 있다.

올해 초 문제가 된 SBS 경영세습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투쟁이 있었다. 그 부분에서 노조가 어쨌든 선언적으로나마 얻어낸 것이 소유·경영 분리 공식 선언이다. 그 이후 노조는 그것을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고, 그것이 SBS 발전에 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후속조치를 밟고 있다.

구체적으로 14대 개혁과제를 선정했다. 이 개혁과제 선정은 '방송독립 TFT'라고 해서 노조가 중심이 돼 외부 인사와 함께 마련한 것이다. 물론 이 과제들은 노조가 그동안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언론운동 진영에서 누누이 이야기했던 부분이기도 한다.

언론운동 진영에서 보기에는 소유·경영 분리 등 근본적인 문제 등이 빠져있는 소홀한 개혁과제가 아니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현 SBS 노조의 역량 등을 고려해서 14대 개혁과제를 선정했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갈 것이다. 이 개혁과제는 SBS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노조 구성원들이 피부로 느꼈기 때문에 선정한 것이다.

SBS 개혁과제 "사외이사 노조추천, 시청률로부터 독립"

14대 개혁과제를 열거해 보면 (1) 사외이사 노조 추천 (2) 시청자 위원회 노조 추천 (3) 본부장 중간 평가제 (4) 보직국장 임면 동의제 (5) 인사고과 평가제 개정 (6) 인력증원을 위한 외부 컨설팅 의뢰 (7) 프로그램별 자문위원단 위촉 (8) 노조전임자 확충 (9) 방송윤리강령 개정 (10) 방송편성규약 개정 (11) 공정방송협의회 활성화 (12) 프로그램의 공익지수 개정 및 실용화 (13) 방송보도준칙·선거준칙 개정 (14) 시청률로부터 보도 및 교양프로그램 독립이다.

이런 개혁 과제들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있을 수 있는데 지난주에 조합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 설문조사에는 개혁과제에 대한 선후 문제와 필요성 부분과 함께 지금 SBS 개혁 필요성을 구성원들이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와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과연 SBS는 독립성·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조합원들은 확보하지 못하거나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60%가 넘었다. '독립성 침해 주체가 어디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지배주주 등 대지주가 약46%, 경영진이 약 19% 해서 66% 정도가 나왔다.

그리고 '독립성이 침해됐다고 느낀 경험이 있느냐'는 물음에 PD와 기자는 89%가 독립성을 침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개혁과제 필요성은 조합원의 79.5%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구성원들 내부적으로는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런 개혁과제 중에서 어떤 것들이 가장 시급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인사고과 평가제, 사외이사 노조 추천, 시청률로부터 보도 및 교양 프로그램 독립, 인력증원을 위한 외부 컨설팅 의뢰, 본부장 중간 평가제 순으로 상위를 차지했다.

"SBS 건전한 내부 비판세력 키우기 힘들어"

이런 부분은 SBS 개혁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SBS 구성원들이 그동안 많은 비난을 받아왔던 SBS 위상과 역할에 대한 자괴감 속에서 나온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개혁의 필요성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일단 인사 부분에 대해서 SBS 경우는 여러 가지 열악한 인력구조 속에서 방송의 공익성이나 공공성보다도 시청률 같은 부분에 매몰되게 하는 인력구조가 있었다. 또한 이런 인력구조는 내부적으로 건전한 내부비판세력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이 못 갖추게 했다.

경쟁적인 인사고과 평가제도에 의해 오로지 경쟁력 강화와 같은 부분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부분이 구조적으로 있었다. 이런 것들을 조합원들이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개혁과제는 SBS가 당장 필요한 부분을 잘 표현해 준다.

사외이사 역할은 경영진을 견제하고 대주주 전횡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장치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사나 예산을 통해 대주주나 경영진이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사외이사 노조추천이나 본부장 중간평가는 제도적으로 대주주나 경영진의 방송독립 침해를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음 주부터 이런 내용을 제도적으로 담보할 수 있도록 회사 측과 방송독립 교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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