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협박 뜯은 돈 놓고 다툼 벌인 기자 덜미

보령경찰서, 지방신문 기자 두 명 구속

등록 2004.07.31 14:46수정 2004.08.05 10:27
0
원고료로 응원
충남 보령경찰서는 30일 한국중부발전(주) 보령화력본부의 약점을 잡아 기사화 하겠다고 협박하고 해당기업 간부로부터 돈을 뜯어낸 혐의로 보령주재 지방신문 기자 두 명을 구속했다. 구속된 기자는 모 지방일간지 김모(42)씨와 지역 인터넷신문 기자 정모(43)씨 등이다.

경찰에 따르면, 두 기자는 지난 8일 보령화력본부를 함께 찾아가 발전소 측의 폐수방류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이를 기사화 할 것처럼 협박해 13일 보령화력본부 간부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500만원을 받았다는 것.

그러나 정 기자는 13일 오후 '보령화력 폐수 바다로 샌다'는 제목의 기사를 송고했고 해당 매체는 이를 14일 게재했다.

정 기자는 기사를 통해 "한국중부발전(주) 보령화력본부가 현재 가동중인 남부회처리장에서 엄청난 양의 폐수를 수년 째 바다로 흘러보내고 있어 서해바다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령화력측이 "남부회처리장(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회 처리장, 부지면적 198만여㎡)을 조성하기 위해 바다를 가로막는 제방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구간에 대한 부실공사로 1일 약 2000t의 폐수가 누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 년째 이를 방치해 왔다"는 것.

보도이후 보령 시의회와 충남도 경찰청 등이 사실확인과 수사에 착수하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보령화력 측이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500만원을 건넸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경찰의 수사내용이 알려지자 김 기자는 이중 200만원을 보령화력 측에 되돌려 주고 한동안 잠적하기도 했다.

논란은 경찰의 주장처럼 두 명의 기자가 회사측을 협박해 돈을 요구한 것이라면 정 기자는 왜 이를 기사화 했느냐다. 논란이 일자 정 기자는 구속되기 전 자사매체를 통해 "김 기자와 동행해서 취재를 한 것은 사실이나 돈을 요구한 적이 없고 나는 기사를 작성해서 정상적으로 보도를 한 것이 전부"라고 주장했었다.

이에 대해 보령경찰서 관계자는 “잠적했던 김 기자가 자수해 진술한 내용과 보령화력측의 진술을 종합해 볼 때 두 명의 기자가 모두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그럼에도 정 기자가 보도에 나선 것은 두 기자간 돈을 놓고 다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정 기자가 8일 폐수불법 방류를 확인하고도 13일까지 일주일 가까이 이를 보도하지 않은 사정도 이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폐수를 유출한 보령화력에 대해서도 국과수 등에 사실확인을 의뢰, 위법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보령시의회 보령화력조사특별위원회는 처음 알려진 서부제방 외에 남부제방 2곳에서 추가 누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맞아! 이게 고향의 맛이었지"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