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미래의 힘이자 영양분"

송두율 교수 45년만에 광주 방문..."5·18, 통일의 동인 삼아야"

등록 2004.08.02 18:12수정 2004.08.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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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45년만에 광주를 방문한 송두율 교수가 5·18 구묘역 김남주 묘소 앞에 멈춰 회상에 젖어 있다.
2일 45년만에 광주를 방문한 송두율 교수가 5·18 구묘역 김남주 묘소 앞에 멈춰 회상에 젖어 있다.오마인뉴스 이국언

"긴 외국생활에 외로운 저의 영혼을 달래주고, 용기를 줬던 광주 영령들의 명복을 빕니다."

송두율 교수(59·독일 뮌스터대 사회학과)가 2일 '마음의 고향' 광주 땅을 다시 밟았다. 송 교수는 이날 5·18국립묘역을 방문해 45년만에 다시 광주를 찾은 감회에 젖었다.

지난 달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재독 사회철학자 송두율 교수가 2일 광주를 방문했다. 1959년 광주를 떠난 지 꼭 45년만의 방문 길. 송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 5·18국립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시작으로 '마음의 고향' 광주와 해후했다.

"광주, 영혼을 달래주고 용기를 줬던 곳"

오랜 망명생활을 접고 지난해 9월 귀국한 송 교수는, 귀국 직후 광주 방문을 추진했지만 곧바로 사법당국에 구속돼 방문이 무산된 바 있다. 그는 지난 30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는 "오랜 외국 생활로 지친 제 영혼의 외로움을 달래줬던 제주도의 검푸른 바다와 광주의 대지와 재회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로 '마음의 고향' 광주에 대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송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 5·18국립묘지를 방문해 5·18영령들에게 헌화·분향했다. 송 교수는 송기숙 전남대 명예교수, 강신석 5·18 기념재단 전 이사장 등과 함께 1시간여 동안 5·18국립묘지와 구 묘역을 둘러봤다.

송두율 교수가 지인과 5.18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5.18  구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송두율 교수가 지인과 5.18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5.18 구묘역을 둘러보고 있다.오마이뉴스 이국언
부인 정정희씨와 함께 묘역을 찾은 송 교수는 참배후 윤상원 열사와 고 김남주 시인 등의 묘지를 찾아, 격동의 현대사를 37년동안 먼 이국 땅에서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을 회고했다. 구 묘역으로 발길을 옮긴 송 교수는 특히 김남주 시인의 묘소 앞에서 한참을 머무르기도 했다.


송 교수는 "집에 지금도 김남주 시인의 '사상의 거처'라는 시집이 있는데, 감명 깊게 읽었다"며 "너무나 젊은 나이에 떠났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잠시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송 교수는 또 김양무 열사의 묘소 앞에 이르러 "음대에 수학중인 선생의 딸이 우리 집에 놀러 오기도 했다"며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광주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잠시 지난 세월을 되새기도 했다. 송 교수는 전남대 문리대 교수를 지낸 부친 송계범(1996년 작고)씨를 따라 1951년부터 1959년까지 광주에서 생활한 바 있다. 광주 중앙초교와 서중을 졸업한 송 교수는 그 해 대학 진학을 위해 광주를 떠난 바 있다.


송 교수는 "45년만에 광주 땅을 밟게 되니 감개무량하다"며 "여기서 소년기를 다 보내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오지호 화백과의 인연을 회고하며 "지산동에 살던 무렵 어릴 때 그렇게 나를 사랑해 주셨다"고 지난날 추억을 잠깐 떠올리기도 했다.

"열 여섯 떠나 육십 돼서 왔다"

송 교수는 "소년기 꿈은 아직 다 이루지 못한 꿈으로 남아있지만, 광주는 그 꿈을 키워 왔던 곳"이라며 "열 여살에 떠나 육십이 돼서야 찾아왔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다"며 "또 그것이 힘이 돼 앞으로 제 삶의 전망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이국언
송 교수는 또 "광주에서의 몇 가지 기억이 내 미래에 힘이 되고 영양분이 될 것으로 보이다"며 전남대 강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 기여할 것이 뭔지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5·18 묘역을 둘러보면서 '민주화는 종점 없는 과정'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80년 광주는 한국의 민주화는 물론 통일로 우뚝 설 수 있는 기억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5·18은 이제 보통명사가 됐다"며 "시작은 광주였지만 지향과 목적지는 우리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 동북아 평화에까지 나갈 수 있는 엄청난 에너지를 담고 있다"고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덧붙였다.

송 교수는 특히 5·18 신묘역과 구묘역을 가리켜 "신묘역이 인정된 역사인 반면, 구 묘역은 앞으로 채워질 역사"라며 "아직도 생명력 있는 언어를 던지는 구묘역은 이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 교수는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점을 고려,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발언은 자제했다. 또 공식행사 대신, 부친의 동료교수나 자신의 귀국을 도운 지인들을 찾아보는 것으로 45년만의 첫 광주방문 일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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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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