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95

복마전

등록 2004.08.04 09:02수정 2004.08.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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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적이의 말에도 불구하고 백위길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어찌 역적이 숨어 있다는 말을 듣고도 포교가 망설이시오! 만약 흉수(凶手)가 있다면 내가 앞장서 강별감을 박살내리다!"


그 말에 백위길은 마지못해 끔적이를 따라 나서기로 하고 포졸 하나를 빼내어 역적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냈다는 사실을 포도청에 가서 알리라 일렀다.

"이 산길로 가면 된다고 들었소. 눈치를 챌지 모르니 횃불은 끄고 가는 것이 좋겠소이다."

끔적이를 따라 백위길과 3명의 포졸들은 급히 산비탈을 기어올라갔고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는 외딴 초막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희들은 밖에 서서 기다리고 있거라. 내가 들어가 보겠다."

백위길은 끔적이와 함께 조용히 초막에 다가갔다. 안에서는 무엇인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 어찌 되었건 내일 새벽에 저질러 놓고 볼 일일세. 지금은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그러니 하는 말입니다. 새벽에 여길 떠나 몸을 숨기는 게 낫지 않겠소이까?"


순간 백위길이 잔 나뭇가지를 밟아버려 소리를 내었고 두 사내의 목소리는 뚝 끊겼다.

'앗차!'

풀벌레 소리가 정적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백위길과 끔적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초막을 노려보았다. 희미하게 비치던 호롱불이 꺼지며 문창살에 어른거리던 사람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끔적이는 백위길에게 조심하라는 손짓을 해 보였다. 순간 '닂'하는 소리와 함께 창호지를 뚫고 무엇인가가 날아들었다.

"조심하시오!"

끔적이가 몸을 날려 백위길과 함께 나뒹굴었고 무엇인가 작고 날카로운 것이 땅에 '폭' 박히었다. 끔적이는 자세를 잡고 일어서며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네 이놈! 바로 내 다리를 이렇게 만든 놈이구나! 썩 나오거라!"

끔적이의 엄포에도 불구하고 초막 안은 잠잠할 뿐이었다. 백위길과 끔적이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문 쪽을 노려보았다. 순간 문이 부서져 나가며 짧은 칼을 든 콧수염 땡추가 달려나왔고 키 작은 사내가 독침을 날렸다. 하지만 이를 백위길과 끔적이가 어느 정도 이를 예상했던 지라 해를 입지는 않았다.

"네 이놈!"

순식간에 초막 안으로 들어온 끔적이는 키 작은 사내의 멱살을 잡아서는 밖으로 내쳐 버렸다. 콧수염 땡추는 백위길을 상대로 몇 번 칼을 휘두르다가 뒤에서 다가온 포졸들의 육모방망이에 맞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끔적이는 바닥에 쓰러진 키 작은 사내를 잡아 일으켜서는 모질게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만하게!"

포졸들이 키 작은 사내와 콧수염 땡추의 품을 뒤져 호패를 찾아내었고 곧 이들의 이름이 장응인과 김계호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백위길이 가지고 있던 역도들의 명단을 보니 바로 주모자들이었다.

장응인과 김계호를 포도청으로 압송해 가자, 미리 직접 병사들을 데리고 나와있던 포도대장 서영보는 백위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참으로 큰공을 세웠네! 한양밖에 있을 줄로 안 역도들을 날이 새기도 전에 순라를 돌면서 둘이나 잡았으니 우포청의 큰 경사가 아니고 무엇인가 허허허!"

"과찬의 말씀입니다. 이는 제 공이 아니라......"

백위길이 끔적이의 공을 말하기 위해 불러내려 했지만 이미 그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리저리 자초지종을 이리저리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라 백위길은 포도대장의 치하를 들으며 죄인을 압송한 채 조용히 포도청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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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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