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방지, 교육부는 안하나 못하나

[특별기획-사립학교법 개정 5] "오히려 걸림돌" 비난도

등록 2004.08.05 11:22수정 2004.08.10 10:57
0
원고료로 응원
사립학교 비리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사립학교법이 오히려 비리를 방조하거나 혹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최근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는 결의대회를 갖고 올해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국민운동본부와 공동으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들의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는 덕성여대생들.(2001년 자료사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교육부 장관 면담을 요구하며, 연좌시위를 벌이는 덕성여대생들.(2001년 자료사진)오마이뉴스 이종호
최근 교육부가 99년부터 2003년까지 38개 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감사 결과 이들 대학이 지난 5년여 동안 횡령 또는 부당운영(유용, 전용 등) 등으로 인해 2000여억원 이상의 대학 재정 손실금이 발생한 사실이 밝혀졌다(한국대학교육연구소. 6월 13일자 발표).

이 수치는 우리나라 전체 사립대학 297개교(4년제·전문대 포함) 중 38개 대학만을 조사한 것이어서 앞으로 교육부가 감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사립대학 재정 손실금 규모 발표 당시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다른 사립학교까지 감사를 확대 실시하면 사학비리의 규모는 엄청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대학연구소는 또한 사립대학의 각종 비리가 원인이 돼 지난 90년 이후 현재까지 사립대학 분규가 모두 79회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5회의 분규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비리 등으로 분규가 진행중인 사립대학만 10여 개가 넘어서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시점에서 최근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한나라당·교육인적자원부 등이 사립학교법 개정 추진 방침을 밝히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립학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교육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일부 정치권이 안이한 대처를 하고 있어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교육부, '교장에게 교원임면권 부여 방침' 뒤집어

교육부는 지난달 5일 학교장에게 교원임면권을 부여하는 등 일련의 사립학교법 개정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교육부가 사립학교장에게 교원 임면권을 부여하겠다는 애초 사립학교법 개정 방침을 번복하며 법개정을 꺼려 열린우리당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학교장 임면권 부여 방침은 상당히 개혁적인 조처로 받아들여졌다. 결국 이 방침을 번복함으로써 교육부는 사립학교법 개정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사학 비리 척결에는 별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들은 "사학 비리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교육부가 가장 소극적인 대처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꿈에 따라, 향후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다음 도표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도표는 최근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각 정당들과 교육부의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도표를 보면 교육부의 방침이,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사학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열린우리당의 입장과는 달리, 사학의 자율성을 대폭 인정하는 등 사학재단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한나라당의 법 개정 방침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 앞으로 교육부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사립학교 개정 관련 각당 및 교육부 입장 비교

법 개정 주요사항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한나라당 교육부(입법예고)

사립 초중등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찬성 찬성 반대 혹은 조건부 찬성 조건부 찬성
공익이사제 도입 논의중 찬성 반대 내용 없음
부패 전력자 복귀 금지 10년 10년 5년 5년
학교장에 교원 임면권 부여 찬성 찬성 반대 반대
친인척의 학교장 취임 금지 찬성 찬성 내용 없음 내용 없음
이사회의 친인척 비율 제한 1/5 이하 1/5 이하 반대 혹은 1/4 이하 1/4 이하

학부모회,교사(교수)회,학생회 등 법제화

찬성 찬성 조건부 찬성 원칙적 찬성


교육부가 오히려 사립학교법 개정의 걸림돌?

현재 사립대학의 감사는 교육부의 기획감사담당관실에서 맡고 있다. 그리고 300여 개 사립대의 관리 감독은 올해 3월에 실시된 교육부 직제 개편으로 인적자원관리국에 사학지원과(인원 15명)를 설치하여 맡기고 있다. 1개 과가 1년에 2400개 결산 보고서(300개 사립대×상·하반기 2회×일반회계·추경 등 2종류×학교와 법인 등 2종류)와 기타 업무 보고서를 맡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과중한 업무가 사립대 문제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교육부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유재수 사립학교법개정국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여전히 교육부가 사립대 문제 해결을 위해 근본적인 처방에 나서고 있지 않은 데는 그동안 교육부의 사학에 대한 정책적 태도와 인적 문제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사립학교 감사와 관리 감독에 소극적인 것은 조직이 부실하고 인력이 부족한 데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교육 개혁과 관련하여 교육부 수장들이 보여온 역할도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는 못했다.

현재의 부실 사학을 양산하는 데 큰 몫을 해온 것으로 지목되고 있는 '대학설립준칙제도'는 안병영 교육부 현 장관이 김영삼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맡았을 때인 96년도부터 시행됐다. 이 제도는 실시된 지 불과 6년만에 50여개 대학을 설립하는 엄청난 역할을 수행했다. 그 결과 교육부는 지난 7월 22일 미개교 상태인 10개 법인에 대해 법인 해산 결정을 내려야 했다. 교육부가 그동안 무분별하게 대학 설립을 인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또한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전 정부의 교육개혁안을 답습하는 것 외에 사립학교 개혁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후임인 김덕중 전 장관의 경우는 아예 장관 취임 전에 사립학교를 실제 경영했던 전력이 시민단체에 의해 문제로 지적되었다. 게다가 김 전 장관은 '사학에는 주인이 있어야 한다'며 재단 비리로 임시이사가 파견된 학교에 구재단이 복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사립대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감사 대상을 확대 강화하고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만으로도 사립대학이 일으키는 비리의 상당 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단지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사실상 자신의 임무를 포기하고 있는 셈이다.

교육 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학교 당사자들이 교육부가 막지 못하는 사립학교 비리를 법개정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 전개될 사립학교법 개정은 지금부터라도 감독기관인 교육부가 당사자의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때만이 교육부의 역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 사립학교 감독기관으로서의 기능 유명무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감독기관으로서 설립 인허가, 예결산 보고(법인회계, 학교회계), 감사 및 각종 업무(법인, 학교) 감독, 학교법인 정관 승인, 교원 해임 요구, 이사 취임 승인 및 취소 등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문제사학의 대다수가 분규의 발생으로 사회문제화 되어서야 비로소 개입에 나서고, 감사가 진행되더라도 사후 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의 감독 및 감사권 행사에 대한 교수협의회 등 분규 사학 당사자의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사학비리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동해대 사태의 경우 설립 인가부터 '통장에 돈 넣었다 빼가기식'인데 사후 확인만 했더라도 방지가 가능했고, 학교비의 각종 횡령·전용의 경우도 평소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행사되었더라도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의 저변에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더불어 일상적인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부 한계도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의 감사기능은 주로 3년마다 주기적으로 있는 국립대 감사 위주로 집행되고 있으며, 사립대는 학교문제가 발생해야만 실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2. 2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한동훈 표정 묻자 "해가 져서...", 이어진 기자들의 탄성
  3. 3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천재·개혁파? 결국은 '김건희 호위무사'
  4. 4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5. 5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