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는 서울 종로구 중학동 사옥 앞에서 경영진의 일방적인 자구계획안 진행에 항의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형
99년부터 지불한 이자만 1200억원... 채권단 '이자챙기기' 비판도
장 회장의 증자약속 불이행에 대한 불신은 채권단에 대한 불만과 이어져 있다. 채권단이 한국일보 회생보다는 증자이행 약속 연기로 인해 추가 발생하는 이자 수익 챙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그것이다.
채권단에서 파견된 고낙현 한국일보 자금관리단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채권단 전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만 짧게 답했다. 지난 99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이후부터 올해까지 한국일보가 채권단에 지불한 이자만 12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채권단 입장에서는 한국일보가 계속 남아 있어야 이자도 받고 원금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증자 기한을 계속 연기시켜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채권단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도덕적 책임까지 면제된 것은 아니다"며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대한 압박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윤순환 경영기획부장은 노조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도 일면 있겠지만 금융기업이 이자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며 과도한 비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부장은 "채권단이 공동관리를 중단하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한국일보가 계속 적자나는 상황에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부장은 7월급여 미지급과 관련, "100%는 힘들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50% 정도라도 일단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급여 미지급으로 인한 사원들의 사기저하와 한국일보 경영위기 확산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임금 삭감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53명(5일 현재)의 퇴직금 문제에 대해서도 윤 부장은 "가족 같이 함께 일했던 분들을 그렇게 떠나보낸다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 참으로 미안하고 부끄러운 일"이라며 "은행 어음을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퇴직금을 지불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위기 극복할 수 있을까
한편 노조, 기자협, 경영진 3자는 한국일보가 심각한 경영위기 상태에 처했다는 점에는 동의하면서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노조는 지난달 19일 경영진에게 ▲증자금 300억의 우선 완납 ▲주주 가지급금 조속한 회수 ▲한국일보-미주한국일보간 컨텐츠 사용료 계약의 매출전환 등의 자구대책안을 제시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회사측과의 단체협상을 제안해 놓은 상태이다.
회사측은 노조의 자구대책안에 대해 ▲증자금 문제는 연말까지 해결하고 ▲주주 가지급금 문제는 현재 소송과정에 있거나 회수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 ▲콘텐츠 사용료 역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부분은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 앞으로 논의 및 검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자협은 ▲사원들도 고통분담을 하고 ▲대주주는 증자약속을 지켜야 하고 ▲채권단도 현재 체결된 MOU를 한국일보가 회생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고쳐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영정상화 방안을 둘러싼 이견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경영진에 대한 노조와 기자협의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경영진이 약속한 증자부분은 계속 지켜지지 않으면서 사원들의 고통분담만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노조와 기자협은 이미 미지급 급여문제 등에 대해 소송절차를 밟고 있다.
종이신문 시장의 장기불황도 한국일보 정상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차별적인 논조로 한국일보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데는 구성원 모두 동의하고 있지만 신문광고의 장기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같은 환경에서 매출증대가 쉽게 이뤄지기 힘들다는 게 문제다.
편집국의 한 중견기자는 "신문시장 독과점 규제·공동배달제 도입 등 최근 법제화 논의가 되고 있는 언론개혁 움직임이 한국일보 회생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계 주변의 평가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한국일보 사태가 워낙 '오래된 병'이라 고치기가 어려운데다 노사간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특단의 조치'가 없는한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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