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건설이 경제살리기 대책이라고?"

[현장] 경제위기 극복 토론회..정치계-서민 이구동성 정부 질타

등록 2004.08.19 15:24수정 2004.08.19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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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야4당 공동주관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1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야4당 공동주관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5신 : 19일 저녁 8시 55분]

'같은' 진단 '다른' 대안... 좁히지 못한 위기대책


이어진 방청객 질의 응답 순서에서는 각 당의 청년실업 정책이 어떤 식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이 제기됐다. 청년백수카페 운영자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정부가 청년실업을 위한 예산을 쓴다고 하는데 예산을 왜 쓰지 않는지, 다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뉴스24 논설고문이라고 소개한 다른 한 방청객은 "발병했으면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정치인들의 대책을 들어보니 기가 막힌다"고 질책한 뒤 "한미동맹 관계라는 안보환경이 무너지니까 경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한·미동맹 강화를 경기회복의 대안으로 내놓았다.

한편, 각당 토론자들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단기대책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같은 진단, 다른 대안'을 내놓아 방청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한나라당은 감세정책, 민주당은 정책효과가 검증된 재정지출정책, 민주당과 자민련은 감세와 재정지출의 혼합정책이 확실한 처방책이라고 주장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지금 한국경제의 속병이 심해졌고 몸 전체가 골고루 감염됐는데 자꾸 화장만 하면 병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며 감세대책만이 근본적 치유책이 될 수 있다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감세는 보약이고 재정지출확대는 마약"이라는 비유까지 들었다. 그는 감세정책의 구체적 시현방안으로 "경쟁국 수준(18%)으로 유효세율을 인하해야 하며, 소득세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배론에 대해서는 "분배가 목표는 될 수 있지만 분배의 목표는 계속 분배가 가능하도록 하는 틀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며 '분배를 위한 성장'에 정책비중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효과에 대한 검증도 없이 계속 남발되고 실종되고 없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의 주요 정책들도 정책청문회를 활성화해서 충분한 효과 검증과 타당성 검토를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각당에 제안했다.

그는 감세정책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감세정책처럼 효과가 검증되지 않는 지출을 할 것이 아니라 똑같이 지출하더라도 확인되는 지출을 하자"며 검증된 재정지출확대 정책을 정부가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이한구 의장의 감세론에 대해 "감세는 보약이고 재정지출은 마약이라는데 보약도 부작용 많다"고 반박한 뒤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것보다 정책혼합(POLOCY MIX)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류근찬 자민련 정책위 의장은 "오늘 토론회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a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3부에서는 이 행사를 공동주관한 야4당의 국회의원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 3부에서는 이 행사를 공동주관한 야4당의 국회의원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4신 : 19일 저녁 8시 10분]

경제위기 진단과 해법 4당4색


이어 3부에서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관한 야4당의 경제위기 원인과 대책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각 토론자들은 현재 우리경제가 어렵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 했지만 그 원인과 해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현재 한국경제가 일본식 장기불황과 남미형 장기침체의 복합형으로 가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우리 경제, 일본과 남미의 복합형으로 가고 있어”

이 의장은 그 근거로 “과거 일본처럼 우리 경제가 개방경제하에서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 있는 것처럼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고 걸핏하면 재정확대나 부동산시장 띄우기를 반복하는 등 ‘습관성 마약’을 경제에 투여하고 있다”며 “또 남미처럼 돈 많이 쓰는 큰 정부에 의한 대중인기주의에 의해 집단이기주의 행동을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 기준으로 볼 때 노무현 정부가 시장경제를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반기업 정서속에서 국제기준을 무시하는 노동시장정책과 대기업 규제정책을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장은 “국민 배고픈 줄 모르는 정부가 경제는 놔두고 과거사 들추기 등 경제가 싫어하는 일만 골라하고 있다”며 “집권세력은 너무 과거지향적인데 어떻게 미래 한국경제를 밝게 만들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경제위기 해결 방안으로 “기업이 가장 큰 소리를 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이제는 소비주체인 정부와 가계보다 생산주체인 기업을 중시해야 한다”며 “규제는 선진국(OECD)처럼 세금은 경쟁국(싱가포르, 홍콩)처럼 하고 불법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철저한 법집행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사 들추기로 인한 국론분열과 안보불안 등 국민 기초 불안을 해결해야 한다”며 “국정의 우선순위를 과거 역사 재해석과 사회주류세력 바꾸기 보다는 경제살리기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인 경제정책으로는 법인세, 소득세, 특별소비세 등 감세정책 적극 추진, 중소기업과 지방경제, 재래시장 농어촌 경제 한시적 특별 지원 조치,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시정, 부동산 정책 완급조절 등을 주문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은 정부가 내놓은 각종 경기부양 대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심상정 의원 “경제살리기 대책이 골프장 건설 추진이라고?

심의원은 먼저 “현재 우리 경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 수출과 내수산업의 불균형, 외국자본의 과도한 지배, 심화되는 빈부격차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한국경제가 지닌 문제들은 경기순환적인 것이 아니라 97년 외환위기 이후 무분별한 자유화 조치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이어 현정부의 경제정책의 한계에 대해 “김대중 정부 시절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던 당사자들이 현 경제정책 입안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문제 진단과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노무현 정부는 최근까지 경제구조 개혁은 외면하고 다시 재정금융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책이라는 미봉책으로 복귀했다”고 비판했다.

콜금리 인하에 대해 심의원은 “현 경제침체의 원인이 자금이 부족해서 생긴 것이 아니라서 금리 인하가 내수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적을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심화, 부동산 투기 조장 등 부작용이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또 재정확대에 대해서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과도한 국방비, 과소한 사회보장예산 문제를 조정해 나가고 적재적소에 재정이 투입되도록 사후검증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도시 건설과 부동산 규제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도 심 의원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기업도시 건설정책은 국토를 재벌에게 넘겨주는 무책임한 특혜조치이며 사회제도의 틀을 허무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는 부동산 거품을 다시 확대할 것이고 경제살리기 대책으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심 의원은 경제살리기 해법으로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대기업의 공정거래 등 책임강화, 원하청 관계의 민주화 등 대기업 중소기업간 균형발전, 비정규직 차별 철폐하고 온전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복지 강화를 통한 사회구성원 기본생활 보장을 제시했다.

세 번째 토론자인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현 경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정책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효석 민주당 정책위의장 “경제 위기 가장 큰 원인은 정책의 불확실성”

김 의장은 “현재 경제주체들은 성장이야 분배냐 논쟁이라든가 부동산에 대한 정책 등을 관망하면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소비자는 내수 소비를 망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이어 “정부정책 집행의 책임을 맡고 있는 이헌재 부총리와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의 시각차이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현재 정부가 펴고 있는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찬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정확대에 대해 김 의장은 “시중에 넘치는 돈을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투자를 하면 민간소비와 투자위축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찬성의 뜻을 밝히면서 “다만 방만한 운영으로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는 점을 감안, 재정지출을 중소기업 지원, 사회간접자본 투자, 신성장 벤처사업에 대한 지원 등에 국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감세정책에 대해서 김 의장은 “세금은 원래 경기가 좋지 않으면 적게 걷히고 경기가 좋으면 많이 걷히는 자동적인 경기조절 효과가 있는 것이라 반대한다”면서도 “다만 중소기업과 서민을 위한 부분적인 감세정책은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콜금리 인하에 대해서도 김 의장은 “현재는 부동산도 안정되어 있고 물가문제도 공급측면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금리인하로 예상되는 부작용은 크지 않다”며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금리인하도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해 적극적인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그는 대안으로 “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며 “우리 경제의 어려움에는 경기순황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에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필요한 정책을 잘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완화,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 중소기업 지원방안 마련, 부품소재 산업에 대한 투자 등을 제시했다.

류근찬 자민련 정책위 의장 “정부가 성장 우선 정책 펴야”

류근찬 자민련 정책위의장은 '성장우선론'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있는 것은 참여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했다. 국정운영의 큰 축은 '성장 동력 확충'과 '사회통합'인데 정작 무게중심은 분배에 쏠려 있다고 비판했다.

류 의장은 "최근 정부가 근거 없는 낙관론을 접고 내수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부양책, 예컨대 콜금리 인하와 재정지출 확대 등의 정책을 내놓은 것은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라면서 "정부가 성장을 향한 방향으로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만 투자와 소비가 살아날 수 있다"고 성장우선정책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내수와 투자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재정지출확대와 감세정책을 혼합한 '혼합정책'을 제시했다. SOC나 서비스산업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산업에는 재정지출확대정책을, 소비여력 확대를 위해서는 소득세 인하 등 감세정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재정적자 누적에 따른 정부 부채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제한적으로만 활용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류 의장은 신용불량자 문제의 조기 해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장기 상환능력이 있는 청년 신불자에 대해서는 "최장 20년까지 장기 저리 분할 상환으로 전환해 소비를 촉진하고 금융기관의 손실을 적정선에서 국가가 보전해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하다"고 상환기간 연기를 주장했다.

끝으로 그는 "가진 사람이 왕성하게 소비하고 기업이 투자하고 외국자본가들이 한국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사회분위기를 다잡는 일부터 서둘러야 한다"며 정부의 결단을 촉구했다.

a 재래시장 상인, 중소기업 사장, 노동계 대표, 대기업, 농민, 신용불량자들의 불만 가득찬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래시장 상인, 중소기업 사장, 노동계 대표, 대기업, 농민, 신용불량자들의 불만 가득찬 목소리가 쏟아졌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3신 : 19일 오후 5시 20분]

농민과 신용불량자들도 '경제 불만' 가득


재래시장 상인, 중소기업 사장, 노동계 대표의 정책 경제정책에 대한 질책에 이어 대기업, 농민, 신용불량자들의 불만 가득찬 목소리도 쏟아졌다. 경제가 어렵다는 이들의 진단과 견해는 대체로 일치했지만, 대안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에 이어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해 참석한 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센터 소장은 과도한 규제와 나빠지는 투자환경 등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계획한 투자계획이 지속적으로 지체되고 있는 이유는 기업이 돈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장 돈 쓸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기업의 현금이 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기업정서이건, 투자 기회가 없어서이건 돈을 쓸 수 없는 환경에 대기업이 놓여있다. 지금 돈을 쓰지 않는 기업은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쓰지 않는 이유도 많다.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폐지를 말했지만 쓰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것을 없애도 투자가 크게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이 소장은 위기의 원인으로 현 정부의 ‘과거지향적’ 리더십을 지목했다. 특히 분배위주의 정책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현명한 정치인은 경제침체기에도 절대로 있는 부를 나눠 가지는 요구에 동조하지 않는다”면서 미래에 대한 비전부터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소장은 “정치인들이 배려라는 이름으로 기업인의 기를 죽이고 죄인으로 만드는 배려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꼬집고 “정치인이 현명한 리더십만 발휘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성장동력은 극대화할 수 있고, 다시 한번 성장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농민대표 격으로 나온 박용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농업의 발전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며 농민 소득보장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박 위원장은 현재 면소재지 등 농업에 의존하고 있는 소규모 도시의 경우, 농산물 개방으로 인해 농업기반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지역경제의 발전이 지체되고 있다고 했다. 농민의 몰락이 소비의 둔화를 가져왔고 연이어 지역경제 침체를 불러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정부의 과도한 개방정책으로 농산물 자급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급기야 농산물의 외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됐다고 박 위원장은 주장했다. 그는 “농업과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의 신화도 없다”는 한 경제학자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도 농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대안으로 농산물 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정부가 마련하고, 농민의 소득을 보장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농민의 손’을 떠난 농협이 농민에게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농협개혁안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과 모자가정에 대한 복지정책 마련 시급"

신용불량자라고 밝힌 주연지(37·가정주부)씨는 카드부채에 허덕이는 자신의 생활상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저소득층과 모자가정에 대한 복지정책을 정부가 마련해 줄 것을 절절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주씨는 토론회 도중 앞좌석에서 졸고 있는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앞에 앉아 계신 분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이 자리에 왜 왔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쓴소리를 퍼부으며 발제를 시작해 주목을 받았다.

조그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씨는 최근 내수침체가 계속되면서 월수입이 30만~40만원이 안 될 때가 많아졌다며 “그럴 때 자장면을 사먹었다는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고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전했다.

특히 주씨가 “아이가 ‘엄마, 다른 집 엄마 아빠는 다 집을 사면서 이사가는데, 엄마는 그동안 뭘 했냐’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힘들었다”는 경험담을 소개하는 대목에 가서는 한때 장내가 숙연해지기도 했다.

주씨는 “유능한 분도 대책을 못 세우는데 내가 어떻게 대책을 세우겠느냐”면서 “다만 여성부나 이쪽에서 모자 가정의 기초생활이 유지될 수 있도록 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신용불량자에 대한 지원대책이 나올 때마다 ‘도덕적 해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거부감을 표시하는 재계와 정부를 향해서 “도덕적 해이라는 말을 쓰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a 주부 주연지씨가 졸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한 뒤 발언을 시작하고 있다.

주부 주연지씨가 졸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한 뒤 발언을 시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2신 : 19일 오후 4시 10분]

서민들도 현 경제상황에 볼멘소리 쏟아내


각 당대표의 인사에 이어 재래시장 상인, 중소기업 사장, 가정 주부 등이 참석한 가운데 2부 순서 ‘국민에게 듣는다’가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는 각계를 대표하는 참석자들의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볼멘 소리와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쓴소리들이 터져나왔다.

먼저 사회자로 나선 나성린 한양대(경실련 전 경제정의연구 소장) 교수은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1년 반동안 국민들은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대통령과 정부는 괜찮다고 말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는 대통령과 정부가 거시경제 지표만 보고 그 이면의 경제현상의 문제점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재래시장을 대표해 첫번째 토론에 나선 박재홍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이사는 “중산층 이하 서민경제가 극도의 침체에 빠져 대구 서문시장만 해도 전년 대비 매출이 50%이상 감소해 장사할 맛이 안나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위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재래시장 상인들은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이사는 “정부는 경제위기를 직시하고 서민층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야 재래시장과 나라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며 재래시장을 살릴 수 있는 건의사항을 정치권과 정부에 내놓았다.

그는 재래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부가가치세 소득공제 확대와 소득세 삭감 등 세제상 혜택, 대형할인점 수준으로의 재래시장 카드판매 수수료 인하, 재래시장 환경개선 사업 지원 등을 요구했다.

중소기업을 대표해 나온 강정구 대한에스티 대표이사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소기업 대책을 주문했다.

강 대표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며 “정부가 중소기업 대책을 많이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중소기업 대표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그는 “지난 17개월 새 중소기업 평균 가동률이 60%대에 머물고 있고 대부분의 업체가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대기업과의 계약서만 있으면 자금의 80%까지 대출해준다고 했지만 현재 중소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은행은 한 군데도 없다”며 정부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강 대표는 이어 “경제 정책을 통계만 가지고 만들지 말고 중소기업인으로 가장해서 실제로 은행가서 돈을 구해보고 관공서를 방문해서 공장설립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체험을 해보라”며 “제발 정쟁의 칼과 창을 녹여서 생산에 필요한 쟁기로 만들어 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또 “대기업이 투자를 해야 중소기업이 산다”며 재계에서 주장해온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와 부동산규제 완화, 수도권공장규제 완화 등의 규제완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나온 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우리 경제의 위기와 내수침체의 원인을 국민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 악화와 취약한 사회복지제도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김 원장은 “현재 870만명 노동자가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이들의 임금 수준은 노동자 평균 임금인 200만원의 51%에 불과한 103만원에 머무르고 있고 그나마 이들은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노동자의 대다수가 빈곤층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내수침체의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노동계 역시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질타

그는 또 “사회복지제도 또한 취약하다 보니 교육비, 주택비 등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아 노동자들 삶의 질이 계속 취약해 지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김 원장은 “현재 경제의 어려움은 재계에서 주장하듯이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이 아니라 도가 넘은 유연성 때문”이라며 “현재의 과도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최저임금수준 현실화, 빈약한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제도개선이 국회에서 이루어져야한다”고 주문했다.

a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야당 대표들이 발제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야당 대표들이 발제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1신 : 19일 오후 3시 20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민련 등 야 4당은 19일 오후 2시부터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200여명의 방청객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열어, 최근 지속되고 있는 내수침체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해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김학원 자민련 대표 등 야 4당 대표 및 지도부와 이헌재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우리 한나라당은 지금의 경제위기가 잘못하면 한국형 장기불황의 초기단계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근본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허심탄회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는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그동안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위기에 대해서 경제가 위기가 아니라고 안이하게 대처해 왔다"고 여당과 정부의 경제대책을 질타했다. 또 민노당을 의식한 듯 "우리들 중에는 성장과 분배를 둘러싸고 방법의 차이를 보일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과 분배의 악순환을 끊고 선순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큰 목표에 대해서는 분명한 공감대가 있다"며 야 4당의 협력을 당부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표 "한국형 장기불황의 초기단계" 우려

이어 인사말에 나선 김혜경 민노당 대표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서민경제를 책임져야 할 노무현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고 무기력하다"며 특히 "경제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고통의 목소리를 정치공세로 치부하면서 경제위기론이 위기를 불러온다는 말까지 서슴지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특히 이헌재 부총리 면전에서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 가운데 하나인 정부의 골프장 건설정책을 거론한 뒤 "과천청사 주변만을 맴돌다 주말이면 골프장이나 찾는 사람들에게 골프장 건설이 그리도 중요하겠지요, 그들에게 서민들의 고통 따위가 관심이나 있겠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김혜경 민노당 대표 "국민의 우려와 고통의 목소리를 정치공세로 치부한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참여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발언으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한 대표는 "가계는 높은 주거비 부담에 사교육비 부담에 이자 부담까지 허리가 휠대로 휘어서 더 이상 소비할 여력이 없다"며 "지금 한국경제가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정말 반개혁 세력인가, 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기득권 세력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예로 들면서 "뒤늦게 관련 세금을 잔뜩 올리고 무리한 규제를 남발하는 바람에 잡으라는 집값은 못 잡고 국민들 세금 부담만 가중시키고, 부동산 거래와 건설경기까지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어 국민을 또 한 번 죽였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집중 성토했다.

특히 한 대표는 "참여정부 들어서 국민의 정부 때 시행되던 4대 개혁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지적하고 "당시에도 미진했던 공공부분개혁, 특히 재정 및 세제 개혁 등은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 "국민의 정부때 시행되던 4대개혁 완전 실종"

김학원 자민련 대표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무엇보다 눈과 귀를 바로 열어 오늘의 경제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겨냥 "근거없는 막연한 낙관론을 펼치거나 경제위기론에 대해 불순한 동기를 가진 세력의 정권 흔들기로 치부해서는 경제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시장경제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반시장적, 분배우선정책에 대해 우려와 불안을 갖지 않도록 시장경제질서 속에서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정체성 논란과 이분법적 편가르기로 국론분열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좌편향적 이념으로 안보불안마저 느끼게 하는 한 결코 경제 활력이 회복될 수 없는 것"이라며 참여정부의 정체성을 정면 공격하기도 했다.

김학원 대표는 "25년전 영국병으로 몸살을 앓았던 영국의 경제가 대처리즘에 의해 다시 일어났고 세계의 떠오르는 태양으로 불리었던 아르헨티나는 계속적인 정책실패로 후진국으로 낙오하고만 사실을 다시 한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원 자민련 대표 "눈과 귀를 열어 경제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이날 인사말에서 경제대토론회 불참의사를 밝힌 열린우리당에 대한 성토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정작 오늘 이 자리에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집권여당이 함께 하지 않는 것은 유감"이라고 했고 김혜경 민주노동당 대표도 열린우리당에 유감을 표시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이번 야 4당이 제안한 국민대토론회를 거부했다"고 말했고, 김학원 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고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각성을 촉구했다.

열린우리당의 경제대토론회 불참 성토 잇따라

'경제위기' 심각성을 부각시킨 각당 대표들의 발언과는 달리 이헌재 부총리는 '경제심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치권에 협조와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부총리는 "금년도 우리 경제는 5%대 성장에 3% 중반의 물가가 예상되고 있어 수치상으로는 괜찮은 모습"이라며 "그러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는 많이 어렵다"고 야당 대표들의 현실인식에 일부 공감을 표시했다.

이헌재 부총리 "위기론 설파에 앞서 경제주체 심리회복부터"

그러나 그는 "최근 느리게나마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어 국민 모두가 참고 꾸준히 노력해 나간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충분히 극복해 나갈 것으로 생각된다"며 "정부 혼자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든 경제주체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비록 완벽하지는 못한 정책이라도 경제주체들이 이를 믿고 적극적으로 호응해 준다면 경제는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그 효과도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정치권이 위기론 설파에 앞서 경제주체들의 심리 회복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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