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가득한 집 됐으면 좋겠어요”

가족 모두 장애 딛고 ‘러브하우스’서 사랑 키우기 소망

등록 2004.08.21 12:56수정 2004.08.2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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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남편 최도현씨, 아들 문수군, 주순열씨.
사진 앞부터 시계방향으로 남편 최도현씨, 아들 문수군, 주순열씨.박성규
"‘러브하우스’란 이름 그대로 가족 모두가 육체적 장애를 딛고 사랑을 키울 수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어요.”


‘집’이라 말하기 낯부끄러운 창고를 개조한 집에서 1년을 넘게 살아온 주순열(여·41·아산시 송악면 유곡2리)씨가 최근 ‘새집’을 얻었다.

지난 16일(월) 남편의 퇴원수속을 밟던 주씨는 새집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대를 표출했다.

“‘우리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안식처가 생겨 좋아요. 그동안 지냈던 집은 환경이 너무 안 좋아 건강이 좋지 못한 남편과 아들이 지내기에는 안 좋았죠. 항상 불안했어요.”

4식구 중 주씨를 제외한 남편 최도현(42)씨와 아들 문수(14), 딸 인선(12)양 모두 병과 신체장애를 안고 있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그래도 단란하게 살던 주씨 가정에 본격적으로 불행이 찾아든 것은 지난해 5월부터다.


아산시 배방면 갈매리 마을어귀에 조그마한 지물포를 운영하며 가정을 책임지던 남편 최씨. 의용소방대 활동을 하며 어려운 할아버지, 할머니를 병원까지 수송해주는 등 마을 애경사에 항상 앞장서며 환한 웃음을 잃지 않던 최씨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부터 주씨의 가정은 한없이 기울기 시작했다.

중환자실에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최씨는 끝내 반신불구가 돼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됐다.


게다가 아들 문수마저 태어나면서부터 앓던 심장병(심장판막증)이 재발해 주씨는 2중, 3중의 어려움을 겪었다. 딸 인선양은 두 다리에 장애를 갖고 있다.

이후 병원비 등으로 가세가 기울어 거주하던 집마저 잃은 주씨 가족은 이웃의 도움을 얻어 창고를 개조한 집을 무료로 임대받아 살아왔다.

그러나 연초 소유주가 경제사정으로 토지를 매각하게 돼 변변치 않은 이 집마저 내줘야 하는 등 오갈데 없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이런 딱한 처지를 전해들은 배방면사무소 직원의 도움으로 주씨는 MBC-TV 간판 프로그램인 ‘일요일일요일밤에’의 인기 코너 ‘러브하우스’에 사연을 게재,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고 지역민들의 도움을 얻어 송악면 유곡2리에 새 안식처를 얻게 됐다.

“남편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안 좋아요. 계속 합병증이 생기고… 게다가 문수의 건강도 호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요. 언제까지가 될 지는 모르지만 러브하우스에서 4식구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만이라도 화목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현재로서는 가장 큰 소망이에요.”

새집을 얻어 좋기는 하지만 주씨는 또 다른 걱정으로 한숨을 내쉰다. 다름아닌 생활비 때문이다. 남편과 아들을 돌보느라 자리를 비울 수 없는 관계로 일을 못하고 있는 주씨.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고 이로 인해 빚만 늘어가고 있다.

“일을 해서 몇푼이라도 벌어야 생활을 꾸려 나갈텐데… 환자를 돌봐야하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일하는 건 꿈도 못꾸고 있어요.”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할 지 알 수 없는 남편과 두 자녀의 치료비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암담하다. 언제까지 도움으로만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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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충남 아산 지역신문인 <아산톱뉴스>에서 편집국장을 맡고 있다. 뉴스를 다루는 분야는 정치, 행정, 사회, 문화 등이다. 이외에도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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