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산대놀이 105

폭동

등록 2004.08.24 17:14수정 2004.08.2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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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일은 포도청의 사기를 크게 떨어트렸고 새로운 포도대장 유상량이 부임해 왔으나 전임 김영처럼 위신을 세우기보다는 움츠려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포장인 이순보가 더 이상 포장자리에 있을 면목이 없다며 포교를 그만두자 백위길이 포장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애향이와 함께 단 둘이 축하의 술자리를 가지고 잠이 든 백위길은 내심 불안한 마음이었다.


'과연 내가 이 소임을 다 할 수 있을까.'

백위길의 염려는 다음날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도무지 포교들이 의욕을 보이지를 않았으며 종사관들도 입청할 때와 퇴청할 무렵에 잠시 얼굴을 드러낼 뿐이었다. 포도대장 역시 최소한 자신의 직분만 할 뿐 종사관과 포교들이 일을 게을리 해도 쓴소리 한번 한 적이 없었다.

'허! 이것 참!'

백위길도 저절로 맥이 빠졌지만 자신마저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백위길은 최근 됫박을 속인다는 말이 돌고 있는 싸전을 돌아 보고 있었지만 싸전 상인들도 백위길이 돌아 볼 때는 미리 알아 내고서 주의를 기울이는지라 여간해서는 단서를 잡기가 어려웠다. 다른 포교들은 요식적으로 돌아본다는 사실을 아는지라 백위길은 묘안을 짜내느라 고심했고 결국 됫박을 여러 개 들고서는 집으로 가 애향이에게 보였다.

"이게 다 무엇이오?"


백위길은 됫박 다섯 개를 애향이 앞에 늘여 세운 후 진짜 됫박을 골라 보라고 했다. 애향이는 이 됫박 저 됫박을 골라 보더니 한참 만에야 모르겠다는 말을 내뱉었다.

"여기 바닥이 얕은 것과 테두리가 두터운 것은 분명 거짓 됫박 이온데 다른 것은 모르겠나이다."


백위길은 웃으며 3개의 됫박 중 두 개를 들어 보였다.

"이게 거짓 됫박이라오. 하나는 바닥에 옻칠을 해 바닥의 깊이를 눈치 챌 수 없게 했고 또 하나는 묘한 장치가 되어 있다오."

백위길이 됫박 모서리를 가볍게 치자 바닥이 비스듬하게 올라갔다. 애향이는 기가 막힌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이를 어찌 알겠소이까?"

"허나 약간 주의해 보면 다 알 수가 있소. 그러니 부탁 한번 합시다."

"부부끼리 무슨 부탁이오. 그냥 말만하시오."

백위길은 애향이의 말에 멋적어 하며 싸전에 가서 가짜 됫박을 가려내어 자기에게 알려 주는 방도에 대해 상세히 일러 주었다. 애향이는 꼼꼼히 이를 알아 두었고 다음날 자루 하나를 들고서는 싸전으로 갔다.

"거기 쌀 한 됫박만 주시오."

싸전 상인은 한 됫박을 퍼 올렸고 애향이는 됫박을 유심히 보더니 에누리도 하지 않고 조금 있다 오겠다고 하고선 둘러 다른 싸전 가게로 갔다. 그러기를 서너번, 애향이는 길목에 대기하고 있는 백위길에게 한 싸전 가게를 가리키며 빨리 가보라 일렀다. 백위길은 부리나케 그 싸전으로 달려가 쌀 위에 놓여 있는 됫박을 집어들고선 호통을 쳤다.

"네 이놈! 세상에 이런 됫박이 어디 있느냐!"

싸전 상인 이동현은 뜻밖에 포교가 들이닥쳐 됫박을 집어들자 낯색이 새파랗게 변해 돈부터 집어들어 건네 주며 상황을 모면하려 했다. 하지만 백위길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이동현은 횡설수설 변명을 하며 시간을 끌었고 그동안 인근 싸전을 통틀어 부리고 있는 상인 정종근이 달려와 백위길에게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었다.

"이 자가 내 아랫사람인데 멋모르고 이런 일을 했나 봅니다. 제발 관대히 보아 주소서."

백위길은 눈도 깜짝하지 않고 뒤이어 온 포교와 포교들에게 싸전의 됫박을 모두 수거해 조사하라 일렀다. 삽시간에 싸전의 됫박들이 길바닥에 무더기로 쌓였고 인근 상인들과 사람들이 모여든 가운데 됫박이 하나 하나씩 검증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은 괜찮사옵니다."

됫박을 모두 조사한 포교의 말에 백위길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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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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