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안읍성에 가면 꼭 '빙기둥'에 오르세요

우리의 어제를 품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 낙안읍성

등록 2004.08.24 21:07수정 2004.08.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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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가슴 벅찬 기대와 흥미를 유발한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즐거움과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행지의 추억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것은 오랫동안 우리의 삶에서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여행지로 발길을 옮긴다.

a 읍성 내에 있는 연꽃이 있는 연못과 일반 가옥

읍성 내에 있는 연꽃이 있는 연못과 일반 가옥 ⓒ 이인우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 만큼 즐거운 선택의 시간도 없으리라. 언제나 그렇지만 나의 여행지 선택에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두 권의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김봉렬 교수의 <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과 최진연님의 <옛 다리, 내 마음속의 풍경>이 그 주인공. 이번 주말 여행지도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여행지를 결정하고 정보를 얻었다.


첫 번째 여행지로는 ‘승선교’로 유명한 전라남도 순천의 선암사로 정했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순천만과 송광사, 그리고 낙안읍성을 들러 보고 다음날 부산으로 이동해 범어사와 태종대, 자갈치 시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일정을 정했다.

그러나 순천 현지 대중교통의 부재로 결국 선암사를 포기하고 ‘낙안읍성’만을 돌아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얼마 전 공주 마곡사 여행 때와 마찬가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자의 불편을 또 한번 경험했다. 결국 순천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계획했던 일정보다 늦게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a 낙안읍성의 입구 동문(낙풍루)

낙안읍성의 입구 동문(낙풍루) ⓒ 이인우

낙안읍성은 영화 <아름다운 시절> <춘향뎐> <취화선> <태백산맥> 등과 텔레비전 드라마 <어사 박문수> <왕건> 등이 촬영된 무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지로 다시 한번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낙안읍성은 순천시에서 서쪽으로 약 2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성(城) 안에 마을이 조성되어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석성과 객사, 동헌, 장터, 민가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현재도 주민이 살고 있는 '살아있는' 민속마을이다.

a 읍성 내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민박을 알리는 가옥

읍성 내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민박을 알리는 가옥 ⓒ 이인우

지금도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서산의 해미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문화재라 하겠다.


낙안마을의 토성은 조선 태조 6년(1397)에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이 고장 출신의 김빈길이 의병을 일으켜 쌓아 왜구를 토벌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인조 4~6년(1626~1628) 사이에 임경업 군수가 토성을 석성으로 다시 쌓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a 임경업 군수의 선정을 기리는 비와 비각

임경업 군수의 선정을 기리는 비와 비각 ⓒ 이인우

낙안읍성의 동문(낙풍루)을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임경업 군수의 선정비가 있다. 이는 임경업 장군이 낙안군수로 봉직하면서 토성을 석성으로 중수하고 선정을 베푼 은덕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세운 것으로 매년 정월 대보름날에 제향을 모시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경험할 수 있다. 짚풀 공예 시연과 쪽물 들이기, 도자기 빚기, 길쌈 시연 등을 통해 우리의 잊혀져 가는 전통 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저녁이 다 되어 마을에 도착한 관계로 짚풀 공예 등의 전통문화 시연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은 우리의 문화들이다.

a 낙안객사. 지방유형문화재 제170호로 세종 32년(1450) 군수 이인이 건립

낙안객사. 지방유형문화재 제170호로 세종 32년(1450) 군수 이인이 건립 ⓒ 이인우

마을에는 지방유형문화재 제170호로 지정된 낙안객사가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다. 낙안객사는 왕명을 받고 파견된 관리가 숙식하고 업무를 보던 곳으로 좌측 방에는 무인이, 우측 방에는 문인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기둥을 세운 주춧돌은 일부러 모양을 내어 다듬지 않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용했는데 옛 선인들의 자연미에 대한 건축학적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었다. 마루 또한 목재의 형태를 최대한 그대로 살린 모습이 아름답다.

a 동헌. 조선시대 지방의 관아 건물로 감사, 병사, 수사, 수령 등이 지방행정을 처리하던 곳.

동헌. 조선시대 지방의 관아 건물로 감사, 병사, 수사, 수령 등이 지방행정을 처리하던 곳. ⓒ 이인우

a 동헌에서 죄를 심판 받는 죄인과 포졸 모습의 마네킹

동헌에서 죄를 심판 받는 죄인과 포졸 모습의 마네킹 ⓒ 이인우

낙안객사 옆으로는 동헌이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1986년에 복원한 것으로 건물 앞에 세워진 마네킹의 리얼한 모습들에서 이곳이 동헌임을 암시해 준다.

동헌 바로 옆에는 마을 수령이 안채로 사용했던 내아가 자리하고 있다. 내아의 부엌과 수령의 방 등 내부 구조를 잘 볼 수 있도록 해 놓아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한층 더 자극했다. 내아의 마당 건너편에는 내아에서 시중을 들던 일꾼들의 거처인 사랑채도 보였다.

낙안읍성에는 이렇게 관리들의 숙소인 객사와 간아 건물인 동헌은 물론 일반 서민들의 가옥들이 조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이 중에는 8동이 19세기 초기에 건축된 가옥으로 추정되어 중요민속가옥으로 보존되고 있다.

a 낙안읍성에는 대부분의 건물이 초가지붕으로 불조심을 알리는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다.

낙안읍성에는 대부분의 건물이 초가지붕으로 불조심을 알리는 표시를 쉽게 볼 수 있다. ⓒ 이인우

마을의 모든 일반 가옥은 초가지붕을 하고 있어 곳곳에서 불조심을 알리는 표시와 함께 소화전을 쉽게 볼 수 있다. 돌에 새겨진 '절대불조심'이란 글귀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낙안읍성을 제대로 보려면 우선 동문으로 입장해서 낙안객사와 동헌, 내아를 둘러 보고 향토미술관과 자료전시실을 돌아본 후 읍성의 일반 주민들이 이용하는 서문쪽에서 석성에 올라 남문(쌍청루)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빙기둥'이라 불리는 쉼터에서 낙안마을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것을 권한다.

a 빙기둥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낙안읍성 전경.

빙기둥에서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낙안읍성 전경. ⓒ 이인우

a 남문(쌍청루)에서 빙기둥쪽을 바라본 풍경. 성벽의 오른쪽이 읍성이다.

남문(쌍청루)에서 빙기둥쪽을 바라본 풍경. 성벽의 오른쪽이 읍성이다. ⓒ 이인우

빙기둥에 서면 마을의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을을 배경으로 멋진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을 수도 있다. 낙안읍성을 다녀와서 빙기둥 쉼터에 오르지 못하고 그냥 온다면 그 여행은 반쪽이 여행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석성을 따라 우리 선조들이 살았던 모습을 가슴으로 경험하는 동안 어느새 시간은 집으로 향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단풍이 물든 가을에 이곳을 다시 찾는다면 어떤 감흥을 가지게 될까? 또 함박눈이 하얗게 내리는 추운 겨울날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 줄까? 다시 한번 새로운 계절에 찾아보고픈 낙안민속마을, 낙안읍성이다.

여행은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은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난다. 배낭과 카메라 하나 달랑 메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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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그리고 조선중후기 시대사를 관심있어하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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